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주룩주룩이던 어제 오후, 대한민국 경찰이 홈에버 상암점 매장입구를 또다시 봉쇄했더랬슴다.
듣자니, 이날 아침에 있은 국무회의 때 한덕수 총리께옵서 파업을 일단 풀라며 “원만한 해결” 운운했던 모양이더군요. 워낙에 군대나 경찰 같은 관료조직이란 데가, 오야붕이 날이 덥다믄 따까리들은 태양을 향해 물대포라도 쏴야 하는 데라 그런지, 비오는 날 우루루 와갖곤 설레발을 쳤던 거죠.
이런 걸 보고 있노라니 한편으론 일선 전·의경들도 공무원노조를 만들든지 해야잖나 싶던데. “국민이 불편할 때” 친구처럼 달려가겠단 홍보판 닭장차 옆에다 달고 다님 뭐합니까. 정작 실제론 국민한테 불편만 끼치러 돌아다니고 있는 셈인데요. 통수권자가 들어야 할 욕까지 대신 듣기나 하구 말이죠..
물론, 이 모든 걸 조직의 특성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건, 노조측서 점거매장 수를 더 늘릴 참이라 이에 대한 맞짱 차원서 이뤄진 엄포에 가깝기도 했던지라서요.
하긴, 물리(적 동원능)력에서 보자면야 홈에버 노조가 어찌 대한민국 경찰을 당할 수 있겠슴까. 노조로선 “조짐”이 안 좋을 때마다 일당백으로 달려와 붙어주는 연대의 힘으로, 산술적인 비교로는 잡힐 수 없는 “균형”의 벡터를 그나마 만들어내고 있다고 봐야겠죠. 어제도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현장에 합류한 비조합원들 수가 얼추 6백 명이었으니까, 기민하게 들고나는 이런 “분위기”가 경찰의 섣부른 행동을 제어하는 데 일정한 효과를 낳고 있다 해야할지도 몰겠슴다.
게다가, 물리력에서 경찰이 늘상 우위일 수밖에 없다지만, 현장 “주변”(좁게는 상암점에 계약으로 들어와 있는 점주분들부터, 넓게는 마찬가지로 비정규직투쟁을 매개로 움직이는 또다른 주체들에 이르기까지)을 둘러싼 흐름이 또 경찰을 앞세운 대한민국 정부 입장선 그리 녹록치가 않은 게 더 문제겠다도 싶고요.ㅋㅋ
뭔 얘기냐면, 설사 상암점을 제대로 쳐서 깨끗이 정리한다 한들 일테면 이스라엘 군이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색출할 때, 누가 헤즈볼라고 누가 헤즈볼라가 아닌지 가려내기 졸라 난감했던 것마냥 홈에버 비정규 조합원들과 조합원 아닌 사람들을 갈끔히 자르기가 굉장히 모호해지고 있더라는 거죠.
홈에버 울산점 같은 경우 민주노동당 대표가 입주한 점주들한테 자기들만 좋자고 점거투쟁 벌이는 게 아니니 만큼 매출에 지장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봐달라고 했더니, 그랬다더라구요. 십분 이해할뿐더러, 내심 돈맛에 환장한 이랜드가 제대로 밟혔음 싶다고 말이죠. 이랜드그룹이 (비정규)직원 물론 지네 소유라는 건물에 들어오는 점주들한테도 워낙 악명이 높거든요.
하는 짓 보면 이랜드그룹 자신 맘몬의 화신이면서, 노조를 사탄에 꾐에 빠진 테러집단으로나 규정하고 있으니 대화랄 만한 게 있을 턱이 있겠슴까. 옆에서 지켜봐온 점주들도 정말 어이가 없었겠지요. 어쩌면 알량하나마 ‘신앙인’이라고 김승연 회장마냥 “조직”을 안 쓴 게 어디냐고 자조해야 할지도 몰겠슴다그려(물론 합법화한 용역업체를 써먹긴 했지요).
줄기찬 다이어트로 브랜드가치를 올리려는 기업법인들이나, 대놓고 이들의 후견조직임을 자처하는 대한민국 정부 입장에서야 전체 노동인구 중 거의 70%를 넘나드는 고용인구의 비정규화(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소냐, 라고들 합니다. 물론 그럴 텐데, 문제는 이런 거죠.
그런 식으로 가는 만큼, 비정규화 압력이 너나할 것 없이 일상화돼버린 상황에서, 적어도 홈에버 노동자들과 같은 대응이 이뤄진다고 그걸 찍어눌러, 이른바 “일벌백계”의 치안효과를 기대하기란 꽤 힘들어지겠더라는 검다. 자본과 국가가 비정규화로 (노동)비용을 최대한 외부화하는 데 쿵짝 맞추는 것까진 좋은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반”의 압력도 그와 아울러 광범하게 불어나고 있달까요?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모토를 자본이든 기업이든 계속 붙잡고 있는 한, 치안에 필요한 물리력 행사의 빈도나 규모가 자꾸 늘어나도 치안의 양상은 마치 두더지 게임하듯 지루하고 “성과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잖나 해요.
이런 이반의 압력이 물론, 마냥 좋은 쪽으로만 귀착하지만은 않을 겝니다. 우석훈씨가 최근에 쓴 글에서 한 분석마따나, 내·외부적인 “식민지”의 창출로 이런 압력을 또다른 희생양을 찾아 “이전”거나, 자본축적의 압력이 만들어내는 삶의 피폐함을 일거에 일소해줄 “초월적 힘”에 대한 갈망에 탄력이 붙을 공산도 만만치 않죠.
궁극적으로야 이런 경우의 수를 불식시킬 경우의 수, 일테면 이번 홈에버 점거투쟁과 같은 흐름이 만만찮은 세를 이뤄 세계화가 그간 추구해온 시(공)간대와는 “다른 시(공)간대”를 열어젖혀야겠지만, 우울한 경우의 수는 뭔지를 알아야 또 바람직한 경우의 수도 효과적으로 밀고나갈 수 있는 걸 테니까요.
우리가 fta는 아무튼 무조건 되(어야 하)는 패라며, “분석”은 하나도 없이, 한민족의 성령으로 충만한 간증만 일삼는 노무현은 아무래도 아니잖겠슴까?^^;
암튼, 점거농성 매장을 늘리겠다는 이랜드 일반노조의 투쟁방침에 대해 경찰이 이런저런 치고빠지기로 견제를 하고 있습니다만, 설사 이런 상황이 “분쇄”된다 하더라도 그건 또다른 시작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거. “당사자”인 홈에버 노동자들과 “당사자가 아니”라고들 하는 사람들하고의 경계가, 다름아닌 자본이 지난 10여년 간 공들여온 축적전략 덕분에 상당히 모호해져버린 상황인 듯싶다는 거. 노조나, 이를 지원하는 민주노동당 지역위 및 사회당 등 여러 연대단위들로선 이런 조건이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 들이치는 못불처럼 흘러넘칠 수 있을지 중지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더랬습니다. 당장에야 결국 전원 연행으로 끝맺음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위원장님도 그러시드라구요. 당장 조합원들이 연행되더라도, 그게 끝인 줄 알면 착각이다, 상암이 막히면, 일산에서, 일산이 막히면 목동에서 하는 식으로 투쟁은 이어질 거라고요. 추이를 좀더 봐야긴 하겠지만, 그렇더라도 이게 그저 최소한 노무현식 “호언”에 그치진 않을 것 같더라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습니다.
위원장이 젤 앞선에서 움직인다지만, 그간 드나들면서 느낀바, 노조 위원장의 저런 발언을 가능케 하는 근본동력은 바로 조합원 어머니들이셨거든요. 주류-부자신문들이야 위원장을 치면 된단 식으로 조합원 어머니들이 꾀임에 빠져 그렇다는 쌍팔년도 가락을 틀어대지만, 위원장을 치는 건 아마도 몸통이 아닌 꼬리를 자르는 격이 될 겝니다. 그나마 몸통 찾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닐 테고요.
하여, 경찰이야 홈에버 상암점에 농성중인 노동자들을 마치 북어 패듯 닥아치면 제풀에 지칠 거라 보는 모양이라지만, 글쎄요, 한 번 계속 그렇게 패보라지요.
그러면 그럴수록 북어의 속살은 점점 더 쫄깃해질 뿐임을 현장에서 몸소 확인하게 되니 말입니다. 권력의 척도로는 포착할래야 포착할 수 없는 투쟁의 쫄깃함을요. 게다가 그 쫄깃함은 상암점을 둘러싼 안팎의 경계를 차츰 흐리며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잖나, 아니 이미 어느 정도 형성돼 있잖나도 싶어요.
이것참 얘기하고 보니, 짭새들을 원망해야는 건지, 의도하지 않은 노고를 치하해야하는 건지 몰겠슴다그려. (안 그래도 어젠 조합원 및 연대하러 온 노동자분들께서 맥반석 계란을 전경들과 함께 나눠먹기도 하는 모습이 간혹 보이기도 했더랬습니다만, 아무리 딱까리라지만 이 정도 대접이면 후한 거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