사람 만나기

24일 저녁7시 주전 해수욕장 야외무대에서 노동시인 안윤길, 조성웅 傳 "배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두번째 '우창수의 노래나무 심기' 공연이 펼쳐진다. 안윤길, 조성웅 두 시인의 노동시를 노래로 만들어 들려줄 노동가수 우창수를 만나 이번 공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는 마침 울산에서 그동안 꾸준히 진행해오던 87년 노동자대투쟁 기념 행사를 아무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웠는데 이번 공연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번 공연을 마련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우창수의 노래나무심기는 다양한 테마와 인물에 대해 노래라는 형식으로 말해보고자 하는 저의 씨리즈 공연물입니다.

 

첫 번째 공연은 부산의 배순덕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공연했는데 집회라는 공간적, 시간적 제약 속에서 잘 알지 못했던 노동자의 이야기를 서정적이고 구체적으로 표현한 공연이라는 평을 들었습니다. 또 그동안 노동현장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많은 분들도 이해와 더불어 우리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공연에 참가한 여러 연주자 분들도 저하고 처음 작업하는 분들이라 많은 이야기들이 필요했는데 공연을 거치면서 콜트 콜텍 기타노동자들의 부당한 해고에 맞서 싸우는 지원모임을 함께하게 돼 저로서도 보람된 공연이었습니다.

 

울산의 두 시인은 아시다시피 현대중공업에 근무하는 분들로 한분은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노동자이고 한분은 사내하청노조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계신 분입니다.

 

두 분의 삶 모두 배 만드는 공장과 직결돼 있고 두 분의 시 또한 배 만드는 공장에서 노동운동이라는 삶 속에서 배어나온 외침같은 시들입니다.

 

개인적 정서의 다름도 있지만 각각의 경험에서 나오는 처절한 외침이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고 그것을 노래로 만드는 것은 그 울림이 사람들에게 더 멀리 그리고 일상적인 삶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것입니다.

 

시를 노래로 만드는 것이 수월한 작업은 아니지만 그동안 두 분을 많이 지켜본 터라 이전부터 꼭 작업하고 싶었는데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공연하게 되었습니다.

 

노동자노래패 노래마당, 그리고 울산노동자노래패연합 분들과 후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현장통제가 심한 지금의 상황에서 공연이라는 매개로 배 만드는 많은 분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족이 함께 즐기고 아이들도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으로 준비했으니 함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쌍용차 공권력 투입과 힘든 소식들이 많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진행되는 공연이라 마음 한켠 무거운 생각도 있지만 지역에서도 여러 생각들을 추스르고 나누는 자리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공연이 퍽 다채롭던데 어떤 공연과 부대행사들이 있는지 소개해주시죠.
 
공연은 크게 연주와 동화구연, 노래공연으로 나눌 수 있는데 연주는 휘슬과 오카리나, 클라리넷 연주가 있고 쉘 실버스타인 원작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동화에 노래를 만들어 넣고 빛그림(영상)을 제작해 아이와 어른들이 함께 볼 수 있는 빛그림 노래동화라는 새로운 형식의 공연을 만들어 봤습니다.

 

이 작품은 독립된 공연으로 몇 번 공연 했었는데 어른들이 더 좋아 하시더군요.

 

그리고 함께할 수 있는 동요와 안윤길 조성웅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든 노래를 부를 겁니다.

 

그리고 노동시화전과 함께 콜텍 콜트 기타 만드는 노동자와 함께하는 문화노동자 들이 준비한 선전물 전시가 있습니다.

 

돗자리 하나만 들고 가족과 함께 주전해수욕장으로 오시면 마음 한켠 여유를 만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상업가수가 아니라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노동가수로 산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요?

 

그야말로 버티는 수준이지만 노동가수 민중가수라는 수식어보다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목도하고 느꼈던 생각을 노래로 만들고 표현하는 것이기에 고스란히 제 몫이라 생각하고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거창한 선동보다는 조성웅 시인의 시구처럼 작고, 여리고, 따뜻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면 그곳에 삶이 있기에 감동이 있고 한 세계가 있음을 봅니다.

 

집착과 자신의 에고를 넘어선다면 붓다가 말한 고통의 바다에서 제가 하는 일은 위로이며 행복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서 울산의 노동자들과 함께 소통하고 나누고 싶은 게 있다면요...

 

저보다는 먼저 두 시인의 생각과 삶, 마음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지역에 함께 살고 있는 두 분의 삶을 시노래를 통해 들여다봄으로써 두 노동자가 노동자의 길을 어떻게 걸어 왔고 또 어떻게 이어가고 있는가, 무엇이 그들에게 시를 쓰게 만드는가를 같은 노동자로서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창수는 또는 공연을 보러오신 여러분은 두 시인과 어떤 관계맺음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언어라는 것이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몇마디 말로 모든 것을 다 소통할 순 없지만 두 분의 시 쓰는 마음이, 제가 노래하는 마음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구체적인 것은 두분의 시에, 제 노래에 담겨져 있겠지요.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노래 자체는 세상을 바꾸지 못합니다.

 

노래만큼 살기도 힘든 현실이죠.

 

예술은, 노래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거나 소통하고자 하는 무엇의 수단일 뿐입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또 어떤 때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행위가 인간과 사회와 관계맺는 순간 다양한 양상과 스펙트럼으로 전개될 것이지만 작곡자와 가수를 떠난 노래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위로이고 어떤 이에게는 분노이고 어떤 이에게는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도 있겠죠.     

 

앞으로 어떤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싶은지...

 

이를테면 다품종 대량생산이라고 말하면 딱딱한가요.

 

제가 지금 할수 있는 것이 이것이고 어디까지라고 한계짓고 있진 않지만 해 보는 수밖에요.

 

요즘 동요도 한 십여 곡 지었고 선시(禪詩)에도 곡을 붙이고 있습니다.

 

언젠가 아마 노래하지 않고 침묵할 날도 오겠지요.

 

노래운동과 노동운동은 어떻게 만나야 '제대로' 만나지는 걸까요?

 

제일 어려운 질문이네요. ‘노래운동’ 보다는 ‘노래’가 ‘노동운동’ 보다는 ‘노동’이 만나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곤란'스런 질문에 '현답'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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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1 16:32 2009/07/2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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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 2009/07/31 14:47 URL EDIT REPLY
그날 비가 와서 8월15일로 옮겨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