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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왜 투기자본일 수밖에 없는가

하나금융지주, 왜 투기자본일 수밖에 없는가

감시센터, "헐값 매입, 지분매각, 슬림화 이후 구조조정... 전형적 투기자본 행태"

 

라은영 기자 hallola@jinbo.net

 

또한 현재 하나금융 지주회사가 보이고 있는 행태는, 지주회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금융권에서 새롭게 등장한, '신종 구조조정의 사례'라는 점에서 관련 노동계의 우려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일 거래소에서 진행된 '투기자본감시센터/증권노조 하나지주 구조조정 저지 공대위 공동 기자회견' 모습.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헐값 매입 그리고 내부 정리용 지분 매각

 

하나금융지주는 2005년 5월 대한투자증권과 대투운용을 4,750억 원에 사들였다. 당시 매입 과정에서 ‘헐값’논란이 있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가 대투증권을 매입한 이후에 보이는 행태가 투기자본의 전형이라는 지적이다.

 

하나금융지주는 대투증권을 인수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대투증권 자회사인 대투운용의 지분 51%를 1,500억 원에 UBS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06년 10월 하나증권을 자회사로 편입시켰고, 11월 하나증권의 리테일본부(소매영업)를 영업양수도(어떤 회사가 영위하는 영업, 사업을 다른 회사나 개인에게 파는 것) 방식으로 대투증권으로 넘길 계획을 밝혔다.

 

계획 발표 이후 곧이어 하나증권의 지분이 리만브라더스로 매각된다는 언론보도들이 터져 나왔다.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하나금융그룹의 상품을 전담하여 판매하는 별도법인 하나GMG를 설립했다.

 

복잡해 보이지만 원리는 간단한다. 하나금융지주는 지주회사 출범 1년의 시간동안 ‘외국자본으로의 지분매각을 통한 수익 확보, 향후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하나증권은 껍데기만 남을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하나금융지주, 리만브라더스를 통한 구조조정 계획

 

하나금융지주는 2007년 11월 30일까지 하나증권의 자회사 편입을 완료해도 됨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주식맞교환을 통해 하나증권을 완전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유가증권매매로 명백한 증권거래법 위반 사항이다.

 

투기자본 감시센터는 "하나금융지주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하나증권주식을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주식 교환했고, 이를 위해 우선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을 개별 접촉까지 해가며 집중적으로 우선주를 매입하여 50%에 지나지 않았던 지분율을 65%까지 끌어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말 그대로 하나증권 소액주주들을 싼값에 스퀴즈아웃(소액주주 내몰기)시키고 그 차액을 하나지주가 독차지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감시센터는 하나증권의 리만브라더스로 매각 협상이 상당히 진전된 시점을 고려할 때, 매각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회사 편입을 앞당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나금융지주 홈페이지


뛰어든 인수전에 고배를 마셨지만 계속되는 기도

 

하나금융지주는 대투증권 인수당시 싱가포르 국영투자은행(테마섹)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당시 테마섹은 지분참여 조건으로 원금 연 10%의 수익률 보장을 요구했다.

 

투기자본 감시센터의 설명에 따르면, ‘테마섹’은 기업 가치 제고와 기업의 사회공공적 측면은 도외시한 채 단기적 이익만을 꾀하는 대표적 투기자본이다. 그리고 하나금융지주의 최대 주주(9.89%)이기도 하다. 물론 정부의 수익률 보장 불허조치로 인해 이 컨소시엄은 무산되었다.

 

그리고 대투운용 매입을 시도한 UBS는 2004년 스위스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또한 현재 미국 SEC로부터 의도적으로 미국 국채의 공급 부족 상황을 초래해 시세를 조작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하나증권의 지분을 넘기려 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리만브라더스의 경우도 지난 2001년 11월 고려산업이 확정채권 8000억 원 가운데 채권자 90% 이상의 찬성을 얻어 정리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으나, 고가로 채권을 매수할 것을 요구하며 정리계획안을 반대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투기자본 감시센터는 “하나금융지주는 공공성을 외면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본이라도 지주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는 하나금융지주가 투기적 행태를 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기자본은 ‘상생’이 아닌, ‘이윤율’ 최고의 방식만 택한다

 

하나지주 사측은 '대투증권은 브로커를 강화하고, 하나증권은 IB로 특화시켜 각각의 장점을 살리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보면, 하나증권을 자회사로 편입시킨 후 영업양수도 방식으로 하나증권 리테일(소매영업)은 대투증권으로 넘기고, 하나증권의 지분은 리만브라더스로 매각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하나GMG를 통해 대투의 펀드 상품 등 자회사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투기자본 감시센터는 "하나증권과 대투증권의 리테일 통합을 통해 하나증권을 슬림화한 뒤, 리만브라더스로 매각하고, 대투증권을 비롯한 자회사의 상품을 하나GMG를 통해 판매하여 사실상 계열사 모두를 구조조정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기존 하나증권의 리테일 본부를 대투로 넘기는 영업양수 과정은 향후 지주회사 내 구조조정의 시발탄인 셈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투증권의 법인세 감면 효과를 통해 이익을 취하겠다는 것도 포함된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하나금융지주가 법인세 감면 효과를 노리고 있는 이러한 행태는 투기자본들이 조세회피 지역에 근거를 두고 한국에서의 이익에 대한 세금을 탈루하는 것과 같은 행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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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내문제 기고로 재임용 탈락한 이명원 서울디지털대 교수

“칼럼니스트에게 글 쓰지 말라니…”

[인터뷰] 교내문제 기고로 재임용 탈락한 이명원 서울디지털대 교수

 

 

2006년 08월 30일 (수) 18:31:35   김상만 기자 ( hermes@mediatoday.co.kr)

이해가 되지 않았다. 최근 학교로부터 재임용 해지 통보를 받은 이명원 서울디지털대 교수(문예창작학부 학장·사진)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지만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학생들의 강의평가 점수도 좋았고, 1년 동안 논문 5편에 연구보고서 1편, 1권의 저서까지 냈다. 1년에 논문 1편인 재임용 기준을 상회하는 실적이다. 이런 그에게 학교가 준 답은 ‘평소 행동의 부적절함’과 ‘일간지 등에 외부기고를 실어 학교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지난 7월 교육부의 ‘원격대학 제도개선 계획’ 발표 앞뒤로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고 있는 한겨레와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의신문에 ‘총장 불신임’ 등으로 분쟁을 겪고 있는 학내 문제를 비판한 글을 썼던 일이 기억났다.

두 신문에서 자신이 재직하고 있는 학교의 교직원이 농성 중인 학생을 폭행한 사건을 고발했고, 교비횡령과 유용사실이 드러난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 원격대학 감사 결과를 근거로 엄격한 관리감독을 주장했고, 동료 교수의 재임용 탈락의 부당함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솔직히 미운 털이 박힐 만도 했다.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이 교수가 교수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건 침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건강한 대학이라면 누구라도 자유롭게 학내 문제를 얘기하고 잘못된 것은 개선하면 된다”며 “재임용을 내세워 비판적인 교수를 잘라내고 칼럼니스트에게 글을 쓰지 말라는 것은 대학의 정신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 다.

이 교수는 “동료 오문성 교수(재경회계학부)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재임용 해지를 당했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가 교수협의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학교에 비판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오 교수는 재판에서 승소했지만 학교에서 강의를 내주지 않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재임용 해지결정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낸 소송에 희망을 걸고 있다. 9월5일이 첫 공판이다. 이 소송에서 승소하면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등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원격대학의 경우 고등교육법에 근거한 제도적 견제와 감시장치가 전무해 그 피해가 교수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구조”라며 “이런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번 국회에서 원격대학도 고등교육법에 의한 관리, 감독을 받도록 체계를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최초입력 : 2006-08-30 18: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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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상]미사일 발사 대가 남북 인민이 치른다

미사일 발사 대가 남북 인민이 치른다 
 

정 택 상 (진보정치연구소 상임연구위원)

    1. 미사일의 대가, 누가 치러야 하나?

2006.07.06

북한은 오늘 새벽 관련 국가들의 발사 중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한 북한의 전략은 1994년 이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군사적 능력의 과시와 비대칭적 억지 전략을 통해 북미 직접 협상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이다. 평양 지도부의 입장에서 미국을 상대로 한 비대칭적 억지 전략이 합리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양이 협상에 관심 없는 미국을 상대로 더 큰 카드를 내보일 때마다 한반도는 요동쳐왔다. 지금도 그렇다.

북한의 ‘미사일 정치’는 ‘북한 문제’로 확대된 북미 문제를 ‘핵과 미사일’로 되돌리려는 야심찬 시도이다. 그러나 그것은 한반도의 긴장고조와 남북관계의 악화라는 비용을 감수하는 것이다. 남북관계의 악화와 긴장 고조라는 비용은 평양 지도부의 입장에서는 보다 작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한반도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모든 ‘인민’들에겐 결코 작지 않은 부담이다. ‘미사일 정치’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북한의 지도부가 아니다. 남북한의 인민들이 남북관계의 불가역적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발전의 지연과 악화를 지불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정치는 동북아시아의 군비경쟁과 갈등의 확산에도 일조하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 ‘갈등의 촉진자’로 기능하면서 ‘북한 위협’을 빌미로 한국 및 일본과의 동맹 변혁을 다그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정치는 미국의 주장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다. 미국 내 일부세력은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근거로 미사일방어 강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 정치는 그 의도와 무관하게 동북아시아 인민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적어도 남한과의 전략적 공조에 무게를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한 북한의 이러한 태도에는 남북관계의 ‘불가역적 전환’을 이루지 못한 노무현 정부에도 엄중한 책임이 있음을 보여준다. 적어도 현 시점에서 미사일 발사로 야기된 국제질서의 상황이 추가적으로 악화하는 방지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군사적 수단에 대한 의지는 그 성과만큼 혹은 더 큰 부담을 한반도의 인민에게 짊어지울 것이라는 점을 평양과 서울의 지도부는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2. 북한의 대미 전략은 성공하였는가?

북한은 오늘 새벽 최소한 6기의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아직까지 북한이 몇 기의 미사일을 발사하였는지, 미사일의 제원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밝혀지고 있지는 않다. 북한 역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미사일 첫 발사가 이뤄진 시작은 3시 33분이었으며, 6번째 발사는 7시 32분에 이뤄졌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6기의 미사일 중에서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과 함께 대포동 2호 미사일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공위성 실험, 한 번으로 충분하다!’에서 언급하였던 것처럼, 북한이 미사일 정치를 가동시킨 것은 핵과 미사일 문제로 의제를 압축하여 미국을 협상에 끌어들이려 하였기 때문이다. 그 글에선 북한이 자신의 능력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기존의 협상 전략에서 이탈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미사일 발사를 자제할 것을 평양 지도부에게 말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였고, 관심을 모았던 대포동 2호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포동 2호의 실패가 과연 기술적 결함 때문인가 하는 점이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미사일 능력을 투명하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북한의 ‘의도된 실패’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으로선 미국 본토를 실제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드러낼 경우,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 채택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이를 회피했을 개연성은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이 부분에 대해선 철저한 검증과 확인이 필요하다.

역으로 대포동 2호의 실패가 기술적 결함 때문이었다면, ‘미사일 강국’인 북한의 입장에서 체면을 구긴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도발(provocation)이긴 하지만, 직접적인 위협거리(immediate threat)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1).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대포동 2호 실패를 두고 북한이 미국을 직접적으로 공격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가 지적했던 것처럼 북한의 미사일 실패는 미국 내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일단 미국으로선 북한을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도 고민거리이다. 미국의 철저한 대북 봉쇄는 봉쇄 자체의 정치적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을 뿐이다. 또한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 역시 ‘미사일 주권’ 사항에 적용하기가 곤란하다. 이는 북한 미사일 위협을 느끼고 있는 일본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일본 역시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으나, 제재의 규모와 범위는 매우 작다. 한국이 제재에 동참하는 것은 전혀 다른 사태 전개를 의미하겠지만, 한국을 제외한 미국, 일본의 대북 봉쇄, 제재는 실효성이 별로 없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확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미국 내에선 이를 둘러싼 이견이 증폭되고 있다. 부시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별 것 아니며, 북한에 대한 정책 포지션을 바꿀 이유가 없음을 강조한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북한과의 교섭을 통한 미사일 모라토리엄의 복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논쟁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대화 이외의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북미 협상, 북일 협상을 통해서 타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른 한편 미국이 추진해온 ‘북한문제’로의 전환과 ‘변환외교’가 변화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섣불리 단정내리기 어렵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압축을 하려하지만, 미국은 북한에 대한 외교적 지렛대를 포기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과 미사일로 의제를 전환시키려는 북한의 시도에 대해 미국은 강경과 무시를 배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미사일 협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다른 북한 이슈들처럼 개별적인 협상에 머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그 시기 문제가 남는다. 미국과 일본은 당장은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입장에서는 적대적이고 악의적인 무시로 일관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당장 북한과 협상 테이블을 구성해야 할 만큼 절박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통해 얻고자 했던 목표는 단시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적어도 몇 달의 시간 추이 속에서 협상 가능성이 논의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미사일 정치의 손익 계산서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신뢰’의 문제를 제외하고 미국과 일본에 더 이상 잃을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남한을 포함시킨다며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목표와 성과라는 측면에서 화제를 모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과 일본의 가시적인 정책변화를 이끌 것인지에 대해서도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그러한 정책변화가 반드시 북한에게 유리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긍정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정치가 북한의 지도부가 아닌 북한의 인민, 남한의 인민, 그리고 남북관계에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는 점이다.
 

    3. 군사적 능력의 과시

북한 미사일 발사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적어도 6기나 미사일을 발사하였으며,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를 고루 배합하였다는 점이다. 둘째는 일본에 대한 미사일 위협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셋째는 이란과의 깊은 교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각의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서 정치, 군사, 경제적 이익을 꾀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주목을 끄는 것은 북한이 왜 6기나 발사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미사일 실험에서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를 섞어서 대량 발사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세 가지 분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의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이 가지는 군사전략적 의미이다. 북한은 적어도 800여 기의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은 다양한 종류의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이다2).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은 종류에 따라 300~700킬로미터의 사정거리를 가지며, 500킬로그램에서 1톤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또한 노동미사일은 1000킬로미터의 사정거리를 가지며 700킬로그램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또한 2단계 추진체인 백두산 1호는 2200킬로미터의 사정거리를 갖는다.

이러한 북한의 미사일이 갖는 군사적 효과는 분명하다. 우선 주한미군이 장사정포를 피해서 평택 이남으로 이전한다 하더라도 유사시 군사적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은 일본 전역을 대상으로 미사일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사일에 화학 탄두를 장착할 수도 있다. 따라서 북한이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을 각각 발사한 것은 각각 한국 내의 주한미군, 일본 전역, 그리고 미국 본토를 대상으로 한 군사적 시위였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것은 북한이 과연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하였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북한이 지대함 미사일을 발사하였다면 이는 일본의 해상방위청 소속의 이지스 함대와 미 해병대 제3원정군 및 항모전단까지도 고려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관련 정보가 즉각 확인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4. 북일관계의 재편 의도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대포동 2호를 제외하고는 남한 내 주한미군 혹은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에 대한 위협 효과가 더욱 컸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대포동 2호가 성공했다면 다른 방향으로 사태가 전개되었을 수 있으나, 대포동 2호가 실패한 지금 관심의 초점은 북한이 일본을 대상으로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의도이다. 이와 관련하여 생각해볼 것은 북한이 일본과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편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북일 공동 코뮈니케(평양선언)를 뒤집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은 고이즈미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였지만, 그 이후 북일관계는 악화를 거듭하였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북일 수교를 전향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해 인정했던 납치 문제가 도리어 심각한 악재가 되면서 북일관계는 납치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치달았다.

일본은 핵 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납치문제와 핵문제 해결을 연계시키는 방침을 밝히거나,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여왔다. 북한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일본은 납치문제(메구미 문제를 포함한)를 근거로 대북 압박을 지속해왔으며, 최근에는 참의원과 중의원에서 북한 인권법안이 통과되기도 하였다. 또한 대북 경제제재의 수준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납치 등으로 확산된 북일 쟁점을 다시금 미사일이라는 ‘현존하는 위협’으로 이동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일본 주요 언론사의 기자들이 김영남씨 상봉 등과 관련하여 북한에 체류하고 있는 것과도 연관된다. 북한 당국자는 오늘 이들에게 ‘미사일 문제는 주권의 사항’이라고 밝혔다. 일본 아베 신조 관방장관과 누카가 방위청 장관은 전례 없는 심각한 표정으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확인하였다. 따라서 향후 일본이 대북 강경책을 취한다 하더라도 초점은 미사일 문제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의제를 미사일로 압축함으로써 향후 북일 협상의 흐름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구석이다.
 

    5. 이란과의 반미 전선 교감?

이밖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무기 수출이나 군사기술의 능력 제고를 위한 실험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 스커드 미사일과 노동 미사일 영역에서 북한은 최첨단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상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였다. 이는 세계 무기수출 시장에서 미국 및 유럽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국가들과의 무기거래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이란이다. 하지만 과거 북한이 예맨에 수출하려던 스커드 미사일이 한 때 억류되었던 적이 있음을 고려한다면, 미국은 북한의 무기 수출에 대해 확산방지구상(PSI)을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될 경우 새로운 긴장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이 위협적이라고는 하나, 지금까지 북한은 주로 사정거리를 늘리는 전략을 취해왔다. 이는 미국 본토에 이르는 미사일의 보유가 대미 억지력에서 관건이라고 평양 지도부가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사적으로 미사일의 위협 능력은 사정거리 및 정밀도와 함수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사정거리의 향상보다는 정밀도의 향상이 위협 능력을 배가시킨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개발과 동시에 중․단거리 미사일의 정밀도 향상을 꾀하려 했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미사일 실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3월 북한이 동해상에 발사한 중거리 미사일 역시 기술력의 제고를 위한 실험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주목을 끄는 것은 북한과 이란의 교감 여부이다. 현재 북한에는 이란 사절단이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아마 북한으로부터 스커드 미사일을 구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몇 년 전부터 이란과 북한의 미사일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였으며,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이란의 자금에 의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해왔다. 또한 북한이 ‘미사일 정치’를 가동하고 결국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과 이란의 행보는 많은 관련성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3). 북한이 미사일 정치를 가동한 시점이 미국이 이란에 대해 직접 대화를 하자고 밝힌 시점이라는 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시점이 이란이 미국 등의 최후통첩을 거부한 직후라는 점은 양자의 교감 가능성을 뒷받침한다(조성렬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연구위원). 핵개발을 통한 자위력을 추구하는 두 국가가 전략적 이익을 위해 상호 교감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이는 이란 사절단이 북한을 방문 중이라는 사실을 통해서도 부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6. 남북장관급회담, 예정대로 진행하라

북한 미사일에 관한 정확한 실상들은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북한이 과연 몇 기의 미사일을 발사하였으며, 각 미사일의 제원은 무엇인가 하는 가장 기초적인 것도 확인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대포동 2호라 추정되는 미사일의 실패 원인 역시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한 이번 상황에서 미국이 미사일방어체제를 가동하였는지, 그리고 그것에 한국이 동참하였는지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요격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 각국의 반응이 정리되는 상황에서 북한 역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오늘 오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즉각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고, 향후 남북관계가 그것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한국이 미국과 일본이 꾀하는 대북 제재의 강화에 동참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실상 한국의 대북제재 동참 문제는 최근에 나온 것이 아니다.

지난 4월 외교통상부 천영우 실장이 방미를 하였을 때, 다양한 의제들이 한미 사이에 논의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도 논의되었다고 한다. 그와 더불어 관심을 끌었던 것은 한국이 북한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되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한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였다는 것이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현재로선 확인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한국 정부 내에서 ‘피로감’을 느끼며, 대북제재를 검토하려는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남북관계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현 단계에서 한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북한 미사일로 불거진 국제적 갈등 상황이 추가적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북한과 관련국을 설득하는 것, 나아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대북제재 논의에 동참하지 않으며 솔직한 중재자로서 역할 하는 것, 그리고 미사일 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다음 날로 예정된 남북장관급 회담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직접적인 대북 접촉을 통해 북한의 진의를 탐색하고, 상황을 조정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절실한 때이다.


1) Press Briefing on North Korea Missile Launch by Tony Snow and National Security Advisor Steve Hadley.

2) CNS, CNS Special Report on North Korean Ballistic Missile Capabilities (March 22, 2006), p.3.

3) DAVID E. SANGER, “Don't Shoot. We're Not Ready.,” New York Times, June 2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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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상]인공위성 실험, 한 번으로 충분하다 '김정일 병법'에도 안맞아…남북협력을 돌파구로

인공위성 실험, 한 번으로 충분하다
'김정일 병법'에도 안맞아…남북협력을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정치’

북한의 인공위성(혹은 미사일, 이하 ‘인공위성’으로 통일) 발사 실험 준비를 둘러싸고 국제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의 준비 상황이 어떠한지, 연료주입을 완료했는지, 나아가 발사하고자 하는 인공위성의 제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란만 분분할 뿐 확인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워너(공화당)는 6월 25일 “백악관과 접촉을 하고 있지만, 북한이 미사일에 연료주입을 끝냈는지, 북한의 의도가 뭔지 정확한 상황을 모른다”고 말하였다. 백악관 역시 정확한 사태 파악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말이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정부의 북한 인공위성 발사 문제에 대한 언급은 대부분이 ‘만약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하는 가정형이 대부분이다. 부시 대통령 역시 6월 26일 북한에게 미사일의 의도가 무엇인지, 또 탄두에 무엇이 탑재되어 있는지 국제사회에 설명하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적어도 확실한 것은 이종석 장관이 6월 23일 언급하였던 것처럼 북한이 단순히 과장과 위협 차원에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공위성 발사를 전제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총련계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6월 21 ‘<대포동> 소동은 미국의 자작 자연극’이라는 기사에서 북한이 준비하는 것이 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며, 미국의 탄도미사일 주장은 허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공위성이냐, 탄도미사일이냐 하는 것은 논쟁의 핵심이 되지 못한다. 인공위성과 탄도미사일의 차이는 매우 작기 때문에, 인공위성을 탄도미사일로 변환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다. 문제의 본질은 조선신보의 언급처럼 인공위성 발사가 “유관국들 사이에 ‘안보상의 문제’로 되는가 어떤가에 있다.”

그러므로 북한이 발사하고자 하는 것이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결국은 ‘미사일 정치’인 것이다. 북한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미사일 정치’가 성공할 것인지는 섣불리 결론내릴 수 없지만, 적어도 미국의 새로운 주목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북미 직접대화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만약 북미 직접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면, 평양의 지도부는 그에 대비한 퇴로를 마련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긴장 조성을 통한 협상의 전략

이종석 장관은 북한이 실제로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발사를 염두에 둔 준비와 발사는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까지 평양의 지도부가 발사를 실제로 원하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미사일 발사를 북한의 ‘협박’ 전략으로 이해하는 편이 현실적인 것 같다.

   
▲ 98년8월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1호의 모습. (서울=연합뉴스)
 
북한은 2002년 핵 문제가 불거진 이래 북한은 미국과의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많은 말과 행동들을 만들어냈다.

아직까지 뇌리에 생생한 ‘서울 불바다’ 발언 역시 북한의 의도적 전략의 산물이었다. 북한은 2003년 4월 북․중·미 3자 회담 직전에 “8천여 대의 폐연료봉들에 대한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해석 논란에 휩싸인 성명을 발표한 바 있었고, 3자 회담장의 복도에선 켈리 국무부 차관보에게 “우리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하였다(그 직후 공식석상에서는 부인하였다).

북한은 지금도 여전히 “보복에는 보복으로, 전면 전쟁에는 전면 전쟁으로”, “천백배의 보복”, “행성에서 전쟁의 근원을 송두리째 소멸해버릴 강력한 자위적 조치”를 강조하며 극단적인 표현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의 인공위성 발사 문제 역시 북한은 관심권에서 멀어진 미국을 다시금 핵 문제 협상의 장으로 이끌고, 북미 직접대화를 하기 위한 ‘협박’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북한은 극단적인 표현과 행동을 매우 효과적이고 능동적으로 구사하고 있으며, 핵 문제 등에서 결코 수동적이고 수세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지 않다.

이 점에 대해서 김정일 위원장은 “군사에서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하고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하여 적을 기만하여야 합니다. 적을 기만하는 것은 여러 가지 꾀를 써서 적들로 하여금 아군의 기도를 알 수 없게 하고 적을 속여 넘긴다는 것을 말합니다. 머리를 써서 적을 감쪽같이 속여 넘겨야 적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불의에 타격을 안길 수 있는 유리한 기회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현재 북한이 추진하는 전략 역시 긴장 조성을 통한 협상 전략의 일환이라고 파악할 수 있다.

미사일 위협과 대미 협상

약소국인 북한의 입장에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대안은 몇 가지 없다. 미국이 요구하는 개혁·개방(그것은 체제의 변환regime change을 의미한다)을 받아들이거나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도록 하는 것, 이 2가지라 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미국에 도전하는 길을 선택하였다. ‘작은 나라인 이북’이 유일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도전을 하기 위해 취한 전략이 비대칭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북한으로선 상당한 군사적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도를 넘어서서는 안 된다. 달리 표현하자면 미국이 북한을 상당한 골칫거리로 생각하도록 하되, 미국을 분노하게 해서는 안 된다. 상당한 군사적 능력이 없으면 북한은 관심거리가 되지 않으며, 도를 넘어서면 미국은 실제로 북한을 타격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렵고 좁은 영역에서 북한은 지금까지 움직여왔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남한과 일본을 인질로 삼아 미국의 대북 공격의 비용cost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북한은 “분렬되고 작은 나라인 이북이 미국과 군비경쟁을 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 이북은 미국이 엄청나게 값비싼 항공모함이나 이지스함을 만들 때, 단 한방에 그것들을 수장해 버릴 수 있는 상대적으로 값 싼 미싸일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북한은 실제로 미사일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음을 이미 지난 98년에 보여주었다. 98년 8월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통해서 3단계 추진로켓과 인공위성 능력을 보여주었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난 7년간 북한은 지속적으로 미사일 기술을 진보시켜왔을 것이다.

북한은 아마도 한국과 일본 전역, 그리고 태평양 상의 주요한 미군 기지를 사거리 범위 안에 두는 미사일 전력을 구축하고 있을 것이다.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느냐는 논쟁거리이긴 하지만 북한은 적어도 초보적 기술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이를 수 있느냐 역시 논쟁거리이지만, 그러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 자체가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상당함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핵무기 위협은 미국과 그 동맹국인 일본 등에게는 실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군사적 능력은 미국의 대북 타격을 억지하는 수단이자 협상을 강제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미사일 발사, ‘절망감의 표현’인가

그러므로 북한이 지금 미사일 능력을 남김없이 드러내는 것은 종래의 전략에서 이탈하는 것이라 하겠다.

미사일 발사는 ‘절망감의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듯이, 현재의 북미, 남북관계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끌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실제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미국은 대북 정책을 새롭게 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실제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정도로 발전하거나, 핵 탑재 미사일 기술의 개량에 따른 위협 범위의 확대 등이 실제로 확인된다면 미국이 참을 수 있는 도를 넘어서는 것일 수도 있다.

미국은 올해 초 발간한 4개년 국방검토QDR 2006과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의 실질적 미국 본토 공격 능력에 대하여 사활적 이익vital interest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럴 경우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이 높아지며 핵·미사일의 협상 수단으로서의 성격은 사라질 것이다.

윌리엄 페리 전국방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제거하기 위해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은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한다. 미국의 체니 부통령이 선제타격에 반대한 논거는 그것이 효과적이지 않아서가 아니라 북한의 기술 수준이 초보적이었기 때문이다.

맨 앞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미국은 아직까지 북한의 미사일 능력 자체에 대한 신뢰할만한 근거를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그것을 보인다면 전혀 다를 것이다. 역으로 북한의 공개된 미사일 능력이 별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미국은 관심조차 두지 않고 대북 압박을 지속할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기존 전략에 비추어본다면, 인공위성 발사 실험은 한 번으로 족하다. 북한은 핵무기 및 미사일 능력을 실제로 입증하기보다는 능력을 감추면서 미국과 남한, 일본에게 위협 인식을 지속적으로 유포시키려 할 것이다. 그것이 핵·미사일을 협상 수단으로 삼으면서도 미국의 대북 타격을 억지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전략적 딜레마와 모순

북한은 핵과 미사일로 미국과 협상하려고 한다. 북한이 성공하려면 적어도 미국으로 하여금 첫째, 북한을 공격하는 이득보다 피해가 크다는 점, 둘째, 북한의 위협을 군사적으로 제거하는 것보다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저렴하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 2005년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창건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군 간부들이 열병식을 사열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그러나 북한이 협상 수단으로 삼고 있는 군사적 능력은 미국의 대북 타격을 억지하는 데는 유용하겠지만, 미국을 포괄적 관계정상화로 이끄는 데는 취약하다. 군사적 수단이 가지고 있는 한계 때문이다.

북한이 핵 문제가 해결되는 그 시점까지 지금과 같은 비대칭 전략을 사용하기 위해선 경제적인 손실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북한이 자립으로 경제를 재건하기가 곤란해진 현재 상황에서 대미 압박 전략과 경제재건 전략이 맞아떨어지기 위해선 ‘단기간’ 해결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대미 전략과 경제재건 전략은 상충 관계를 피하기가 어렵다. 남북경협을 통한 북한 경제의 재건을 논의할 수 있겠지만, 부분적인 남북 경협 역시 북한의 비대칭 전략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북한이 이러한 정책적 딜레마를 어떻게 관리·통제하느냐에 따라서 북한의 대미 전략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북한의 성공 혹은 실패는 남한과 한반도 내에 살고 있는 인민 전체에게 심대한 고통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갈수록 대북 관계를 관리·통제하려는 미국에 맞서 북한 역시 임계점에 가까운 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때마다 미국의 대북 타격과 같은 군사적 선택의 가능성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좀 더 여유롭게 사태를 관측하고 있지만, 북한의 극단적 조치가 지속될수록 국내 여론의 향배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것이 한반도 전체에 미칠 영향은 매우 부정적이다. “우리 민족끼리 평화와 통일을 위해 힘을 합쳐나가야” 할 “민족공조”가 내부로부터 와해될 것이며, 통일의 길 역시 저만치 멀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남북협력이라는 새로운 돌파구를 향하여

평양 지도부는 여전히 남한을 ‘동반자’로 인식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남북협력과 국제협력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연기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은 대남관계를 단순히 관리 차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남한을 동반자이자 전략적 협력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남한의 정권 교체와 그에 따른 정책 및 기조의 혼선은 불가피하지만 6·15 공동선언이 조성한 남북협력의 흐름은 남한의 어떠한 정치세력이 집권한다 한들 되돌리기 어렵다. 평양의 지도부가 남한의 특정 세력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불편한 심기는 남한 사회의 거대한 변화를 고려한다면 지나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평양이 남한의 특정 세력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수단적 인식 역시 남한의 실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는 판단이라 할 수 있다. 이제 평양의 지도부는 남한 사회의 역동적 변화와 잠재력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그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남북협력을 전면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남북협력의 질적 발전은 북한의 군사적 수단이 채우지 못하는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지름길이 된다.

군사적 수단을 통한 대미 억지력의 확보가 미국으로부터 관계 정상화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는 효과적이지 않다. 군사적 수단은 가파른 긴장의 비탈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군사적 수단을 설혹 사용한다 하더라도, 북한 지도부는 이와는 다른 차원에서 남한과의 전략적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노력을 동시에 진행시켜야 한다.

비대칭 억지 전략과 평화협력 전략의 다소간 어려운 조합은 바로 한반도 문제가 안고 있는 복잡성과 어려움을 보여준다. 그것을 푸는 데에 남북한 지도자들의 공동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2006년 06월 27일 (화) 09:43:38 정택상/ 진보정치연구소 redian@redi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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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산별전환 투표 앞둔 금속연맹 전재환 위원장

"20년 숙원, 산별노조로 노동운동 새지평"
[인터뷰]산별전환 투표 앞둔 금속연맹 전재환 위원장
 
 
 

민주노총의 최대조직인 금속산업연맹(위원장 전재환)이 26일부터 30일까지 기업별노조에서 산업별노조로 전환하는 조합원 투표에 들어갔다. 26일 대우조선노조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29일), 기아자동차(30일) 등 24개 노조 11만 5천명이 투표에 참가하고 30일 오후 5시 동시에 개표한다. 산업별노조 전환 투표 첫날 아침 7시 전재환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 주 3일을 울산에서 보냈다. 이번 산업별노조 전환투표에 현대자동차가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조합원들, 전현직 간부들, 현장조직 대표자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설득했다. 비정규직 확산법안을 반대하는 파업과 집회로 구속되었다가 지난 5월 석방됐는데 지금까지 한 달간 '산업별노조 전환투표'를 위해 쉼 없이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그는 "현대자동차노조를 비롯해 이번 산업별노조 전환은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는 "현대차노조가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산업별노조 전환에 찬성하는 조합원이 70%였고, 아직 결정하지 못한 조합원이 14.4%였다"며 "마지막까지 조합원들을 만나 이해시키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업별노조로는 고용과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기업별노조가 개별사용자와 종업원 사이의 관계에서 종업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체계라면 산업별노조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투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실제로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직을 결성하려고 할 때 같이 할 수 있는 큰 조직이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감이 생긴다."며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될 수 있는 조직이 산별노조"라고 말했다. 또 "지금까지 포철, 삼성 등에 대해 조직화에 대한 사업의 엄두도 못 냈는데 내년 복수노조 시대에 산별노조 체계가 만들어지면 조직화사업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서구에서 기업별노조를 황색노조, 어용노조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개별기업 자본과의 유착과 담합 때문"이라며 "쌍용자동차의 비리문제를 근절하기 위해서도 빨리 산별노조를 만들어 비리의 가능성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노총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금속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미치는 파급력은 대단히 클 것"이라며 "노동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산업별노조 전환을 통해 우려하는 대공장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며 "국민들도 환호하고 박수칠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전재환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오늘부터 산업별노조로 전환하는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지난주에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 지난 주 화요일, 수요일, 금요일 모두 울산에 있었습니다. 화요일에는 현대자동차 중앙쟁의대책위 출범 및 공동소위원회 발대식과 조합원 집회에 참석해 이번에 꼭 산별전환하자고 간곡히 당부의 말씀을 올렸고, 수요일에는 미포조선, 덕양산업 전현직 위원장들 간담회를 했습니다.

금요일에는 현대자동차의 현장 조직 의장단 간담회를 했는데 11개 의장단 전원이 참석했어요. 이번 산별전환에 대해서는 제 조직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적극적으로 추진을 하고 있고, 이미 11개 현장조직 명의로 공동유인물을 배포한 바가 있습니다.

한 번 더 공동명의로 해서 이번 주간에 조합원들에게 배포하고 각 현장조직별로 나가는 유인물에 산별전환을 독려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여러 가지 쟁점이 되는 내용은 현장의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해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산별전환 해야 한다는 결의가 대단히 높았습니다.

- 결과를 어떻게 전망하세요?
=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많은 사업장에서 산업별노조 전환에 성공할 겁니다. 될 거예요. 진짜로.

- 자신 있다 이거죠?
= 네

- 두 말도 없네요?
= (웃으며) 지난 2003년과는 분위기가 아주 다릅니다. 이번에는 전체 49개 노조 11만 5천명 중에 24개 노조 10만 5천명이 동시에 찬반투표를 붙입니다. 간부들이 연맹의 결정사항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가업별노조의 틀을 뛰어넘어 산업별노조로 가지 안으면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응을 하기 어렵다고 보고 적극적인 의지로 사업을 하고 있어요.

둘째, 각 현장조직들이 그동안은 반대의 의견들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아주 극소수를 제외한 모든 현장조직들이 산업별노조 전환에 동의하고 적극적인 실천들을 하고 있어요.

셋째, 조합원들도 내년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지급금지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형성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공감이 형성되고 있어요. 이 세가지를 볼 때 산업별노조 완성이라는 과제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차노조 설문조사 산업별노조 찬성 70% 반대 16%

- 현대자동차 설문조사 결과에 70%가 찬성했다는데
= 현대차노조가 전문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산업별노조 전환에 찬성하는 조합원이 70%였고, 아직 결정하지 못한 조합원이 14.4%였어요. 반대하는 조합원은 16.4%밖에 안됩니다. 마지막까지 조합원들을 만나 이해시키면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 회사의 반대 움직임은 있나요?
= 부분적으로는 있다고 보는데 전면적으로 회사가 반대로 대응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기업별노조로 고용·비정규직 문제 해결 못해

- 기업별노조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 기업별노조가 1987년 이후 개별 자본을 상대로 임금과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성과를 가져온 건 사실입니다. 기업 내부의 경제투쟁을 통해 조합원들의 의식을 일정하게 향상시켜온 것도 부인할 수 없구요. 그러나 1998년 아이엠에프 이후에 고용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는데 기업단위로 해서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첫 번째 한계입니다.

신자유주의 공세가 가속화되면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는 비정규직 확산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업별노조로는 비정규직 확산에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정규직 채용을 안하기 때문에 조합원을 갈수록 줄어듭니다. 이러다 보니 노동조합이 숫적인 한계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죠. 기업별 노조의 체계는 뛰어넘어야 대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 산업별노조로 전환하면 조합원들의 고용과 비정규직 조직화에 유리하다는 뜻인가요?
= 고용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정부의 산업정책에 기인한 바가 큽니다. 정부는 섬유, 고무 산업을 사양산업으로 만들었는데 자동차, 조선, 철강, 기계, 전기전자 등 금속산업의 업종도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또 개별 자본들은 해외공장을 본격화하고 있어 언제 대규모 정리해고가 일어날지 모릅니다. 산별노조는 정부의 산업정책에 대한 개입력을 높여 고용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두 번째, 금속 내의 비정규직 문제는 파견과 아웃소싱이 주요한데 이것은 기존 정규직이 종사하는 법인과 다른 법인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기업별노조가 같은 법인 내에 종업원을 규합한다고 하면 산업별노조는 울타리를 넘는 다른 법인도 포괄할 수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 조직화에 용이하다는 것이죠. 일단 조직화가 되어야 투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직화를 할 수 있는 조직체계가 바로 산별노조입니다.

공단 내에 보면 아직 미조직된 노동자들이 대단히 많이 흩어져있는데 180만명이 금속산업 종사자라고 하면 한국노총까지 포함해도 26만 정도 조직화되어 있습니다. 나머지 150만이 방치되어 있는 셈이죠. 나머지는 그야말로 노조를 만들기도 어려운 조건이고 방치되어 있는 상태예요. 산별노조로 재정과 인력의 집중을 통해 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이 산별노조의 장점입니다.

그러한 힘을 가져야 제대로 된 전체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체계가 완성된다고 봅니다. 기업별노조가 개별사용자와 종업원 사이의 관계에서 종업원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체계라면 산업별노조는 전체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투쟁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삼성·포철 등 무노조 조직화 시작

- 재정과 인력이 어느 정도로 늘어나는 거죠?
= 현재 산업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재정과 인력운영을 보면 대공장이 전환해서 15만 정도가 산별노조가 되면 훨씬 더 큰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금속노조 4만명의 조합비가 110억인데 15만 금속노조가 되면 440억 정도 됩니다. 지부 지회 전임간부도 현재 550여명 정도라면 2천여명 정도로 훨씬 많아지게 된다. 큰 힘을 통해 조합원들의 고용을 지키고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할 수 있는 것이죠.

- 내년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산업별노조 전환에 성공한다면 삼성이나 포항제철 같은 무노조 회사의 조직화 전망이 열리나요?
= 현재까지 우리는 포철, 삼성 등의 조직화 사업에 엄두도 못내고 있는 거고, 일을 시작도 하지 못했죠. 그러나 내년 복수노조 시대에 산별노조 체계가 만들어진다면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포철, 삼성 등에 대한 조직화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별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든든한 배경

-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화에 대한 전망은?
= 2010년까지 30만명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하는데 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직을 결성하려고 할 적에는 조직결성 전에 손해볼 거냐 이득을 볼 거냐를 계산합니다. 자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서야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같이 할 수 있는 큰 조직이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감이 생깁니다. 노동자들의 든든한 배경으로 작용될 수 있는 조직이 산별노조가 되는 것이죠.

- 얼마전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이 비리로 구속됐는데
= 쌍용자동차의 비리문제를 보면서도 빨리 산별노조를 만들어야하겠다는 생각합니다. 기업별노조 체계에서 노사담합구조는 이미 예상되었죠. 서구에서 기업별노조를 황색노조, 어용노조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개별기업 자본하고의 유착과 담합 때문입니다. 비리문제를 간부의 도덕성 결여만으로 볼 수는 없어요. 기업별 체계 내에서 이뤄져왔던 형태가 바뀌지 않고 이어진다면 계속 터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산별노조가 직접 개입해서 비리가 근절될 수 있는 운영체계와 새로운 관행들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산업별노조는 식당, 소비자조합, 자판기 등에서 비리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규정을 강화하고 통일시켜내면서 비리의 가능성을 끊어야 합니다. 금속노조 전체를 놓고 기준을 마련한다면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조직체계로 접근할 수 있다고 봅니다.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조직체계도 산업별노조

- 이번 투표에서 기아나 대우자동차는 어떻습니까?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 등 자동차 완성사 집행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힘있게 추진하고 있고, 제 현장조직들도 대다수 동의하고 사업에 대해 함께 해주고 있어서 전환하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장조직이 취약하지만 대우조선과 미포조선도 현장분위기가 좋습니다. 대우조선 같은 경우 반대하는 홍보물이 노골적으로 나갔지만 전체 조합원들은 산업별노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어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이번 금속산업연맹이 다른 노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텐데요
= 산업별노조를 건설해야 한다고 87년 이후 줄기차게 주장해왔고 20년이 흘러왔습니다. 현재까지는 아주 미미한 발전이라고 하면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민주노총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금속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은 대단히 클 겁니다.

민주노총 내 화학섬유연맹, 공공연맹 등 산별노조를 추진하는 다른 산업과 업종에 있는 노동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줄 거라고 봐요. 또 한국노총에서도 금속 산별이 어떻게 되는 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연맹 대공장들이 기업별 체계를 뛰어넘어서 새로운 노동운동을 열어갈 수 있느냐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노동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어요.

조합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기업별노조 체계에서 해왔던 것에 자만하지 말고 이제는 산별노조로 전환해서 노동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데 일조했으면 합니다. 그것이 신자유주의 시대에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고, 전체 1500만 노동자들이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산업별노조 전환에 실패하면?
= 산업별노조 전환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전혀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찬성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산업별노조 전환으로 대공장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것 확실하게 보여준다

- 국민들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그동안 우리는 기업별노조 체계 하에서도 전체 노동자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나름대로 노력들을 해왔는데 객관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공장 이기주의로 억울하게 매도당한 측면이 있었는데 산업별노조 전환을 통해 우려하는 대공장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습니다. 산업별노조로 전환하는 건 국민들도 환호하고 박수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도 노동조합에 대해서 똑같은 논리로 얘기해왔는데 우리가 산별노조로 조직전환하면 정부도 거기에 맞는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개별기업 사용자들도 산별교섭을 할 수 있는  금속사용자단체를 구성해 파트너쉽을 가져야 합니다. 산별노조가 만들어짐에도 불구하고 부정하면 거기에 걸맞는 조직적 저항들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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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6월 26일 (월) 11:27:38 박점규 현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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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심상정 &quot;내가 겪은 모피아들은 유능한 확신범들&quot;

  "우리당은 소멸할 것…민노당 주전선은 한나라당"
  [인터뷰]심상정 "내가 겪은 모피아들은 유능한 확신범들"
 
  2006-06-15 오후 7:53:35
 
   
 
 
  국회출입 기자들은 지난 2년간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을 거의 매일 만났다. 매일 쏟아지는 갖가지 현안에 대한 민노당의 입장이 의원단 수석부대표인 그의 입을 통해 전달됐기 때문이다. 에두르지 않고 정곡을 찌르는, 그러면서도 상투적 반대논리에 매몰되지 않은 심 의원의 브리핑은 원내 제4당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이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 2월엔 비정규직 관련법 저지 비상대기 지침으로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에도 못 갔다. 그랬던 심 의원이 "내일 아들 학교 동아리 '사랑방 행사'에 초청받았다. 참가 신청자도 많다던데 엄청나게 긴장된다"고 했다. 지난 13일 새 원내대표단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이제 보직 없는 평의원으로 돌아갔으니 좀 한가해진 것인가?
  
  아닌 것 같다.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민노당도 선거 뒷수습에 여념이 없다. 내부적으로는 '당 혁신'이 다시 화두다. 밖으로는 진보정당의 존재가치를 내년 대선에서 확인받아야 한다. 국회 재정경제위 소속 의원으로서 부여된 역할도 만만치 않다.
  
  <프레시안>은 15일 심 의원을 만나 지난 2년간의 원내 활동에 대한 평가와 민노당의 진로, 요동치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한국경제를 주물러 온 모피아의 실체를 봤다"
  
  심 의원은 "국회에 처음 들어와 걸음마를 배우면서 뛰느라고 참 힘들었다"고 지난 2년을 돌아봤다. 그는 "우리 의석이 한 35석만 돼도 일할 만했을 텐데 비교섭단체의 벽을 넘기가 어려웠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지난 총선에서의 민노당 득표율 13.5%를 의석수로 환산하면 39석이다.
  
  원내에 진출해 개인적으로 이룬 성과 중 하나로 심 의원은 "모피아('마피아'에 빗댄 재경부 관료들의 별칭)의 실체를 본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온존해 온 기득권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이라고 꼽았다.
  
  그는 "내가 겪은 모피아들은 굉장히 유능한 확신범들이었다"고 말했다. "공직에서 퇴임하면 금융기관이나 로펌으로 옮기고, 거기서 고위관료로 돌아오는 회전문 현상이 모피아를 엮어놓는 핵심적인 힘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충성도와 개인적 능력이 오랜 세월 한국 경제를 주물러 온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그는 "금융세계화, 외자, 재벌 문제가 사회적으로 볼 때 전면적으로 제기된 것에 대해 일정 정도 자부심을 느낀다"며 "세계화의 덫, 특히 금융세계화로 인한 많은 문제점들, 외자 문제, 금융개혁 문제를 한 축으로 삼고 신용불량자 문제나 대부업 문제 같은 민생현안 문제를 다른 축으로 가지고 활동해 왔고 앞으로도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들로부터 유리된 진보정당의 미래는 뻔하다"
  
  한편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심 의원은 "당내로 따지면 패배가 분명하다"며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을 명확히 하고 그들로부터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우리는 핵심 지지층에 대한 구체적 접근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슬로건을 넘어 '어떻게'를 제시해야 할 때"라는 것이 심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 득표가 바람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그것도 다 근거가 있는 바람이다"면서 타깃 계층에 대한 명확한 의도와 방법론을 가지고 대중을 조직한 한나라당의 노련한 선거기술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심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우향우는 필연적인 것"이라며 "이제 그들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 뒤 "다음 대선에서 민노당의 주전선은 '대(對)한나라당'"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진보와 보수가 대결할 때가 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심 의원의 말에서도 민노당의 갈 길은 멀어 보였다. 민노당이 운동권 내부를 향한 정파정치를 아직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그는 "우리 당의 특징 중의 하나는 결정해야 될 권한과 책임을 가진 쪽에서 결정을 안 한다는 것이다. 책임을 안 지려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자평했다.
  
  이에 따라 민노당의 대선 후보는 "서민정당으로 면모를 갖출 수 있는 광범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평당원들의 에너지를 결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넌지시 자신도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할 뜻을 내비쳤다.
  
  심 의원은 "당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 가운데 부여되는 역할에 충실히 동참할 생각"이라며 "어떻게 생각해보면 지금 거론되는 두 분에 비해 내가 더 자유롭고 부담 없이 접근해서 당에 활력을 줄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심 의원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
  
  지난 2년간 걸음마 배우면서 뛰었지만 힘이 부족했다
  
▲ "지난 2년간 솔직히 힘들었다"는 심상정 의원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한 17대 국회가 반환점을 돌았다. 원내 진출 2년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자면?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얻은 득표율이 12.1%다. 사실 지난 총선에서 얻은 13.5%가 우리에 대한 기대가 포함된 것이었다면 이번에 얻은 12%는 지난 2년에 대한 평가를 포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12% 안에 성과와 한계가 집약된 게 아닐까? 우리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가졌던 분들께 최소한 절망으로 다가가지 않았다는 것이 12%로 나타났다고 본다. 물론 조직된 노동자와 농민, 화이트칼라라는 기존 지지층을 확장시키지 못했다는 한계도 명확하다.
  
  -원내수석부대표직을 맡았었다. 기억에 남는 일이나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 있나?
  
  =당이나 나 개인이나 국회에 처음 들어와 걸음마를 배우는 동시에 또 뛰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한계 속에서 민노당의 의미를 확인시켰다는데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는다. 비교섭단체가 포함된 정책위원회 회의나 대표회담 등은 과거에는 거의 가능치 않았던 일이다. 다른 당에서도 5당 협의체가 때때로 만들어졌던 것은 민노당의 공이라고 하더라.
  
  후임 원내대표단은 이런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교섭단체 완화 등) 제도화로까지 확장해야 할 것이다. 가장 안타까웠던 일은 조승수 전 의원이 사법살인에 가까운 판결로 의원직을 박탈당했던 것이다. 의정활동도 성실했던 분이고 진보정치 일번지인 울산의, 그것도 단 두 명밖에 없는 지역구 의원 중의 한 사람이었는데…. 게다가 조 전 의원의 의원직 박탈로 10석이라는 상징적 숫자도 깨졌다.
  
  -원내활동의 주요 업무 가운데 하나는 협상이다. 교섭단체가 아니라는 한계를 전제로 하고 민노당의 원내협상을 평가해본다면?
  
  =떼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현재 원내 제도권 정치에서 비교섭단체는 절름발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우리가 서민대중에게 좀 더 나아가는 데에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도 그 지점이다. 총선에서 우리 지지도가 13%였는데 의석수는 3%다. 13% 의석수였다면 17개 상임위에 두 명씩 배치돼서 최소한의 발언권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게 못됐으니 13%와 3% 사이의 차이를 메우는 것이 바로 의원단의 몫으로 떨어졌다. 2년간 활동하면서 5당 협의체 등으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교섭단체 구조를 공격해 이완시켜 얻은 공간을 통해서였다.
  
  -원내에서 민노당의 역할 중 하나가 '견제'였다. '폭로'를 하기도 했고, 불가피한 경우 몸싸움도 했다. 그러나 제도권 내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대안제시 능력은 다소 미흡했다는 평가에 대해선? 또한 이유야 어떻든 물리력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를 방해한다는 비판도 들었다.
  
  =우리가 원내에 들어온 이후로도 고공점거 같은 극단적 투쟁이 그치지 않는다는 비난도 있다. 그런데 문제해결 능력과 투쟁전술은 분명히 반비례한다. 해결능력이 모자랄수록 극단적 투쟁전술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내에 들어왔지만 노동자 서민의 이해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모자란다. 우리는 제도권에 들어오는 것을 선택했지만 비주류로서 원외 대중들의 요구를 어떻게 원내에 확장시키느냐는 임무를 지고 들어온 것이다.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보수진영과의 타협을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만들기에는 우리와 그들의 힘 차이가 워낙 컸다. 비정규 법안의 경우 점거도 하고 온갖 수단을 써서 지연시키고 막기는 했지만 합의안을 앞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저쪽이 보수적이어서라기 보다 우리가 강제시킬 수 있는 힘의 크기가 부족한 탓이다.
  
  두 번째로 생각해보면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려면 노동자 서민 각 주체와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당이 자기 대중들을 지도할 수 있는 정치적 힘도 필요한데 민주노총이나 전농 같은 대중조직에 의해 규정되는 점이 상대적으로 컸었다. 물론 당이 '이래라' 하면 대중 조직들이 입 다물고 따라왔어야 된다는 말은 아니다. 대안제시 능력이 미흡했다기보다 정치적 공간이나 기반이 협소했다고 진단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틈새시장이랄까, 이해관계가 전면적으로 대립되지 않는 부분에서 실리적 성과를 챙길 수 있었던 것을 놓쳤었던 적도 꽤 많은데 그건 아쉽다.
  
  "모피아, 진보정치 카운터파트 삼을만 하더라"
  
  -재경위에서 2년간 활동했다. 하반기 국회에서도 재경위를 희망하는 것으로 안다. 바깥의 평가는 상당히 좋았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가? 임기 후반기 국회에서의 목표는?
  
  =재경위를 처음 맡으면서 민노당의 대안적 경제 프로그램을 구체화 하는 데에 일조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세계화의 덫, 특히 금융세계화로 인한 많은 문제점들 외자 문제, 금융개혁 문제를 한 축으로, 신용불량자 문제나 대부업 문제 같은 민생현안 문제를 다른 축으로 가지고 활동했고 이는 후반기에도 마찬가지다.
  
  앞서 말한 금융세계화, 외자, 재벌 문제가 사회적으로 볼 때 전면적으로 제기된 것에 대해 일정 정도 자부심을 느낀다. 삼성이 8000억 원을 내놓겠다고 한 것이나 정몽구 회장이 구속된 것 같은 변화에는 시민사회 영역의 힘이 컸겠지만 제도권 내에서 나온 우리 목소리도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현재 세계화의 핵심은 결국 금융세계화다. 금융자본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중요한데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 공적자금 투입 등이 전부 비밀리에 이뤄진다. 기업실사나 각종 양해각서 체결 같은 것은 미국만 해도 의원들은 확인이 가능한데 우리는 전부 비공개다. 그런 지점이 참 어려웠다. 론스타 매각 문제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나.
  
  -밖에서 비판할 때와 실제로 안에서 들여다 볼 때 느낌이 달랐을 것 같다. 얼마 전 변양호 전 금융정책국장이 수뢰혐의로 체포됐다. 변 전 국장은 모피아(재경부 관료 커넥션)의 대명사로 불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모피아를 접해본 느낌은 어떠했나?
  
  =모피아의 실체를 본 것이 의회에 들어와서 얻은 가장 큰 성과 중의 하나인데 수십 년 동안 온존해 온 기득권의 내면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겪은 모피아들은 굉장히 유능한 확신범들이었다. 다른 부처 관료들이나 열린우리당 사람들 하고 이야기 할 때 보다 이들과 이야기 할 때가 오히려 편하기도 했다. 이들은 민노당의 주장과 주문이 무엇인지 가장 신속히, 정확하게 이해하는 집단이었다. 단, 가장 정확하게 이해한 이후 우리를 설득하려 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진보정치의 카운터파트로서 삼을 만한 실력과 완강함, 집요함을 갖추고 있더라. 우리나라 최고 수재들이 모인 면모를 확인 할 수 있었다.(웃음)
  
  공직에서 퇴임하면 금융기관이나 로펌으로 옮기고 또 거기서 다시 고위관료로 돌아오는, 이른바 회전문 현상이 모피아를 엮어 놓는 핵심적인 힘이더라. 이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충성도와 개인적 능력이 오랜 세월 한국의 경제를 주물러 온 것이다. 이들과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경제에 대한 우리 모델을 좀 더 구체화 시킬 수 있었다.
  
  "고정지지층에 대한 접근이 우선…한나라당한테 배울 점 많다"
  
  -의원단과 중앙당, 특히 최고위원회와의 관계 설정은 민노당의 고질적 숙제였다. 최근 문성현 대표도 한 인터뷰에서 노회찬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문제를 두고 현재 당의 구조가 의원단을 강제할 수 없게 되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의원단과 중앙당의 문제 핵심은 제도권 공간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리더십에 대한 문제다. 의원들을 최고위원회에 포함시키느냐 마느냐 이야기도 여러 번 나왔지만 제도 자체 보다 당의 전략과 전략에 동의를 구현해 나가는 민주적 책임성에 대한 문제다. 선거전략도 마찬가지다. 출마를 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보거나, 여론몰이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당의 전략이라 볼 수 없다. 확고한 전략과 그 전략을 수행할 수 있는 프로세스의 수립이 리더십의 핵심 요체다. 우리 당의 특징 중의 하나는 결정해야 될 권한과 책임을 가진 쪽에서 결정을 안 한다는 것이다. 책임을 안 지려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말이다.
  
  -당 내에서 지방선거 평가가 진행 중인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 혹은 논점은 무엇인가?
  
  =당내에서 평가하자면 이번 선거는 패배다. 밖으로 내 건 목표에도 못 미쳤을 뿐더러 당원들이 가진 기대수준과도 괴리가 컸다.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우리가 내걸었던 목표의 실천적 근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선거 평가 논점은 당 일상 정치활동에 대한 검증과 선거전략이 다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양에 대한 것보다 질에 대한 것도 중요하다. 어느 정당이던 고정지지층 플러스 알파를 꾀하는데 우리는 플러스 알파에 대한 고민만 있었다. 전략적 지지층, 고정지지층에 대한 자기 전략은 비어 있었다. 전통적인 계급정당론을 이야기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전략적 지지층(노동자, 서민)을 획득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세워 실천했느냐에 대해 강력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뿐 아니라 구청장 선거도 다 졌다. 그리고 울산시장 후보는 사실 민주노총 조합원의 투표에 의해 선출됐었다.
  
  =사실 그 동안 동구, 북구를 비롯해 울산을 진보정치 일번지로 만든 것은 노동조합의 힘이었다. 그 이후에도 노조에만 의존했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선거는 울산에서 민노당의 4년 활동에 대한 검증이었다. 그간 구청장이나 시의원들이 다른 당 보다는 다 잘했다. 그러나 상대적 우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중앙당이 중요한 자산인 울산에 얼마만큼 전략적으로 접근했었느냐 여부도 큰 문제다. 전략지역에 집중해서 모범을 창출하고 그것을 확장시켜야 한다. 브라질의 룰라도 그렇게 해서 집권했다. 진보정당의 본질을 객관화시킬 수 있는 모범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핵심적 패인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정파 구도로 진행된 후보 경선이 본선에서 힘 집중에 어떤 영향을 미친것은 아닌지, 정몽구 회장 구속과 관련한 울산 시민들의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한 토론회에서 민노당이 이번 선거에서 가난한 민중을 위해 선거했다고 자부할 수 있느냐는 물음이 나왔다. 그리고 지역별로 보면 당력이 집중된 게 아니라 정파의 힘이 집중된 선거 모습이 꽤 보였다. 이에 대한 답을 하자면?
  
  =서민들로부터 유리된 진보정당의 미래는 자명한 것이다. 이번에도 당원은 없고 당관료 중심의 선거였다는 이야기도 나왔었다. 민노당은 간부 중심이고 당원은 동원의 대상이라는 뼈아픈 지적이 많다.
  
  정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대중적 운동 속에서 검증의 대상이 되고 기준이 되어야 하면 되는데 운동권 내부의 정치에만 집중하는 그 모습이 문제다. 내부 정치에 주력하는 이상 또 다른 정파를 양산 시킬 수밖에 없다. 서민정당으로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여전히 화이트칼라, 고학력자들의 지지도가 높다. 전략적 지지층으로 삼고 있는 노동자, 서민들 그 중에서도 노조 등으로 조직화되지 못한 사람들은 민노당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이들과의 장벽이 있다면 그 장벽의 실체는 무엇일까? 또한 지금 모든 정치세력이 지지기반 재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민노당의 지지층은 누구인지, 그에 걸 맞는 활동을 해왔는지를 평가하자면?
  
  =서민대중들을 중심에 둔 정치활동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느냐는 점에서 본격적 서민정당으로 출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한나라당 득표가 바람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그것도 다 근거가 있는 '바람'이다. 한나라당의 주 기동대 역할을 했던 것은 개인택시운전사들인데 한나라당은 LPG 특소세 폐지를 가지고 그들을 공략했다. 부유층에 대한 감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 정책들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서 그들은 목표 계층에 대한 명확한 근접성을 가지고 붙어서 조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자영업자 재래시장 보호법을 냈지만 그것이 각 지역과 밀도 있게 연결됐느냐 따져보면 그렇지 못했다. 조직 전략을 가져야 원내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 그런 전략이 없으면 원내는 원내대로 일상적 현장이나 대중들과 무관하게 활동하게 된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보자면, 결국은 서민 경제에 대한 비전, 신뢰, 대안이 부재하다보니 지난 수십 년 동안 개발성장에 대한 학습효과가 겹쳐 그 설득력이 확장되는 결과가 나왔다.
  
  서민들이 느끼는 장벽이나 그 장벽을 허무는 것은 다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통칭 '민주화운동 세력'의 퇴조기라는 평가가 많다. 민노당에게는 위기요인이자 기회요인이 아닐까 싶은데?
  
  =우리당의 참패가 왜 민노당의 이익으로 돌아와야 하는지 난 그 근거를 잘 모르겠다. 대안이 부족하고 부동층이 많았던 선거라는 총평인데 한나라당 압승, 우리당 참패, 민노당 답보의 핵심 이유는 한나라당은 그들의 지지층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게 뭔지를 알고 그들을 결집시키는 방법이 먼지 체화하고 있었다는 것이고 우리당은 자기 주소도 헷갈리는 정당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자기 주소는 알지만 서민대중의 이해와 요구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몰랐다.
  
  -당 혁신의 과제와 방향에 대한 의견은? 가장 시급하게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일까?
  
  =제도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8만 당원의 에너지를 결집시킬 수 있는 민주적 리더십이다. 사실 이번 선거는 민노당의 역량이 최대로 투입된 선거인데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당원들이 낙담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가장 많은 당원이 실천에 참가한 사업인데 그 경험과 다양한 문제의식을 어떻게 모으느냐가 시급한 문제다. 이번 평가마저도 의원단이나 최고위원회 등 간부 중심으로 가면 위기가 전면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우리당의 소멸은 필연적 귀결…대선은 보수 대 진보 싸움될 것"
  
  -향후 대선 국면에서 주전선의 상대방은 보수 한나라당인가 자유주의 열린우리당인가?
  
  =형식적 민주주의는 많이 확장됐고 이제 중요한 것은 내용적, 실질적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현하느냐 하는 싸움이다. 한나라당도 오세훈 당선자를 다시 끌어들였듯이 살아남으려면 합리적 보수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으로는 합리적 보수와 진보의 대결구도가 전개될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지금까지는 개혁적 보수, 중도를 자임해왔는데 그건 수구보수 세력을 전제로 한 곁방정치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의 주 전선은 이제 한나라당이다. 그 과정에서 보수정치의 피해자들을 새로운 정치적 비전으로 묶어내야 한다.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의 지형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런 질서 변화가 민노당에 미칠 여파가 있다면?
  
  =한나라당으로 보수 세력이 확고하게 결집하는 가운데 우리당 등이 생존을 위한 이합집산을 하는 구도인데 이게 과거 정계개편 만큼 위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이제 정말 실력으로 평가 받으라는 것이 대중의 주문이다. 한나라당은 수구보수세력으로부터 나름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정계개편은 큰 위력이 없을 것이다. 정계개편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의 국민들을 다 먹여 살리겠다는 국민정당론이 나올 것이다. 우리야 정계개편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국민정당론의 허구성을 공격하며 빈 공간을 공략해야만 한다.
  
  -선거 이후 열린우리당의 우향우 행보에 대해 어떤 견해인가?
  
  =필연적인 결과다. 우리당은 좌향좌 할 수 있는 물적 근거가 없다. 그들 안의 상대적 좌파는 수구보수세력에 대한 도덕적 우월성만을 강조하는 도덕적 주관주의자들이다. 그런데 그들도 경제 정책 부분에서는 오히려 더 신자유주의 속에 용해되어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 선거를 개혁 실패로 규정하니까 중산층 이상을 겨냥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종부세 등에 대한 불만 세력들이 민감하게 반영되는 것이지. 결국 이런 우향우는 우리당의 소멸로 이어질 것이다. 수구보수세력의 적자인 한나라당에 대한 곁방정치의 당연한 귀결점이다.
  
  -임기 말에 접어든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뭐 특별하게 주문할 것은 없고 현안 문제들을 마지막까지 무리 없이 처리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단, FTA문제에 대해선 정말 숙고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NAFTA를 체결한 멀루니 전 캐나다 총리와 살리나스 전 멕시코 대통령의 운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원들 요구 있으면 대선후보경선 뛰어든다"
  
  -민주노동당의 대선 준비(후보와 전략을 포함)는 얼마나 진행됐으며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보나? 민노당 대권후보가 갖춰야 할 덕목은?
  
  =후보는 아마 지금 지목되는 사람들 중에 누군가가 될 것인데 내용적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후보 중심이 아니라 서민정당으로 면모를 갖추는 광범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당원들의 에너지를 집결하는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지금 당 바깥에서는 애정을 갖고 힘을 보태고 싶어도 결합할 방도가 별로 없다고 문제제기하는 분들도 많다. 진보진영의 전 역량을 어떻게 결집시키느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번 지자체 선거에 대한 평가부터 대선 준비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번 평가과정에서 어떤 정치적 교훈을 얻느냐가 문제이고 슬로건을 넘어서는 실질적 서민경제에 대한 전략을 만들어 내야 한다. 후보군 가시화 시기는 다른 당들도 감안해서 우리의 준비 정도와 일정을 감안해서 판단해야 할 것인데 뭐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런 저런 점을 고려하면 내년 초 정도에 가시화 하면 어떨까 싶다.
  
  -본인도 대선후보군으로 거명되고 있다. 후보 경선 참여 의사는 있는가?
  
  =당 발전 전략 속에서 경선 활성화, 의원에게 부여되는 역할에 충실히 동참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는 이제 의원 2년 한 것 가지고 대선후보 나갈 수 있나 싶지만 당의 요구가 있으면 참여할 수 있다. 다 열어놓고 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지금 거론되는 두 분에 비해 더 자유롭고 부담 없이 당 발전 전략을 제시하며 당에 활력을 줄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이른 말이긴 하지만 18대 총선에서는 지역구로 출마해야 할 텐데, 준비하고 있는 곳이 있나? 원내수석부대표도 그만뒀는데 이제 어디에 중점을 두려고 하나?
  
  =솔직히 아직 없다. 이제 준비하려고 한다. 거주지나 연고 관계, 다른 당의 카운터파트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려 한다. 종부세가 광범위하게 해당하는 지역은 피해야 하지 않겠나.(웃음) 앞으로는 재경위 일 외에 당원들이나 당 밖과도 접촉을 늘리려고 한다. 원내수석 하면서 얻은 경험이나 재경위에서 관료들을 만나서 얻은 경험들을 돌려드릴 때가 됐다.
   
   
  윤태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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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평가·책임 논의 회피하는 민주노동당의 이상한 공모구조

 
선거 평가·책임 논의 회피하는
민주노동당의 이상한 공모구조
[시각-5.31평가]박상훈 후마니타스 주간, "당 위해 민중동원"
 
 
 

정당득표 12.1%. 광역단체장 0석. 기초단체장 0석. 지방의원 81석.

지난 2004년 원내에 진출한 이후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치른 전국단위 선거였던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거둔 성적표다. 민주노동당의 공식 목표(광역단체장 1석, 기초단체장 5석, 지방의원 300석, 정당득표 15% 이상)에 크게 대비되는 결과를 보였지만 웬일인지 선거가 끝나고 보름이 다 되어가도록 이번 선거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보이지 않고 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주간은 이에 대해 “객관적 패배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제대로 된 선거평가와 책임논의는 회피되고 있다”며 “평가를 두려워하면서 선거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사실상 억압되었다는 사실은,…향후 민주노동당의 미래와 관련해 매우 부정적인 효과를 남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주간은 오는 14일 ‘한국 민주주의와 5․31 지방선거, 무엇을 남겼나’를 주제로 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가 주관하는 월례포럼에서 발표할 발제문 ‘5.31 지방선거와 민주노동당 - 관찰자의 시각’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박 주간은 지난해 10.26 재보선 이후와 이번 선거 이후를 비교하면서 “두 사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선거결과를 얻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라며 “정확히 말한다면 이번 선거에서의 패배가 훨씬 크지만 선거결과를 대면하는 양상은 너무나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울산 패배 이후에는 사태의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고 결국 당 최고위원의 사퇴로 귀결되었지만 이번 선거 이후에는 “이상한 공모구조”가 출현했다는 것이다. 

패배 인정 않으려는 강박관념과 공범의식이 만든 공모구조 

“이상한 공모구조”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강한 강박관념 △공범의식을 자극하는 접근 △사태 설명의 외부화라는 세가지 담론으로 구성된다.

   
▲지난 4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5.31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강한 강박관념'은 “아주 어려운 조건 가운데 지난 총선에서 얻은 당의 지지도를 유지해서 민주노동당의 정치적 위상을 굳건히 유지한 것은 성과"(문성현 당대표)라거나 “실력대로 나온 것” 또는 “한나라당으로 간 표는 어차피 민주노동당 표가 아닌 중산층 표일 뿐”(평등파측)이라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공범의식을 자극하는 접근”은 자주파가 장악한 지도부는 평등파가 주도한 서울과 울산의 패배가 결정적이라 말하고, 반대파(평등파)는 ‘진보개혁세력 주자교체론’과 민족주의적 선거캠페인 문제를 부각시키면서 “서로 패배를 말하지 못하게 하는 상호견제적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또 "지역주의는 여전하고 부패 정당의 지역 독점은 더 강화됐다"(박용진 대변인)거나 당 후보들의 득표율이 높아진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나라당의 초강세 현상이 아니었으면 많은 당선자를 낼 수 있었을 것"(문성현 대표)이라며 외적인 요인이 강조되기도 한다.

“노무현식 정치언어가 지배하는 민주노동당”

박상훈 주간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일종의 알리바이”라고 규정하고 이는 “기본적으로 분열과 적대 때문에, 국민의식이 못 따라와서, 기득권층 반발 때문에, 조중동 때문에, 지역주의 때문에 안 된다는 식의 노무현식 정치언어와 같은 종류의 담론에 민주노동당 역시 지배되고 있는 형국”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주간은 △평가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제기하는 논의가 없다는 사실(의제의 부제) △논의를 이끌 책임 있는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주체의 부재) △토론과 논의, 갈등을 두려워하는 반민주적 분위기가 지배하는 당 조직(참여의 부재) 등이 공모의 무책임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비합리적 공모가 가능한 것은 “작년 재보선의 경우 자주파 후보의 패배에 평등파 측이 일방적으로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데 비해, 이번 선거는 전체 결과에 대한 지도부의 책임과 서울과 울산 선거의 반대파 책임을 서로의 취약점으로 삼는 상호회피적인 일종의 치킨게임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박 주간은 해석했다. 그 결과 “정파 간 무책임을 상호교환 하는 선거평가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주간은 “더 크게 보면 제로섬적인 정파 대립구조가 만들어낸 한 특징이라 볼 수 있지만 극단적 정파구도 때문에 문제라면, 오히려 책임문제를 둘러싼 격렬한 공방으로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며 정파가 문제가 아니라 “정파의 존재가 갖는 폐해를 완화하고 통제하는 당내 갈등해결 체제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중 위한 선거 아니라 민주노동당을 위한 민중동원”

박상훈 주간은 “민주주의가 민중을 위해 만들어진 것임에도 실제로는 민주주의를 위해 민중이 있는 식이 되는 경우 많다”며 “이 경우 선거는 엘리트 중심의 민주주의, 상층 중산층 혹은 전문가 중심의 민주정치를 정당화하는 기제에 불과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가난한 민중을 위해 선거를 했다고 말할 수 있나”는 질문을 던졌다.

   
▲지난 8일 열린 민주노동당 최고의원·의원단 합동 워크숍

민중을 위한 민주노동당 선거가 아니라 “민주노동당 선거를 위한 민중동원이라는 문법구조로 실천되었고 지금도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민중의 삶의 조건을 보살피는 당내 엘리트와 리더십이 아니라 거꾸로 지도부·후보를 위해 대중이 동원되고 개표 이후 상황에서는 당내 지도체제를 유지하고자 대중의 탈동원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주간은 “근본적으로 민주노동당 조직체계, 권력구조, 리더십체제가 갖는 작동불능의 비합리적 구조 때문에 만들어지는 문제”라며 “지도부의 이해관계 추구 욕구와 정당 조직 전체의 발전이 양립할 수 있는 조직 체제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화운동의 세례를 받은 세대의 힘은 노무현 정부의 등장과 2004년 선거를 정점으로 소진됐다. “40대 전반의 80년대 학번 유권자가 상황을 이끌고 30대 민주화세대가 호응-동조하고, 운동의 경험은 없지만 반권위주의적 가치지향을 가진 20대가 뒤따르는 구도”를 보인 최근의 선거패턴은 2005년 8월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기점으로 해체되기 시작해 10월 재보선 선거에서 심화되고 이번 선거에서 전면적인 해체의 양상으로 나타났다.

“변하지 않는 한 운동권 엘리트의 기득구조에 그칠 뿐”

박 주간은 이같은 노무현 정부 하 운동권의 도덕적, 제도적 몰락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의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의 관성대로라면 민주노동당 역시 운동권 엘리트들의 기득구조에 그칠 뿐”이고 “이 경우 민주노동당의 진보언어는 도덕론 혹은 자신의 도덕성을 세일하는 상품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박상훈 주간은 “대안은 무엇보다도 민주적 책임성의 복원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지도부 내지 리더십이 책임의 주체로 나서고, 논의되고 검토되어야 할 의제를 제기하고, 광범한 참여를 개방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선거의 과정과 결과로부터 교훈을 얻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개선해가면서 대중참여의 제도적, 심리적 기반을 다져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선후보 조기가시화를 둘러싼 협소한 논의 속에서 민주노동당의 역량이 흩어지는 경로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근본적으로 정치의 방법으로 민주주의의 힘을 조직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의 정치학을 발전시키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박상훈 주간의 발제문은 14일 오후 2시30분 성공회대 새천년관 4층 교수회의실에서 열리는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주최의 월례포럼(후원 : 레디앙, 오마이뉴스)에서 발표된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광일 박사(성공회대 민주자료관)의 발제와 함께 손혁재(참여연대, 정치학), 조현연(성공회대 민주주의와 사회운동연구소, 정치학), 조효제(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사회학) 교수의 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2006년 06월 13일 (화) 14:03:09 윤재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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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학계 호소문]산별노조 조직전환

[진보학계에서 노동조합원들에게 드리는 호소문]

산별노조로의 조직전환을 간곡히 당부합니다.


노동자들의 권익향상과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 오신 노동조합원 여러분들께 진보학계의 연구자들이 간곡한 당부의 말씀을 전하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 노동운동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이 계속되고, 노사관계 ‘선진화’를 명분으로 노동조합을 크게 약화시킬 ‘로드맵’이 추진되고 있으며, 나아가 노동 기본권 침해의 우려가 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사회적 양극화와 비정규직의 증가로 이미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처지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를 막아야 할 노동운동의 역량은 아직 부족하여 조직률은 10%선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의 노동조합이 여전히 기업별노조 체제에 머물러 있어 있는 역량조차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2007년 발효를 앞두고 있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사업장 수준의 복수노조 허용 등 ‘로드맵’의 핵심 조항들은 기존 노조들을 심각한 조직위기와 내부 갈등에 몰아넣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노동계는 이에 대하여 2006년 한 해 동안 산별노조 건설을 전면적으로 추진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산별노조가 노동자들의 폭넓은 연대와 단결을 통해 노동자들의 권익향상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민주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조직임은 이미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확인된 바 있습니다. 산별노조는 중소 및 영세기업 노동자, 비정규직을 포함한 미조직 노동자 모두를 하나의 조직으로 포괄하고 대변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우리 노동운동은 지난 10여 년 이상 산별노조 건설을 추진해왔지만, 2006년 올해야말로 결정적인 한 해가 될 것입니다. 특히 이번 6월 19일부터 30일까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대기업노조들을 포함하는 12만 금속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민주노총의 여러 산별연맹들이 대대적인 산별노조 전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인 것으로 압니다.      


아무쪼록 이번 기회에 산별노조로의 대대적인 조직 전환을 통해 우리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선택에 한국 노동운동과 노동자의 미래, 나아가 한국사회 전체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아울러 정부와 사용자들에 대해서도 간곡히 당부합니다. 산별노조로의 전환과 그에 기초한 산별교섭은 노동조합의 대표성과 책임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노사간, 노정간, 그리고 노사정간의 관계를 안정시키고 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담보하는 핵심 전제입니다. 정부와 사용자들도 이러한 노동계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산별교섭에 적극적으로 임함으로써 한국의 노사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데 힘을 모아주기를 기대합니다.   


노동조합 조합원 여러분, 2006년 산별노조 전환에 대한 여러분들의 결단이 한국 노동운동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저희들의 간곡한 당부의 말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2006년 6월 15일


서명자 273명 일동


강미화 (울산대학교) 강인순 (경남대학교) 강이수 (상지대학교) 강인철 (한신대학교)

강정구 (동국대학교) 강현아 (아시아 태평양지역연구소) 강희경 (충북대학교)

강남훈 (한신대학교) 강명구 (서울대학교) 강석재 (안양대학교) 강성태 (한양대학교)

강수돌 (고려대학교) 강신준 (동아대학교) 강연걸 (대구대학교) 공제욱 (상지대학교)

구도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고형일 (전남대학교) 고호성 (제주대학교)

구갑우 (경남대학교) 곽노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권순미 (연세대학교)

권순식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권순원 (서울대학교) 김훈  (한국노동연구원)

김경희 (중앙대학교) 김교숙 (부산외국어대학교) 김교빈 (호서대학교) 김귀옥 (한성대학교)

김기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김대환 (인하대학교) 김도근 (동명정보대학교)

김미숙 (청주대학교) 김민호 (제주교육대학교) 김삼수 (서울산업대학교) 김상곤 (한신대학교)

김상조 (한성대학교) 김석준 (부산대학교) 김성구 (한신대학교) 김성환 (동덕여자대학교)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김세균 (서울대학교) 김수진 (이화여자대학교)

김안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연명 (중앙대학교) 김영조 (북경대학교) 김영진 (서경대학교)

김영희 (영남노동연구소) 김용기 (경남대학교)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성 (서울대학교) 김윤자 (한신대학교) 김인재 (상지대학교) 김재훈 (강원대학교)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환 (경성대학교)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김진학 (수원대학교) 김학수 (경남대학교) 김현희 (한신대학교) 김형기 (경북대학교)

김호기 (연세대학교) 김환석 (국민대학교) 김희경 (동아대학교) 김동춘 (성공회대학교)

김병조 (국방대학교) 김보현 (성공회대학교) 김선건 (충남대학교) 김성국 (부산대학교)

김상표 (진주산업대학교) 김순영 (성공회대학교) 김순영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김연각 (서원대학교) 김영순 (서울산업대학교) 김유선 (고려대학교) 김인재 (상지대)

김정훈 (민주사회정책연구원) 김주일 (기술교육대) 김종일 (건국대학교) 김준(성공회대학교)

김진업 (성공회대학교) 김현숙 (아주대학교) 김희자 (대진대학교) 김인춘 (연세대학교)

남기곤 (한밭대학교) 남춘호 (전북대학교) 노중기 (한신대학교)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남구현 (한신대학교) 남중헌 (울산대학교) 노병호 (충북대학교) 노진영 (목포대학교)

류장수 (부경대학교) 마인섭 (성균관대학교) 민경희 (충북대학교) 문병주 (건국대학교)

박희   (서원대학교) 박거용 (상명여자대학교) 박상원 (충북대학교) 박석운 (노동정책연구소)

박정원 (상지대학교) 박종식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박찬임 (한국노동연구원)

박태주 (한국노동교육원) 박형준 (동아대학교) 박홍규 (영남대학교) 박경숙 (동아대학교)

박노영 (충남대학교) 박명선 (전주대학교) 박병영 (연세대학교) 박용수 (서강대학교)

박승희 (성균관대학교) 박용찬 (서울시립대학교) 박준식 (한림대학교)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배손근 (고려대학교) 백두주 (경남대학교) 백승욱 (중앙대학교)

서관모 (충북대학교) 서복경 (국회도서관) 손현숙 (신라대학교) 송기호 (경상대학교)

송용환 (성공회대학교) 송태수 (한국노동연구원) 송호근 (서울대학교) 신광영 (중앙대학교)

신조영 (대진대학교) 신병현 (홍익대학교) 신윤환 (서강대학교) 신인령 (이화여자대학교)

신정완 (성공회대학교) 신택현 (서울산업대학교) 신원철 (부산대학교) 심상완 (창원대학교)

심영보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심용보 (한국노동교육원) 심재용 (상명대학교)

안진   (광신대학교) 안병진 (창원대학교) 안영갑 (경북대학교) 안재홍 (아주대학교)

안희탁 (노동경제연구원) 양재진 (연세대학교) 염미경 (전남대학교) 오경석 (한신대학교)

오유석 (성공회대학교) 오문완 (울산대학교) 오세철 (연세대학교) 원인성 (김포대학교)

유철규 (성공회대학교) 윤상철 (한신대학교) 윤수종 (전남대학교) 윤세준 (연세대학교)

윤영삼 (부경대학교) 윤진호 (인하대학교) 이갑영 (인천대학교) 이광택 (국민대학교)

이덕록 (서원대학교)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이상덕 (계명대학교) 이상민 (충북대학교)

이상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상철 (성공회대학교) 이상호 (숭실대학교)

이숙진 (이화여자대학교) 이승현 (경남대학교) 이영면 (동국대학교) 이윤후 (울산대학교)

이재열 (서울대학교) 이정우 (경북대학교) 이주희 (이화여자대학교) 이준우 (한밭대학교)

이중희 (부경대학교) 이지만 (연세대학교) 이철기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이학춘 (동아대학교) 이한주 (경원대학교) 이해영 (한신대학교) 이호창 (한국노동교육원)

이홍재 (서울대학교) 이희랑 (중앙대학교) 이병렬 (동해대학교) 이병훈 (중앙대학교)

이상철 (제주대학교) 이성균 (울산대학교) 이성철 (창원대학교) 이수인 (상지대학교)

이나미 (한겨례 통일문화재단 통일문화연구소) 이남주 (성공회대학교)

이인재 (한신대학교) 이승협 (성공회대학교) 이은주 (서울사이버대학교)

이영희 (가톨릭대학교) 이은진 (경남대학교) 이종구 (성공회대학교) 이종래 (경상대학교)

이정협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종오 (명지대학교) 이희영 (성공회대학교)

이일영 (한신대학교) 이채욱 (서원대학교) 인태정 (전남대학교) 임영일 (경남대학교)

임현진 (서울대학교) 임호 (부산발전연구원) 임운택 (계명대학교) 임종율 (성균관대학교)

전병유 (노동연구원) 장상철 (성공회대학교) 장상환 (경상대학교) 장영석 (성공회대학교)

장홍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장세훈 (동아대학교) 전기호 (경희대학교) 정근식 (서울대학교)

정건화 (한신대학교) 정명기 (한남대학교) 정명호 (한성대학교) 정병기 (서울대학교)

정성기 (경남대학교) 정무권 (연세대학교) 정수정 (경북대학교) 정상호 (한양대학교)

정성진 (경상대학교) 정승화 (연세대학교) 정영애 (창원대학교) 정영태 (인하대학교)

정승국 (중앙승가대학교) 정이환 (서울산업대학교) 정일준 (아주대학교) 정준규 (서남대학교)

정진상 (경상대학교) 정태석 (전북대학교) 조삼용 (전남대학교)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조순경 (이화여자대학교) 조영건 (경남대학교) 조우현 (숭실대학교) 조정재 (경북대학교)

조흥신 (서울대학교) 조돈문 (가톨릭대학교) 조원희 (국민대학교) 조형제 (울산대학교)

조효래 (창원대학교) 조효제 (성공회대학교) 조희연 (성공회대학교) 주은우 (중앙대학교)

주무현 (경상대학교) 진수미 (경북대학교) 전창환 (한신대학교) 차성수 (동아대학교)

채창균 (직업능력개발원) 최인이 (이화여자대학교)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최태룡 (경상대학교) 최현 (성균관대학교) 한상진 (울산대학교) 한만주 (강원대학교)

허석렬 (충북대학교) 홍성태 (상지대학교) 홍기갑 (원광대학교) 홍성우 (전남대학교)

홍주환 (서울대학교) 홍장표 (부경대학교) 현재호 (고려대학교) 현봉철 (성균관대학교)

황기돈 (한국노동교육원)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 황선길 (연세대학교)

황선웅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황수경 (한국노동연구원) 황한식 (부산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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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재반론-홍윤기 교수의 반론을 읽고

재반론_홍윤기 교수의 반론(교수신문 제401호)을 읽고
‘표현’ 개념 잘못 이해 … 억측 근거로 비판

2006년 06월 12일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이메일 보내기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처럼 충돌과 갈등을 통해 창조 또한 가능하다. 논쟁이란 이성과 이성의 길항(dia-logos)을 통해서 진리/진실에 한발자국씩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적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출한다거나 상대방을 이기려는 아집에 사로잡혀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는 것을 피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핵심적인 문제는 들뢰즈/가타리의 ‘유목주의’가 침략주의인가, 천규석의 주장이 과연 근거 있는가, 아니 최소한의 지적 성실성이라도 갖추고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유목주의/노마디즘’이라는 표현으로 들뢰즈/가타리 사유를 지칭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는 논증된 문제가 아니다. 이 표현은 이들의 것이 아니라 이진경의 것이다. 그러나 일단 이 말을 사용하기로 하자)


‘노마디즘’은 이중적으로 패러디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유목민들의 삶을 그리워하는 낭만적 회귀라는 패러디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후기자본주의적 상품논리로서의 ‘유비쿼터스’ 전략이라는 패러디이다. 둘 다 들뢰즈/가타리의 본지와는 한참 떨어진 패러디들이다. 그러나 후자의 패러디가 훨씬 심각하다. 국민국가들을 매개 고리로 하는 후기자본주의적 ‘공리계’(화폐 회로들의 장)에 저항하고자 하는 소수자 윤리학/정치학을 완전히 거꾸로 ‘침략주의’, ‘시장제국주의’로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규석의 책은 ‘천의 고원’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 그것을 항간에 유행하는 천박한 “유목주의”와 동일시함으로써 “침략주의”라는 극단적인 해석(?)을 내리고 있다.


천규석/홍윤기는 들뢰즈/가타리 사유를 1)개념/이론이 아니라 인상/이미지로 받아들이고 2)그것을 상상/억측한 후 3)그것에 대해 전혀 빗나간 ‘비판’을 가하고 있다. “전쟁기계”라는 말을 듣고서 거기에 “전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자 ‘피 냄새가 난다’, ‘칭기즈칸의 정복주의’를 찬양하는 것이다 같은 식의 ‘비판’을 가하는 것이 전형적인 예이다. ‘유목’이라는 말이 들어가자 여기저기 이동하는 것이라고 상상하고, ‘욕망’이라는 말이 들어가자 퇴폐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상상하는 둥, 우스꽝스러운 상상/억측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어떤 개념을 듣고서 그것에 대한 최소한의 성실한 이해도 없이, 그 언어가 연상시키는 이미지/인상을 근거로 상상/억측한 후 다시 그것을 엉뚱하게 비판하는 것, 이것이 천규석/홍윤기의 글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유’이다.


전쟁기계는 전쟁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 그것은 1968년(‘68혁명’) 이래 도래한 소수자 운동(여성운동, 학생운동, 새로운 노동운동, 문화운동, 생태운동 등등)을 염두에 둔 개념이며, 국가장치/자본주의로부터 탈주하면서 투쟁하고 사랑하고 창조하는 모든 행위들을 가리키는 말이다.(참으로 얄궂은 것은 천규석 등이 추구하는 생체공동체야말로 다름 아니라 들뢰즈/가타리가 추구하는 전쟁기계의 좋은 예라는 사실이다)


이런 식으로 무책임하게 상상/억측할 때 천규석도 침략주의자이다. 천규석은 ‘농사꾼 철학자’이고 따라서 농사와 철학을 가로지르면서 유목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천규석은 침략주의자가 된다. 이 무슨 기묘한 결과인가. 이런 식의 “연상 고리들”을 끊고서, 최소한의 지적 성실성을 가지고서 누군가를 언급하고 평가하고 비판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여 말한다면, 홍윤기는 홈 패인/매끄러운, 유목/정주, 리좀/수목형을 비롯해 들뢰즈/가타리의 구분이 개념적 구분일 뿐 실체적/실재적 구분이 아니라는 내 지적을 논박하기 위해서 내용/표현, 실체/형식을 도식한 그림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봐라, 들뢰즈/가타리가 실체의 내용과 표현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느냐’는 요지의 반론을 가하고 있다.


그러나 들뢰즈/가타리에게 ‘내용의 실체와 형식’, ‘표현의 실체와 형식’은 있어도 ‘실체의 내용과 표현’, ‘형식의 내용과 표현’ 같은 것은 없다.


첫째, 무엇인가가 있고 그것의 내용과 표현이 있는 것이 아니다.(들뢰즈/가타리의 ‘표현’을 어떤 존재가 있고 그 존재가 무엇인가를 표현한다는 상식적 의미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돌과 조각가가 있을 때 돌이 내용이고 조각가가 표현이다. 일상적 ‘표현’ 개념과는 전혀 다른 개념인 것이다) 내용과 표현이 각각 어떤 것, 무엇이다.

 
둘째, 이들에게 ‘실체’란 어떤 것, 무엇이 아니라 어떤 것의 질료/물질을 뜻한다.(chemical substance를 ‘화학물질’로 번역하는 것을 상기하면 되겠다) ‘형식’은 어떤 것의 구조를 뜻한다. 그러니까 홍윤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철수의 키와 성격’, ‘영희의 키와 성격’이라 해야 할 것을 ‘키의 철수와 영희’, ‘성격의 철수와 영희’라고 말하는 것과도 같다.(‘천의 고원’ 58-60쪽, 한글본 92~95쪽을 숙독할 것을 권한다) 요컨대 홍윤기는 그림의 가로를 먼저 읽고 세로를 읽어야 하는데, 그것을 거꾸로 읽고 있는 것이다.(!)


더 기막힌 것은 이런 실소를 자아내는 “근거”를 제시한 후에, 그는 오히려 내가 “원전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고 강변한다는 사실이다. 설사 내가 틀렸다 해도 “사기극”이 무슨 말인가. 논적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2006 Kyosu.net
Updated: 2006-06-1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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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침통한 민주노동당, 퇴조 원인은?

  
[5.31] 침통한 민주노동당, 퇴조 원인은?
노동계 등 진보진영에 대한 국민적 불신
2006-06-01 09:00:08  

'진보개혁 세력 교체론'을 통해 정치지형을 '보수-진보 전선'으로 구축하겠다던 민주노동당이 목표 달성에 실패, 퇴조세를 보였다.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마저 기존에 울산 동구 북구청장 두자리를 모두 내준 채 전국에서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고, 득표율도 목표치에 크게 밑돌았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5.31선거에서 정당 득표율 15%, 지방의원은 현재의 44명(광역 11, 기초 33)에서 모두 2백명(광역 20~30명, 기초 1백70~1백80명)으로 크게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민노당의 2002년 6.13 지방선거 정당 득표율은 8.1% , 2004년 17대 총선 득표율은 12%. 그러나 이번 5.31 선거에서는 10%를 겨우 상회했다. 17대 총선과 비교하면 분명 퇴보다.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번 선거 부진과 관련, "이번 선거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심판적인 성격이 크지만, 민주노동당이 대안적인 내용을 알리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당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진보정치연구소 김윤철 연구실장도 "지역과는 달리 중앙이 지방선거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다는 것이 문제"라며 "중반이후에야 진보세력 교체론이 나오기는 했지만 너무 늦었고 지역 후보와 중앙당을 아우르는 연결패키지 전략이 부재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선거구호 기조가 중앙당으로부터 내려왔지만 쓸모없는 것이었거나 뒤늦은 것이었다"며 "울산 시장에 출마한 노옥희 후보의 경우 중앙당이 보내준 복지 이슈를 제기했으나 정규직에게 만큼은 복지가 철저한 기업도시의 대명사 울산과는 상당 부분 거리가 있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뿌리깊은 당내 분파 갈등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번 선거에 비지도부 계열은 선거전에 대거 불참했다. 경남도지사 후보에 출마한 문성현 당 대표는 선거운동에 바빠 당내 계파간 갈등을 조정하는 데 소홀했다.

이밖에 노회찬 등 당내 유명스타 의원들이 서울시 등 주요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 비록 본인은 낙마하더라도 당의 득표율을 끌어올려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다 큰 원인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민노총 스캔들 등으로 국민 사이에 확산된 노동운동 및 진보 진영에 대한 불신감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열린우리당 참패와 맞물려 전반적인 진보 진영 퇴조의 쓰나미에 함께 휘말릴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많다.

민노당에서도 앞으로 상당기간 이번 선거 패배 원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심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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