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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울교협통신] 22호 96.6.14

 

효문 연암지역 96 임투에 부쳐

 

  지난 6월 6일 효문·연암지역 노동조합 공동 간부 수련회가 경주 남산 경애왕릉 앞 솔밭에서 열렸다. 50명 남짓 모인 삼주기계, 세종공업, 영수물산, 한일이화 네군데 노동조합 간부들은 연대의 결의를 나누고 96 임투 승리를 향한 힘찬 전진을 다짐했다.

  이 수련회는 효문·연암지역 민주노조들이 한국노총 금속연맹이라는 틀을 벗어나 처음으로 함께 모였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다. 그리고 위원장들끼리 회의를 갖는 수준을 넘어서서 노동조합 간부들까지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남 다르다.

  이렇게 연대의 첫 물꼬를 틀 수 있었던 것은 효문·연암지역 네군데 민주노조들이 안팎의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힘을 키워온 때문이다.

  한일이화 노동조합은 94년과 95년 임투에서 조합원들의 높은 열기와 단결력을 바탕으로 요구안의 대부분을 쟁취하는 성과를 거뒀다. 한일이화 이경해 전 집행부는 효문·연암지역 연대사업에 다른 누구보다 앞장섰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지난 해 임투에서 한일이화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높은 투쟁 열기를 파업투쟁으로까지 이어내고 발전시키지 못한 점이다.

  효문·연암지역에서 처음으로 파업투쟁이라는 '불의 강'을 건넌 것은 영수물산 노동조합이다. 지난 해 영수물산 여성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은 효문·연암지역 9년 노동조합운동 역사의 한 매듭이고 새로운 단계를 여는 '쾌거'(快擧)였다. 효문·연암지역에서 파업 그 자체가 얼마나 넘기 힘든 벽이었던가를 되돌아 본다면 이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영수물산 노동조합의 파업투쟁으로 비로소 효문·연암지역 민주노조운동은 자기 두 발로 설 수 있게 되었다.

  영수물산의 '돌파'는 자신감으로 이어졌고 연대의 기운을 한층 높였다. 삼주기계와 영수물산이 함께 지난 5월 11일 '96 임·단투 승리와 효·연지역 쟁의기금 마련을 위한 하루호프'를 연 것은 연대사업이 그만큼 더 진전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좋은 보기다. 삼주기계는 조합원이 효문과 언양지역으로 나뉘어져 있는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일상활동과 연대사업을 벌여왔다.

  세종공업 노동조합은 지난 해 그 '끔찍했던' 노조정상화투쟁을 승리로 마무리짓고 최용규 5대 집행부를 출범시키면서 '막차'를 탔다. 효문·연암지역의 핵심 사업장이라 할 세종공업 민주노조의 '회복'은 효문·연암지역 민주노조운동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올 임투에서야 일정이 늦어져 어쩔 도리 없이 '뒷차'를 타게 되겠지만 세종공업 노동조합은 발 빠르게 '합류'하고 있다.

  자본과 정권은 6월 7일 한일이화 노동조합 권근섭 위원장과 이준균 수석부위원장을 구속시킴으로써 효문·연암지역 민주노조들의 연대투쟁을 미리 막아보겠다는 속셈을 드러냈다. 6월 8일 민주노총 울산시협의회는 울산시 중부경찰서 앞에서 150명 넘게 모여 항의 집회를 가졌다. 이제 투쟁은 시작됐다.

  효문·연암지역 민주노조들이 이번 96 단·임투에서 시기를 집중하고 나아가 공동의 요구에 바탕한 공동투쟁까지 벌여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난 해 영수물산의 '돌파'를 한일이화가 받아내고 세종공업이 발전시킬 수 있는 데까지는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올 단·임투의 성과가 한국노총 금속연맹이라는 오랜 굴레를 벗어던지고 네군데 민주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태광산업·대한화섬 노동조합이 6월 8일 조합원 총회에서 83.72%의 찬성으로 민주노총 가입을 결의한 것은 이 점에서 자신감을 주는 모범이다.

  현대자동차가 현총련으로 민주노총에 가입했기 때문에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 됐건 전국민주금속노동조합연맹이 됐건 자동차 부품업체 노동조합과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하나의 연맹에서 사업을 함께 할 수는 없는 상태다. 사실 울산지역 연대에 있서 핵심이라 할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의 만남'은 금속산업 민주노조 총단결의 문제와 맞물려 복잡스레 꼬여 있다. 이 판에 현총련이 6월 19일 일산해수욕장 집회를 현총련만의 임·단투 전진대회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그룹별 연맹에 낄 수 없는 효문·연암지역 민주노조들은 갑갑하다. 이번 6월 7일 울산시 중부경찰서 앞 항의집회에서 보듯 모기업 노동조합인 현대자동차보다 어떻게 된게 현대중공업이 더 가깝다.

  효문·연암지역 민주노조들이 자기 두발로 민주노총의 한 주체로 선다 했을 때 이 문제, 다시 말해 울산지역 연대와 금속산업 노동조합 재편의 문제에 있어 커다란 자기 몫이 있다. 현총련과 민주금속연맹이 대립(?)되고 민주노총 울산시협의회가 어정쩡(?)해지는 구조를 아래서부터 문제제기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곳은 지금으로선 효문·연암지역 민주노조들 뿐이다. 현대자동차가 부품업체 노동조합들을 모른 체 하고 연대를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부품업체 노동조합과 현대자동차가 함께 할 수 있는 상급단체는 뭐가 되어야 하는가? 현총련은 아니므로 모기업은 그룹으로, 부품업체는 지역으로 묶이면 되는가? 그런데 현총련이다 민주금속연맹이다 덩치 큰 연맹들이 하나로 힘을 모으지 못하는 마당에 민주노총 울산시협의회가 말 그대로 상급단체로서 제 일을 할 수 있을까? 복잡하긴 하지만 효문·연암지역 민주노조들이 민주노총에 가입한다 했을 때 이 문제들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고, 현총련이 그룹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면 금속산업 대통합과 지역 민주노조진영의 총단결을 위해 뭔가 결단을 앞당기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효문·연암지역 네군데 민주노조 사업장의 '분투'는 또한 효문·연암지역 다른 노동조합들의 민주화와 미조직 사업장의 노동조합 설립투쟁에 힘을 보탤 것이다.

  효문·연암지역 민주노조운동의 차분한 발걸음, 힘찬 전진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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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08:04 2005/02/14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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