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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울교협통신] 78호 97.8.25

 

고용불안과 현장통제에 대한 해법찾기

  지금 현대자동차는 노동조합 7대 임원선거 열기로 뜨겁다. 정갑득(민투위 이탈, 노사랑과 연합), 김광식(민투위), 이상범(현노신), 이경훈(한빛)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현위원장인 정갑득 후보진영은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을 기치로 내걸고 "조합원과 함께 평생직장, 가족과 함께 생활안정, 국민과 함께 사회개혁"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하고 있으며, 김광식 후보진영은 '현장조직력 강화, 산별노조 건설,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기치 아래 "늘 처음처럼 현장에서 미래를"이라는 구호로, 이상범 후보진영은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의 원조가 현노신이라고 주장하면서 "희망주는 민주노조, 안정된 노동조합, 실익주는 집행부"를, 이경훈 후보진영은 '고용안정, 가정안정, 사회안정'을 기조로 "고용안정, 실리추구, 복지정책"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번 선거는 10월이나 11월에 있게 되는 현대정공과 현대중공업 노조 임원선거에 직접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내년 2월로 예정된 민주노총과 통합금속연맹의 새 지도부 구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3만4천여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많이 두는 것은 고용불안과 현장통제 문제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상화된 전환배치와 대규모 하청이관, 정리해고제 조기도입 시도 따위가 기아자동차 부도유예 사태와 겹쳐져 고용불안 문제를 피부로 느끼게 하고 있으며, UPH 상승, 기초질서 지키기, 비디오 카메라까지 동원하는 현장감시 따위로 현장의 위기감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특히 이 문제들은 직접생산부서이든 간접지원부서이든 가리지 않고 조합원 모두가 심각하게 느끼는 문제들이라는 점에서 각 후보진영의 해법 제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용불안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는가? 고용투쟁의 원칙과 방식을 어떻게 제시하는가? 각 후보들이 내놓고 있는 중장기 고용안정 프로그램들은 무엇인가? 현장감시와 노동강도 강화 등 현장통제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들을 가지고 있는가?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는 다음 주 쯤 되어야 이런 문제들에 대한 각 후보진영의 '보따리'가 제대로 풀리겠지만 얼추 갈래는 잡힌다.

  첫째 갈래는 고용불안의 원인을 경제위기에서 찾고 노사공동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때만 고용이 안정된다는 주장이다. 둘째는 경기순환 때문에 고용문제가 생긴다기보다 생산성이 올라가고 기업경쟁력이 높아질수록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용불안의 진짜 원인이며, 기업 안에서 노사가 공동으로 생산성 향상에 노력한다는 것은 고용불안을 오히려 더 심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므로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산업별 단결력을 바탕으로 자본의 과잉축적을 조장하는 산업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총자본인 정부와 맞서 투쟁하는 것만이 고용안정을 쟁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이다.

  현장통제 문제도 현장투쟁을 얼마나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는가에 따라 갈래가 나뉜다. 노동조합의 존재기반과 사업중심을 어디에 두고 있는가? 현장투쟁의 활성화인가? 아닌가?

  조합원들은 지난 10년동안의 경험과 자각을 바탕으로 둘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노동조합의 주인이 조합원대중이라면 선거'투쟁'의 주체 또한 조합원대중일 것이다. 각 후보진영이 대중을 대상화하여 계몽시키는 마당 정도로 이번 선거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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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2/14 10:16 2005/02/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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