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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on 2004/11/07 23:50
Filed Under 손가락 수다방

교대근무란 일상적인 낮 시간을 제외한 시간의 근무를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의 일상적인 낮 시간이라 함은 아침 7시에서 저녁 6시를 말한다. 즉 이 시간을 벗어나는 것을 소위 교대근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상 잔업과 특근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우리의 노동환경에서는 모든 노동자들이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대 근무는 수면장애와 정신질환, 그리고 위장관계 질환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 건강의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여성에게 특별한 문제가 바로 임신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임산부의 교대 근무는 저체중아(2500g 혹은 미만)나 조산(재태 기간 37주 미만)과 관계가 있으며, 이 외에 서있는 자세, 기계에서의 작업, 육체적 소모, 정신적 스트레스, 환경노출 (추위, 더위, 화학물질, 소음) 같은 다섯 가지 요소가 조산에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교대근무는 자연유산의 빈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다. 결국 가임기 여성에게 교대 근무는 조산아와 저 체중아 그리고 자연 유산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이와 관련한 한국의 실태는 자세히 조사된 바가 거의 없다. 일부 기초적인 결과들을 인용하면 우리나라 평균 유산율이 10~12% 정도라고 알려져 있는 반면 3조3교대의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병원 여성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이 두 배에 가까운 22.8%가 유산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또한 비공식적인 결과이기는 하지만 변형일근을 하고 있는 도시철도 여성노동자들의 유산율 역시 25% 가량 된다고 한다.

물론 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비단 교대제뿐만이 아니다. 일년 내내 기차를 타고 다니는 철도의 여승무원 일곱 명 중 네 명이 유산을 경험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밤새워 표를 팔고, 차량을 정비하고, 심지어 달리는 기차에 뛰어 오르고 내리며 수신호를 보내고 차량을 연결, 분리하는 일을 하는 입환 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대부분은 생리불순과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보건 휴가를 받으면 다른 누군가가 두 배의 일을 해야 한다. 법이 정한 보건휴가는 공허한 이름뿐이다. 심지어 애를 낳는 날, 심해지는 진통 속에서도 표를 팔아야 한다. 심지어 명절에는 병가 금지 공문이 내려온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여성들은 그들의 노동과 건강을 착취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어머니, 아내, 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은 노동의 유연화로 표현되는 지금의 세계적 자본의 흐름이다. 2001년 통계에 여성노동자의 경우 비정규직이 73.3%를 차지하고 있다. 정규직을 포함하여 여성노동자 임금의 평균은 남성노동자의 63%에 밖에 안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건강과 무관하게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에 맞추어 일을 해야 한다. 또한 여성은 출산과 양육으로 인해 스스로의 선택이든 사측의 압박에 의해서든 취업의 단절을 겪게 되는 경우가 흔하고 이후 재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거의 비정규직이 되기 쉽다. 보호받아야 할 숭고한 모성을 빌미로, 오히려 여성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열악한 노동조건은 또 다시 모성을 위협하는 현실, 그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어머니, 아내, 누이들의 현실이다. 누가 수퍼우먼을 요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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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7 23:50 2004/11/07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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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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