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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과 반역 그리고 재즈(원제 Uncommon People), 에릭 홉스봄, 2003/08, 영림카디널
을 들었다. 거기다가 출근길이다. 서문정도는 읽고 아침을 시작하고 싶다. 아침에 시작하는 책은 그 출발만큼 근사하게 읽힐 수 있으닌깐, 문제는 운전하면서 읽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식으로 운전중에 딴짓하는 게 좀 되었다. 정차중에 읽는 건 당연하고, 가끔은 운전중에 운전대에 책을 놓고 눈을 굴리기도 한다. 오늘이 그런 날 중에 하나다. 책에 눈을 고정한채 흘낏 앞차가 빠져나간다고 생각했던지 브레이크에 놓인 발을 뗐다. 그리곤 꽈당.
희미한 진동(?)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다. 아직까지도 책에 정신을 놓고 있는, 숙인 고개를 들었더니, 내차의 오른쪽 앞 귀퉁이와 앞차의 왼쪽 뒷 귀퉁이가 붙어 었다.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육중한 두 쇠덩어리 소리치고는 아주 가볍다는게 신기하다. 범퍼의 위력이란 ^^
멍하니 차문을 열고 상대에게 다가가며 속으로는 명함을 드리고 보험처리하자고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죄송합니다, 어떻게 해드릴까요?' 범퍼가 약간 들어간 것을 확인한 상대 운전자는 '일단 차를 빼보시겠어요?' 난 멍한데, 그분은 차분하다. 차를 빼고 다시 얼굴을 마주 보았는데, 범퍼에 까만색 얼룩만 남은 걸 확인한 운전자는 대뜸 '그냥 가시죠' 한다. 내가 흔히 들어왔던 교통사고 실갱이는 온데간데 없는 허망한 결말이다. '죄송합니다'라고 한번 더 했어야 했는데, 아마 안한 것 같다. :(
물론 내 자동차에 약간의 구겨짐이 있었고 페인트도 떨어져 나갔다. 어찌됐건 첫번째 추돌사고일진데, 그런데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뒤에서 들이받힌 기분이 썩 좋지 않았을텐데도, 시종일관 공손함을 잃지 않은 그 운전자의 태도때문이다.
가. 다시는 운전하며 딴짓하지 않기.
나. 내가 받히더라도 상대를 정중히 존중하기.
기분 좋은 오늘 아침 출근길의 두개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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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z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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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작업의 정석'에 나오는 손예진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ㅋㅋ혹시..앞차에 예쁜 여성 운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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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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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운전하며 책읽다니, 너무 위험하다. '가'의 결심을 꼭 지키길 바란다. 정말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오디오 북을 사거나, 그 전날 밤 소리내어 읽은 것을 녹음한 후에 아침 운전할 때 다시 듣는게 좋겠다.부가 정보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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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zoo / 바라는 바지만, 전혀 아니올시다.hand / 그럴라구요. 혹시 한국에 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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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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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러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구만.부가 정보
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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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보면서 운전한 적은 있는데...책 보면서 운전은 흠...저 6/2일날 한국에 가요...주은이랑 얼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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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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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 / 인혜누나한테 올해 안에 둘이 결혼 안하면 결혼식 참석 안할거라고 압박을 좀 했더이다. 한국에 오면 얼굴 한번 보여주세요. 형 얼굴본지 1년도 넘은 것 같군요.정은 / ㅋㅋ 오는 날이 얼마남지 않았구나, 나도 주은이 얼굴 본지 좀 되었는데, 워낙 그 녀석이 바빠서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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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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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홉스봄의 책에 등장하는 재즈 뮤지션들의 시디를 들으면서 안전운전하시구랴~ ㅋㅋㅋ부가 정보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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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 / 재즈는 잘 모르지만, 한번 시도는 해보죠.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