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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보름 째

서서히 식량이 떨어져가는 배에서 혼자 보트를 타고 먼저 육지를 찾는 형국. 중간에 다른배에 탈 수 있을지 육지에 다다를 수 있을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그저 내 판단에는 그 배에 계속 타고 있는 것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는 달랐으며, 식량도 동료도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사실만이 눈에 보였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배에서 내려야겠다는 것이 최선이라 여겼다. 하루하루 게으름과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내게는 어찌어찌하여 알게된 동갑내기 탈북여성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얼마전까지 좀 험한 일을 하고 있다가 최근엔 백수 상태다. 얼마전 이 친구랑 술한잔 하는데 전혀다른 환경에서 살아왔음에도 최근 이 친구의 기본적인 고민 또한 게으름과의 싸움이다. 이 친구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다시 해보기로 한다) 내게는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몇가지 장애요인이 있다. 첫째, 나침반이 없다. 직장생활 5년...7년 전 아버지의 부도로 조각난 가족들은 아직도 생활의 기반이 잡히지 않았다. 5년 동안 그저 하루살이처럼 살아서 내게 남은 것은 아무 목표없이 월급을 모으고, 월세방 보증금 대출상환일을 보름 남기고, 아직도 몇개월 남은 적금을 깨야할지 고민하는 데에 시간을 보낼 뿐이다. 내 미래는 솔직히 진지하게 고민해 볼 여유도 없었다. 내 인생의 나침반이 없었다. 그래서 직장에 대한 고민없이 그저 당장 일할 수 있고, 임금체불이 없다는 것에 만족했다. 이제와서 그것을 찾는다는 게 참 어렵다. 둘째, 인생의 동반자 작년에 동생이 먼저 선수치고 결혼해버렸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친구도 있었지만, 나는 그만한 자신감을 내 자신에게서 느끼지도 못했고, 사실 그 친구를 그렇게 믿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나이가 차는 것에, 단순히 몇 푼 돈에 얽매이는 생활이 그래도 조금은 풀리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희망 정도였고, 사랑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결혼은 사랑보다 어려운 여러가지 고려요인이 많았다. 당분간 결혼은 생각하지 않기로 그냥 미뤄둔다. 내가 부족한 것(사실 경제적인 걸로 헤어졌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일 뿐이지, 위에 언급한 것들이 더 결정적이다.)들과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을 만난다면... 그 때가서 다시 생각해 볼 거다. 셋째, 병든 육체와 정신 몸이 엉망이다. 성한데가 없다. 기본적으로 목표없이 살다보니, 게으름이 몸에 뱄다. 부지런히 살아도 모자랄 판에 게으르다보니 걱정거리가 있거나, 약간만 부담이 되는 상황이면 미루거나 피하기 일쑤다. 망가진게지... 넷째, 잃어버린 시간 당장 급한 것들에만 목을 매달다보니 시간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정말 바보같다. 아깝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 나의 무지와 무능력에 갑갑하다. 시간을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았었는데... 그 기회들을 날려버렸다. 백수 기간 동안 이제 이걸 다잡을 요량인데... 그리 쉽지는 않다. 일단 빚진 돈만 갚아도 완전 제로에서 시작하게 된다. 일단 사람을 많이 만나야겠다. 그리고, 세상에 쓸모있는 인간이 되도록 내 자신을 채근하며 새로 내 역사를 써가야겠다. 내 나이 서른 둘 이제서야 입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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