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이번 추석 때 어머니와 아버지를 함께 인터뷰했다. 올해로 일흔넷, 일흔다섯 살인 두 분은 카메라를 들이대자 생뚱맞아하면서도 그닥 싫지 않은 표정이다.

 

고등학교 때부턴가 대학 들어가고나선가부터 특히 아버지하고는 친밀하다싶은 대화가 거의 없었던 나로서도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려니 쑥스럽다.

 

할아버지와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시작으로 두 분의 '역사'를 더듬어갔다. 해방되고 얼마 없어 4.3사건을 겪었던 아버지와 출가해녀였던 언니들을 따라 구룡포에 살다 전쟁을 겪었던 어머니의 어린 시절, 강원도 거진에서 만나 결혼한 얘기, 다시 내려간 제주도와 자식들...

 

1녀3남인 우리 자식들 가운데 특히 아들들이 말썽이었다. 아들 셋이 모두 징역을 살거나 사돈의 팔촌까지 경찰들이 찾아오는 1급 수배를 당해 어머니와 아버지 속을 시커멓게 타게 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아버지는 아직도 아들이 목회자가 되는 꿈을 접지 못했다. 내일 모레면 나이가 벌써 오십이라고 말씀을 드려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한다. 허, 참...

 

어머니와 아버지를 인터뷰한 날 저녁, 내친 김에 처가에 들러 장모와 장인도 인터뷰했다.

 

일흔넷, 일흔다섯인 두 분도 제주도의 굴곡진 역사와 풍파를 고스란히 겪었다. 4.3으로 어머니를 잃은 장인의 어린 시절이 아프게 다가온다.

 

영상에 담긴 네 분의 모습과 이야기들은 자식들에게 가족의 역사로 남을 것이다. 처음엔 부모님이 더 늙기 전에 '기록'을 남겨둬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는데 막상 부모님들은 자식의 이런 관심과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기쁘신 모양이다.

 

그나저나 서툰 영상 편집을 어찌해야할 지 걱정이다.

 

부모님 인터뷰하기나 부모님 다큐멘터리 만들기...이거 '운동'으로 만들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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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8 20:15 2009/10/0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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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까? 2009/10/09 20:00 URL EDIT REPLY
정말 의미있는 작업 하고 오셨군요^^ 저도 정말 궁금하네요 ㅎㅎ
한걸음 2009/10/10 00:47 URL EDIT REPLY
시부모님이든 친정부모님이든 카메라 들고 함 인터뷰해보심이 어떨지...^^ 다음 명절 땐 제주에서 한번 합칩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