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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무엇을 할 것인가?

새해에 책을 한 권 읽었다. [미래를 읽는 기술]이라는 책인데, 시나리오 플래닝에 관한 책이다. 책소개는 구구절절 하지는 않겠다. 그저 앞으로의 우리 삶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고민하고 준비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에 필요한 자세와 몇가지 기술적인 부분을 알려주는 책이다. 또한 개인의 삶이 이제는 전반적인 사회의 흐름에 따라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에 대해서도 전망해 보게 한다. 저자가 미래/경영 관련한 직종에 종사하는 관계로 대부분 그러한 내용이지만,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따라 우리 삶이 뜻하지 않을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는 것이 주된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책을 읽고난 내 느낌은 이랬다. 당장 우리가 나이가 들어 세상이 변했다라고 느끼게 된다면 단순히 취직하려고 토익점수 받는 식의 영어공부는 무의미해진다. 어학은 디지털 문명의 발달로 인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의미가 심화된다. 물론 개별 국가의 문화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점수 몇점이 아니라, 얼마나 타 민족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가에 따라 관리자의 능력을 평가받게 될 것이다.(실제로 소위 선진국의 청소년들은 4~5개국어를 구사하는 것이 최근의 유행이다, 그만큼 특정 국가 내부만의 업무는 줄어들고 있다.) 또한 산업기술의 발달로 인해 생산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며, 이러한 일터도 특정국가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특정기술을 보유하였다 하더라도 툴의 변화와 산업 전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 이전의 임금이 보장되기 어려울 것이다. 먹거리에 대한 부분은 아주 심각하다. 특정 지역에 특산물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지역에서의 재배가 시장성이 떨어지게 되어 전 지구적으로 특정 지역에서만 국한되어 재배된다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번 경동시장에 나가보자. 콜라겐이 들어있담서 잘 팔리고 있는 석류는 모두 이란산이다. 이미 한국산 석류는 시장성이 없기 때문에 관상수 이상의 의미가 없다. 음식 자체가 퓨전화 되고 있는 지금은, 자국에 시장성 높은 작물과 그렇지 못한 작물을 구분하는 것이 자국 농업 사수에 더 현명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작물이 활용되는 요리를 타국가에 전파하고, 특용작물의 경우 타국가의 농경지를 매입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쌀과 같이 우리의 주식인 작물의 경우는 지금처럼 별 대책없이 반도체나 자동차, 핸드폰을 더 팔기 위해 쌀수입 개방은 해 놓고 시기를 조금 늦추는 식으로는 결국 농민들이나 국가나 나중에 앉아서 당할 수밖에 없다. 결국 농업이나 어업 등의 기초산업은 어느 정도의 시기에는 계획경제를 일부 도입하는 것이 다같이 살 길이다. 미국이나 중국은 이미 전세계 대부분의 식물유전자를 수집하여 확보한 상태다. 어느 지역에서 가장 높은 품질의 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가의 데이터가 확보된다면 아마 이들 국가의 식량자원 회사들은 다음에는 그곳의 땅을 사들일 게 뻔하다. 게다가 가공식품의 경우 이제는 천연식품보다 싸질 것이다. 아마 내가 손자를 보게되는 시점 이전에 도시락 반찬으로 햄이나 소시지를 먹는 아이보다 야채샐러드를 먹는 아이가 더 잘 사는 집 아이가 될 지 모른다. 경제적으로 빈곤할 수록 더 비만해진다. 한국에서 고령화 사회도 큰 문제이다. 아래는 동아일보 기사 일부다. [2000년 한국의 20∼6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1%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 터키에 이어 가장 낮은 수준. 그러나 이 수치는 2050년엔 무려 67%로 상승해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와 함께 ‘노인 부양비율’이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이 보고서는 전망했다. 또 2050년에는 경제활동연령층 1.2명이 은퇴자 1명을 부양해야 한다. 2020년까지는 다른 OECD 국가들보다 경제활동인구가 더 빠르게 증가하겠지만 2020년부터 근로인구의 갑작스러운 감소가 예측되기 때문.] 자...여기서 주목할 것은 2050년 65세 67%가 되므로 노인정책이 필요하고 실버산업이 어쩌구...이런 게 아니라.....2020년부터 근로인구의 갑작스러운 감소라는 부분이다. 이게 일종의 시험문제 속의 함정과 같은데, 2020년부터 근로인구의 갑작스러운 감소는 2020년 근로인구가 되는 20세, 즉 2000년도부터의 출생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을 안하기 때문이다. 각 나라의 산업과 경제의 변화는 그 나라의 출생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2020년 부터 한국의 단순히 노인이 더 많은 늙은 한국이 아니라, 일할 사람이 부족한 생산성 감소의 위기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이 부족한 노동력은 누가 채우는가? 이미 지금 실업의 고통을 받고 있는 20~30대들은 그때까지 기다린다면 아마 자식 또래들과 경쟁해야되므로 그런 바보짓하면서 마냥 기다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그 애들과 지금 실업자들은 경쟁할 스테이지 자체가 다르다. 그 아이들은 이제 이민의 유혹과 외국인 노동자와의 경쟁에 놓여질 것이다. 게다가 부양할 부모와 심지어는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이미 감소된 일자리에 이번엔 인력난이 심해지므로, 지금 안정적인 직장과 아이를 갖고 있는 사람은 애만 똘똘하게 잘만 커준다면, 지금의 약간의 괴로움은 애가 직장 얻을 때까지만 기다리면 일단 한시름 놓을 수 있다. 오히려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안 갖겠단 생각을 하시는 어설픈 재테크박사들은 생각 잘못하는 것이다. 지금은 10년 적금드는 것보다 애 하나 낳는 게 더 이득일 수 있다. 키워놓으니 배반하면 어쩔 수 없지만... (당장 몇시간 후에 나는 친구 아들 돌잔치에 가야한다. 젠장 부럽다.) 또한 수십가지의 직종이 사라지고 또 다른 무언가가 그 자리를 채울 것이다. 지금 옆에 누가 가지고 있다고 무슨 자격증 어쩌구를 따는 것은 그저 뒷북을 치기에 급급한 자기위안일 뿐이다. 그 시간에 아이씨큐 켜놓고 다른 나라 애들하고 채팅하거나, 친구들과 주제를 놓고 소주 한잔 하면서 이빨까거나, 내가 잘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골방에서 고민하는 게 더 잘하는 짓일 지 모른다. 이런 저런 일들을 해 보았다... 나는 그 흔한 토익,토플,텝스 한번 본 적도 없었고, 주위친구들처럼 어학연수, 배낭여행 같은 거 가 본 적도 없다. 게다가 운전면허도 없다. (사실 그런 시간도 돈도 기회조차 없었다. 제대한 후론 그저 항상 일하고 월급받고 그냥 그럭저럭 시간을 소진했을 뿐이다. 돈이 없다는 핑계로.. 그나마 대학 졸업하기 전까진 그 울타리 안에서 해볼 수 있는 건 해 볼만큼 했다는 게 다행이지만...) 그러다 보니, 그런거 없이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웬만큼 했다. 얼마전 그만 둔 직장에서 몇명 안되는 곳이었지만, 내 직급은 과장이었다. 해 왔던 일은 모두 국내신규사업 혹은 신규상품의 정착이 목표였다. 직장 내의 동료들, 거래처의 직원들 특정 전문 영역에서 나보다 많이 알고 뛰어난 사람들도 많았지만, 대부분은 고민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부분에 대해 수동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단지 그들보다 좀 더 능동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 밖에 나은 점이 없었다. 그것이 단 5년만에 무너져 내렸다. 사실 상실감이 매우 크다. 배터리가 다 되어버린 것처럼, 다른 누구 때문이 아니라, 내 스스로가 수동적인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 짜증이 났다. 그러다보니, 정말 가진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2005년 과연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당장 앞으로 1년동안 나는 내 자신의 부족한 것을 채울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혼자 힘으로 무언가 만들어낼 거다. 외국어는 내 밥벌이가 아니라, 지구 반대편 어딘가에 있을 또다른 나의 친구, 동지를 만나기 위해 혹은 적과 싸우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여러가지 디지털문명의 매뉴얼을 익히는 것은 더 어린 세대들과 소통하기 위함이며,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앞으로 씌여질 역사의 패턴을 알기 위함이고, 문화를 공부하는 것은 풍요로운 사고를 위해서다. 이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 나는 앞으로 나보다 더 어린 친구들과 일하게 될 것이며, 그것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나아갈 방향을 미리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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