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년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간 "트자, 놀자, 틀자"라는 슬로건으로 진행한 공동체미디어교육이후 9월부터 지금까지 공부방 자원활동교사로 활동하면서 교육 준비나 진행에 있어서 공모사업으로 교육을 진행했던 때보다 오히려 게을렀던 점... 있다. 공모 사업이 아닌 자원활동으로 교육을 진행하면 좀 더 자유롭고 섬세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으나.... 구체적인 계획과 의지 없는 기대는 말 그대로 기대로만 그친다는 걸 다시 확인한 한 학기였다. 올해부터는 아르바이트로 하던 일도 끝났고, 작년부터 꼭 하리라 다짐했던 수업 일지(또는 일기, 수다 ^^;;;)를 빼먹지 않으리라! 부르르~

 

#2.

충북민언련 사무실에서 분명 4시 이전 시간을 확인하고 공부방으로 출발, 넉넉한 시간을 믿고 설렁설렁 여유부리면서 걸어 갔는데 공부방 앞에서 확인한 시간은 4시 38분. 30분 수업인데 지각을 해 버린 것이다. 걸어오면서 딴 생각, 여기 저기 두리번 ... 했으나 아무리 그래도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가 아닌데... 민언련 사무실 시계가 고장임에 틀림없다. 윽...

 

#3.

ㄱㅊ이가 공부방을 그만두게 된 상황 때문에 수업 전에 공부방 담당선생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2학기가 되면서 눈에 띄게 겉도는 ㄱㅊ이 때문에 교사회의도 많이 했었는데.. 결국 ㄱㅊ이 어머님께서 더 이상 공부방에 보낼 수 없겠다는 결정을 내리신 거다. 이 녀석이 집에는 공부방에 간다고 하고 계속 밖으로 다닌건데... 용만 선생님이 그렇게 붙잡고 얘기하고 했는데도 ㄱㅊ이 스스로 공부방에 다닐 의지를 보이지 않으니 결국 공부방 핑계로 밖으로 도는 ㄱㅊ이를 붙잡아보고자 어머님이 내리신 결정인거라.

나도 지난 학기 동안 ㄱㅊ이와 이야기를 나누었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ㄱㅊ이의 집 사정이 좋지 않은 건 알았지만, 사실 난 그래도 다른 아이들보다 나으면 나았지 더하진 않았던 ㄱㅊ이가 계속 가족 문제를 방패로 친구들이나 동생에게 못되게 굴고, 극단적으로만 상황들을 몰아가며 정작 자신의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 얄미웠었다. 반복되는 거짓말과 인정할 수 없는 돌출행동... 미울 때가 많았는데... 그러면서도 이혜린 착한 척 하느라 싫은 소리 한 번 안하고 위태위태한 그 녀석을 가식적인 웃음으로 대하면서 그런 식으로 ㄱㅊ이와 어느 순간부터 거리를 두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ㄱㅊ이가 공부방을 그만둔다는 얘기를 들으니 얼굴이 후끈해지는..... 나는.... 뭘 했지? 뭘 하고 있는 거지? 뭘 하려는 거지? ....

 

#4.

공부방 특성상 공부방을 그만두거나 학기 중에 들어오거나 또는 수업에 결석을 하거나 등등 아이들의 수업 참여가 안정적이지 못한 편이라 한 학기 단위로 진행되는 공동작업에 어려움이 종종 생긴다. 우선 기초적인 촬영 편집을 지난 교육에서 경험한 친구와 그렇지 못한 친구가 있고, 또 같은 팀이면서도 수업을 빠져서 작업 과정을 공유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 팀 작업에서 소외 아닌 소외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교사가 그 팀내의 작업의 진행과정을 공유하고, 다시 논의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끌어내야 하는데... 아직은 쉽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 수업은 지난 시간 작성한 공부방 뉴스 기획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이었다. 지난 수업에 뉴스 꼭지로 3가지 아이템을 기획하고 각 아이템별 3팀이 구성되었는데, 팀별로 진행되는 과정의 속도가 달라서 오늘은 각 팀별 작업으로 같이 수업하는 유미 선생님과 역할을 나눠 수업을 진행했다. 패러디형식의 꽁트를 만들겠다고 한 진수, 지훈의 "아 피곤한데" 팀은 자료 수집을, 가족 간의 갈등을 소재로 다큐를 기획한 영은, 용좌, 지수의 "어쩜그래"팀은 설연휴 동안 촬영한 촬영본 모니터와 캡쳐, 시험을 소재로한 다큐를 기획한 용수, 보선이의 "짜증나"팀은 보선이의 팀 탈퇴(?) 용수의 저기압으로 인해 새로운 기획을 고민해야했다.

 

작년 2학기에 공부방에 들어온 영은이와 용좌의 "어쩜그래"팀은 편집 경험이 없기 때문에 촬영본 모니터와 편집(프리미어) 교육이 필요했고 그래서 나는 "어쩜 그래"팀을, 유미 선생님은 나머지 팀의 기획안 구체화하기 과정을 담당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용수와 보선이 팀이 깨지는 바람에 홀로된 용수가 심하게 뚱한 거라. 부랴부랴 어쩜그래팀 편집 교육을 마치고, 유미 선생님께 나머지 두 팀을 부탁하고 용수와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수업 전 아이들이 요즘 용수가 이상하다고, 자기들이랑 얘기도 안 하고 안 논다며 한 번 밟아줘야겠다고(무서운 녀석들 ㅠ.ㅜ) 농담처럼 얘기했었는데... 그러고보니 겨울방학 들어서 용수가 이상한 거라. 나중에 방송국 pd되고 싶다며 방학 전까지 누구보다 수업에 적극적이고 열심이었는데... 그랬던 용수가 지난 주와 오늘 수업에는 아주 꼼짝도 하기 싫어했다. 이런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끌어내려고 해도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답 없는 용수와 질문과 무대답을 반복하다 어찌 어찌 요행으로 용수를 웃게 하고(정말 요행이었다. 난 남 웃기는 재주 절대 없다) 그 때부터 용수의 말문이 트여 수다와 번잡을 연출... 새로운 공부방 아이템 기획을 할 수 있었다. 용수가 저기압이었던데는 지난 시간 공부방 뉴스 아이템을 잡아가면서 잘 풀리지 않자 속상했던 점도 있었고(뭔가 하다가 막힌다 싶으면 쏙 숨어버리는 ... 그런 경향이 강한 친구다) 워낙 용수가 잘해왔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 비해 관심을 덜 썼던 내 문제도 겹쳐 있었던 것 같다. 겨울방학 전까지는 공부방 수업 전에 내가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 용수가 늘 들려서 공부방을 같이 가곤했다. 같이 걸어가는 20분 정도 같이 얘기를 나누다, 요즘은 그런 시간이 없었던 것도 뒤늦게야 뒤통수를 치는거라... 둔한 혜린... 어쨌든 더 깊은 얘기는 못 나눴지만 수업에 용수를 컴백시키는 것까지는 성공. 다음 수업에는 시간을 넉넉하게 준비해서 수업 전이나 수업 후에 용수와 이야기를 좀 나눠야겠다.

 

유쾌한 지훈군은 진수와 자료수집을 하고, 어깨 넘어로 본 느낌은 진수도 흥미를 붙인 듯 ~ 흐흐 너무 흐뭇! 뚱뚱 부은 얼굴로 등장한 보선군은 피로를 이유로 휴식을 요구하며 애교스럽게 임시파업을 선언 ^^;; 미디어교육에 가장 늦게 합류한 영은은 누구보다 진지하고 참하게 편집교육을 수행 ㅎㅎ 엉뚱소녀 용좌는 편집에는 별 흥미를 보이지 않다가 재현장면을 찍기 위한 대본 준비 과정에서 일필휘지로 대본을 써서 놀라움을!!! 방송작가가 되는게 꿈이라는 용좌~ 공부방 미디어교실의 명실상부 권작가로 데뷔하셨다. ㅋㅋ

 

그리고 그리고!!! 지난 여름방학 때 공부방을 그만뒀던 상진이의 공부방 컴백!!!!! 아직은 미디어교육에만 합류한 듯 싶지만 그래도 너무 반갑고 신났던 재회의 순간 ㅎㅎ. 학교에서 상진이 담임선생님이었던 분과 작년 영상제 때 우연히 만나게 되서 상진이 얘기를 들었던 것도 있고, 공부방의 다른 친구들을 통해 상진이가 방황(?) 중이라는 얘기도 들었던 터라 그의 컴백은 더더욱 반갑고 고마웠다. 우자지간 다른 친구들도 좋아하고 나도 좋았고 ~ 흐흐 ~ 오늘 수업 분위기 업!의 일등공신이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상진이에게 "차 타 줄까? 뭐 해줄까? 공부방에서 해 줄 수 있는 건 다해줄께"하고 푼수를 떨었는데, 커피 타 달라거나 라면 끓여달라고 할 줄 알았던 이 녀석이 진지한 얼굴로 "정말 다 들어줄 거에요? 선생님 좋아해도 되요? 진짜루요."하고 말하는데 농인거 알면서 순간 엄청 쑥스러워져서 한참을 버벅거렸다. 내가 떤 푼수에 한 방 먹은게지. ㅋㅋ 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혜린 교사로서의 품위(?)와 자질은 아직도 멀었다는 말씀...

ㅠ.ㅜ;;;...

 

#5.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부산스럽고 요란했던 1시간 반의 수업을 마무리. 얼추 기획 단계는 마무리되고 다음 수업부터는 이 기획을 바탕으로 한 구성안, 콘티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학기 공부방 뉴스 기획에 비해 이번 뉴스 아이템들은 패러디, 꽁트 등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흥미위주의 영상물 위주의 기획이다. 교사가 기획과정에는 되도록 개입하지 않으려 했고 소재와 주제 선정은 팀 내에서 결정하도록 했지만 그게 근본적인 이유는 아니다. 지난 학기에는 이미지텔링이나 기존 미디어(뉴스 등)에 대한 모니터 등의 이야기 발견을 주제로한 교육과정이 배치된데 비해 이번 학기는 그런 과정 없이 처음부터 기획단계로 들어간 것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난 학기에 했으니 이번 학기는...하고 게으름 핀 결과다. 자기 자신과 주변을 토대로 이야기를 발견하는 과정에 대한 훈련이 가장 필요한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의 중요함을 놓치고 만 것. 게다가 오늘은 유미 선생님도 나도 수업 이후에 일정이 있어서 교사회의는 못하고 말았다. 움... 2월부터 다음 학기 미디어교육 수업안 같이 준비하기로 결의했는데, 첫 주부터 펑크... 반성! 우자지간 다음 교사회의 때는 이 부분에 대해 선생님들과좀 더 고민을 나누어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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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3 04:10 2006/02/03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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