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n 2006/07/15 17:21
Filed Under 내 멋대로 살기

간만에 거하게 술을 마셨다. (사실 간만은 아니다. 약1주전 학습지와 철폐연대 동지를 만나 새벽까지 거하게 먹었으니까... ㅠㅠ)

 

훤한 대낮인 오후 4시경 시작된 술자리는 새벽의 노래방으로 까지 이어지면서 끊임없는 이야기와 수다로 채워졌다. 

 

끝을 기약하기 어려운, 그리고 다른 사업장들은 모두 '패'하고만 구조조정 투쟁을 준비하는 동지들과의 술자리였다.

 

지난 일요일 조합사무실을 홀로 지키고 있던 위원장과 얼큰한 해장국을 먹고 왔을때도, 수요일 92%의 찬성율로 쟁의행위가 찬반투표가 끝났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도 난... 참 무겁다고 생각했다.

 

단지의 각오를 상집들이 밝히고, 실천단 전원이 사수대로 결의를 하는 상황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아니 솔직히 얘기해서 지고 말 가능성이 높은 투쟁을 준비하는 동지들과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무거웠다. 그저 파업 들어가면 길어질거구 길어지면 술먹기 힘드니까 들어가기 전에 한번 보자는 자리였다. 그 와중에 이런저런 상황들을 이야기하면서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편하게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햇수로 5년이었다. 위원장 형의 아들은 벌써 고3이 되었다고 하고 같이 온 대의원의 딸은 내가 전에 가져다준 청진기를 가지고 잘 놀고 있다고 한다. 일상의 소소함을 나누려고 노력해 온 동지들과 '지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이 무거움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 되어 갔다.

 

'오늘 안 보면 앞으로 못 볼거 같다'면서 달려온 집행위원장이나 장투동지들과 하이텍 지회장 언니에게 '예비 장투 사업장'이라고 이야기하고 문화제 대신 술자리를 찾은 콩언니나 처음부터 술을 들이붓고 고정 레파토리인 '해방'을 이야기하면서도 '파업프로그램'을 끝까지 이야기하던 아이구나, 모처럼 크게 웃어 제끼는 위원장 형을 지켜보고 있는 사이...

 

나는 '동지'를 느끼고 있었다.

 

줄넘기 운운 하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이 이어지는 소위 '상층'이지만 이렇게 질게 뻔한 싸움이라도 그 안에서 관계를 더 쌓아가고 '우리'가 되기위한 노력과 살핌을 계속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이게 '동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되는 것이 결국 이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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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5 17:21 2006/07/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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