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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들이 아파트를 점거했다. 현행법상 불법점거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당당하게 아파트를 점거하고 생활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외치기 시작했다. 한국사회의 빈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주장하고,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노숙인의 이러한 활동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에 16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는 ‘노숙인들의 반란, 빈집점거(Squat)!’ 토론회가 열렸다. 부천의 철거예정지역인 삼일아파트를 무단 점거하여 생활하고 있는 노숙인 모임인, ‘더불어사는집’의 활동 의의와 앞으로의 노숙인 문제에 대한 논의를 위해 마련된 이번 토론회는, 양연수 민노당 빈민위원회 대표, 임진택 ‘더불어사는집’ 구성원, 김장, 김윤환 오아시스 프로젝트 미술가, 남원식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얼마 전까지 노숙생활을 하다 ‘더불어사는집’에 참여, 빈집점거를 통해 자활을 준비 중인 임진택 씨는 자신이 노숙인이 된 계기와 노숙생활에 대해 설명하고, “노숙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이 가능한 집”이라며, “정부의 쉼터 등을 통한 자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장 미술가는 유럽 점거(Squat) 활동 역사와 의의를 설명하며, “도시빈민운동으로서 Squat을 지지하며,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제기이자 혁신적 실천”이라고 역설하였다.
남원석 연구원은 “노숙인 점거를 두 가지로 이해할 수 있는데, 첫째로 상징적 의미로 한국의 주거문제에 대한 문제제기가 될 수 있고, 둘째로 노숙인 운동 양식의 가능성으로 제도의 흐름에 따라 형성되었던 다른 운동의 형태와 전혀 다른 개념의 운동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사회단체들은 빈집점거의 목표의 공유와 기존 운동과의 연계를 고민이 필요하고, 민주노동당은 한국의 전반적 주택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양연수 대표는 “‘더불어사는집’은 노숙자 자체의 모임으로, 일차적으로 노숙자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고자 형성된 것”이고, “앞으로 생산공동체로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정부의 주택정책의 불합리성을 지적하고, “노숙인과 같은 빈민 문제는 사회의 책임”임을 강조하며, “노식인들은 주거권 확보를 위해 사회의 공간과 공공시설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빈집 점거 이후, 생산공동체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이냐”는 청중의 질문에 양연수 대표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고, 장기적으로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형태를 고민 중이다”라고 답했으며, 이어 김윤환 미술가는 “점거 운동이 논리적이고 철저히 계획적이길 바랄 필요는 없다”고 설명하며, “점거 자체를 하나의 운동이자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사회에서 ‘점거’라는 개념은 낯설지 않다. 개발논리 속에서 빈민가 마을에서는 점거라는 방식을 통한 빈민들의 생존 방식이 있었고, 노점상들은 길거리 점거를 통해 생존권을 지키려 했었다. 이것의 연장선 상에서 현재의 ‘노숙인 빈집점거’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시각이 확대될 때, 빈민의 문제도 점거의 문제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최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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