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07/19 18:20
Filed Under 이미지적 인간

 

#1. 남들 하는건 다 해본다.


로마 여행의 주제는 남들 하는거 다 해보기였다. 베네치아와 피렌체는 그림을 보고 다니는게 나름의 아이템이었지만 로마는 그렇게 훌륭한 그림이 많지도 않고 (물론 미켈란젤로의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등등이 있기는 하지만 컬렉션 자체가 회화보다는 조각에 쏠려있다.) 오드리헵번 흉내내기 등등을 해 보고 싶기도 했다.


좌우당간 주요 미술관을 돌아다니는 것을 포함해서 온갖 유적 찾아다니기 여기저기 광장 찾아다니기, 투어하기, 야경보러 다니기 등등을 시행했다.


#2. 어디가 유적지인게야?


모든 거리가 유적지 천지인 로마에서 봐야할 곳을 찾는것 자체가 어려웠다. 가이드북에서 설명하고 있는 곳이 여기인지 저기인지 헤깔리기 때문이다. 현대적 건물들속에 유적지가 하나 끼어 있으면 발견하기가 쉬울텐데, 도시 곳곳 아닌 곳을 찾는게 더 빠르지 싶다. 로마는 그 화려함과 장대함이 놀라운 곳이다.


#3. 로마의 명물, 아이스크림, 분수, 광장


물론, 이런 구분은 내가 한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나 푸짐하고 맛나게 먹을 수 있는 젤라또라는 이곳의 아이스크림과 타들어갈것같은 햇살 속에서 오아시스 같았던 분수, 그리고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광장이 로마에서 가장 많은 것중에 하나다.


음식문화가 발달한 이탈리아에 없는 세가지 다국적기업중의 하나가 베스킨라빈스다. (나머지 두 개는 스타벅스와 피자헛이다. 물론 이것들 말고도 사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을 제외하고는 패스트푸드체인을 하나도 볼 수 없다. 젤라또와 함께 물보다도 싼 커피, 그리고 피자의 본고장이다 보니 체인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다.) 거의 하루에 하나씩은 내 주먹 두 개씩은 합쳐 놓은것 같은 아이스크림을 마구마구 먹어주었다. ‘많이 걸으니 이 정도 칼로리는 금방 소모될거야’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말이다.


로마시내 곳곳을 채우고 있는 분수는 그 시원함도 시원함이지만 규모의 장대함과 조각의 화려함이 장난이 아니다. 얼마나 화려한 문화속에서 로마사람들이 살았는지 잘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물이었다. 특히 밤에 조명이 비치는 분수와 그 너머로 보이는 불켜진 건물의 천장화라니... 정말 엄청난 도시다.


광장은 사실 생각보다 실망이었다. 예전의 여의도광장처럼 차가 안 다니는 넓은 공원을 생각했건만 여기에서 광장이락 부르는 곳은 거의 우리나라의 ‘로터리’인 것이었다. 즉, 그저 넓고 이런저런 길들이 통하는 좀더 넓은 길이고 가운데 약간의 공간과 함께 분수가 있는것이 전부였다. ㅠㅠ


#4. 다음에는


뒤로 동전을 던져 넣으면 다시 로마에 올 수 있다는 트레비분수에 동전을 던져 넣은 만큼 만약에 로마를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다음에는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을 차근차근 돌아보고 싶다. 너무너무 볼 거리가 많은 로마이지만 사실 기둥뿌리만 남은 건물들의 유적은 별로 감동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내가 가장 감동 받은 것은 뒤늦게 겨울 알게된 조각들이었다. 당장 그대로 일어나서 살아 움직일 것만같은 이태리의 조각들... 다음에 로마를 다시 온다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조각들을 정말 차근차근 살펴보고 야트막한 언덕과 공원에서 뒹굴거리고 싶다. 로마는 피렌체 만큼 멋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도시였다.


*로마의 경기장 유적지에 지어졌다는 나보나 광장.

로마의 조각가인 베르니니가 제작한 4대강의 분수이다.

왼쪽에 있는 교회를 지은 건축가와 엄청 사이가 안 좋았다고 한다.

이탈리아의 미술사는 미술가들 사이의 질투와 경쟁으로 한결 재미있다.*

 


*4대강의 분수 중 나일강의 분수에서 시원하게 물이 떨어진다.

어찌나 덥던지 햇빛 알레르기가 도지고 말았다*

 


*거대한 4대강의 분수보다 그 다채로운 표정이 묻어나는 조각이 더 맘에들었던 넵투누스의 분수.

넵투누스는 우리말(?)로 포세이돈을 의미한다.*

 


*마치 물을 코로 뿜어 내고 있는 것과 같은 무어인의 분수의 한 부분.

너무 귀엽지 않은가? ㅋㅋ*

 


*주로 여기저기서 물을 뿜어대는 형태의 무어인의 분수*



*로마 국립박물관(조각관)의 안뜰. 로마는 어디나 대리석 조각이 넘친다*


*로마 중심부의 베네치아광장 전경. 정말 로타리이지 않은가?*


*도시 국가의 역사가 길었던 반도땅 이탈리아를 통일한 후 국왕이 되었던

비토리오 엠마누엘2세의 기념관이다.

고대부터 르네상스까지 로마의 중심지였던지라 거리 전체가 유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성당은 로마시내 곳곳에서 흔하게 볼수 있다.

도대체 교회가 얼마나 힘이 대단했으면 이렇게 웅장한 대리석으로 지어진,

그리고 그 안에는 무수한 그림과 조각을 가진 교회가 많을 수 있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과 조각을 보는 것은 좋았으나, 조금씩 섬뜩해졌다.

 


*바티칸 시국에 있는 성베드로 광장. 정말... 엄청 넓더라.ㅠㅠ*


*민박집 언니의 소개로 가게된 로마 떼베레강변의 야시장.

직접 만들어온 다양한 물건들이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었다.*


*아그리파(이 아그리파가 미술 데생에 쓰이는 그 아그리파일까?)가

기원전 25년에 건립한 신전이라고 한다.

2000년이 넘은 신전인데도 우찌나 거대하고 화려하던지...

중간에 기둥이 하나도 없이 만들어진 둥근 천장은 고대인의 과학기술을 실감하게 했다.

하지만 이 고대의 건축물도 청동 조각을 제작하고자 하는 교회에 의해

청동장식들이 훼손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판테온에 있는 라파엘로의 묘다. 르네상스 미술의 천재로 알려졌던 라파엘로는

죽은 후에 어찌보면 이교도의 전당이 판테온에 묻히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라파엘로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죽게된다.

유쾌발랄발칙한 귀족이었던 라파엘로의 주변에는 항상 여성들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성병으로 사망했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라파엘로의 문란(?)한 생활은 집안이 반대한 한 여자를 너~~무 사랑해서

잊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드라마스런 배경도 전해지고 있었다. ㅋㅋ*


*뒤로 서서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오게 된다는 그 유명한 트레비분수이다.

어찌나 사람들이 바글바글한지 발 디딜 틈도 없다.

하지만 시원한 물소리와 조각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참, 분수의 물맛도 좋다. ^^*


*베르니니가 만들었다는 벌의 분수이다.

자그마하고 아담한 분수로 젤루 맘에 드는 귀여운 분수였다.

물론, 여기 물맛도 좋다.*

 


*로마 시내 어디에나 있는 분수*


*고대 유적(집단 목욕탕!)의 벽면을 그대로 이용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산타마리아델리안젤리(이탈리아 교회의 이름은 진짜 어렵다. 젠장...) 교회다.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지?


*로마시대 황제의 유적이 있는 팔라티노 언덕이다.

평탄한 로마시내에서 높은 곳에 위치한 황제의 궁전은 그 어마어마한 규모가 사람을 압도한다.

로마시내의 중심부가 한 눈에 보이는 그 언덕에서 황제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팔라티노언덕에서 바라본 포로로마노.'포로'는 공공광장을 의미한다.

여러개의 '포로'에는 입법, 사법, 행정 부서 및 주요한 신전들이 있었다.

황제의 명으로 지어진 고대 유적의 거리가 포로이다.

사실 기둥만 남아 있는 유적들은 내게 그리 큰 감동을 주지 못했다.

*로마의 상징물인 콜로세움. 건축기술하나는 정말 놀랍더라.

글래디에이터를 다시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부의 검투사와 사자를 가두던 구조가 정교했다.

피비린내가 나는 이 곳을 즐겁게 거닐고 있는게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포로로마노의 입구. 커다란 신전이 거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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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9 18:20 2006/07/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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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CEscher 2006/07/19 2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 이태리는 언제 다녀오셨는감? 아 글고보니 올해가 밀라노에서 OEM 열리는 해였구나. 내 블로그에 방문해준 기념으로 찾아와봤다네. 근데 댓글에 주소를 정확히 달아야지. 첨에 존재하지 않는 주소라고 해서 당황했자너. -_-+++ 글고 8월 초에 한 번 봅시다. 술 한 잔 살테니. ^^

  2. 해미 2006/07/20 1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CEscher/8월초라... 좋소!

  3. 미류 2006/07/27 16: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로마의 분수, 듣고 싶다. ㅎ

  4. 해미 2006/07/27 2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류/ 시원한 소리, 뚫리는 소리... 그리고 시끄러운 관광객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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