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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워 (D War, 2007)

솔직히 <디워> 관련 뉴스가 릴리즈 될 때만 해도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선전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미 <용가리>를 제작할 때도 신지식인이니 뭐니 하며 떠받들다가, 영화의 대실패 이후 사기꾼 취급을 당하던 심형래 감독이기에, <디워> 역시 개봉 시기가 2006년에서 계속 연기될 때마다 전작의 케이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디워>는 개봉했고 예상과 달리 여름 극장가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흥행 면에서 볼 때는 <디워>가 <괴물>의 기록을 깨네마네 하는 형국이지만, <디워>는 <괴물>과 본질적으로 다른 영화다. 물론 특수효과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며(총제작비 <괴물> 약 100억원, <디워> 최대 700억원 - <디워>의 제작비는 아직 논란의 대상이 다) 한국산(産) 블록버스터를 표방했다는 점, 그리고 영화 그 자체와는 무관하게 논쟁을 생산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두 영화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괴물>은 (봉감독의 말에 따라) 순수오락영화로 볼 수도 있지만 (평론가들의 말에 따라) 사회풍자영화로 읽을 수도 있는 반면, <디워>는 오락영화에 애국주의가 결합된 매우 감정적인 영화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격렬한 찬반논쟁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어제 방송된 "100분 토론"에 의해 이 논쟁은 한층 과열됐 다. <디워>는 솔직히 신선한 논쟁꺼리를 제공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애국주의 마케팅"이라는 종교논쟁적인 논점으로 인해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 같다. 뭐 여기선 "애국주의 마케팅"은 일단 스킵하고 영화 자체에 대한 단상만을 정리해 보자.

1. <디워>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든 재미없게 본 사람이든,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웬만하면 수긍할 수 있는 사실이 두 개 있다. "특수효과 지대로 썼다"와 "스토리 디게 엉성하다"라는 점이다.
  일단 특수효과부터 얘기하면, 개인적으로는 <디워>의 특수효과는 대단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특수효과, 그 중에서도 CG는 3D모델링을 얼마나 잘 했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아니다. 아무리 3D모델링을 잘 해서 사람과 똑같이 생긴 캐릭터를 만든다 해도, 실사와 CG가 잘 융합되지 않으면(흔히 말하는 "CG가 뜨면") 특수효과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괴물>의 특수효과가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동적인 괴물의 움직임이 한강과 원효대교와 잘 맞물려 돌아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디워>의 CG장면에서의 카메라워크 또한 훌륭하다. 조선시대 장면에서 "부라퀴" 군단이 마을을 공격하는 장면에서 "부라퀴" 병사들 사이로 지나가는 카메라워크는 CG이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고, CG의 힘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아파치 헬기의 체인건 사격에 나즈굴 비슷하게 생긴 새에 총알이 박히는 모습을 세밀하게 표현한 것 등, 디테일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디워>의 CG는 높게 평가받을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2. 그리고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한 것이 바로 스토리다. <디워>는 단지 시나리오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내러티브 그 자체가 엉성하기 짝이 없는 것이 문제다. 심형래 감독에게 엄청난 반전이나 미려한 미장센을 바라는 게 아니다. 단지 자연스럽게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만 해 준다면 만족스러울텐데, 스토리 전개의 호흡 조절(초반은 너무 느리고 후반은 너무 빠르다), 뜬금없는 장면전환(부라퀴의 출현으로 차가 꽉막힌 LA에서 순식간에 교외로 탈출, 지구가 아닌 듯한 마지막 장면), 하도 어색해서 민망할 정도인 배우들의 연기(특히 많이 나오는 얘기지만 조선시대 배우들의 연기), 동서양이 짬뽕된 어이없는 설정(조선 병사들과 오크 군단의 대결이라-_-)  등 <디워>는 도저히 몰입을 할래야 할 수 없는 영화다.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가 이렇게 흥행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영화 자체의 평론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3. 애국주의 외에 <디워>의 흥행을 도와주는 요소가 또 있는데, 바로 심형래 감독의 외길 인생 스토리다. 일본애들이 좋아하는 근성(곤조)을 한국인들도 좋아라 하는 것 같은데(김성모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이것이 황우석 사건과 마찬가지로 열성적인 지지자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심형래 감독과 황우석 박사의 사례는 매우 유사한 점이 많고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디워>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 나오는 심형래 감독의 인생 스토리는, 비충무로 개그맨 출신인 심형래 감독이 영화판에서 느낀 설움의 토로이고, 영웅대접을 받다가 사기꾼으로 전락했던 과거에 대한 서운함이면서, 이젠 정말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들었다는 자신감의 표출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심형래 감독의 이런 인생역정이 꽤 매력적인 스토리이긴 하지만, 아직 그런 영상을 자신있게 보여주기엔 영화 감독으로서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현존하는 영화 감독 중 누구보다 대중과 가까이 있었던 심형래 감독이기에 그런 식의 접근이 가능하리라 생각은 되지만, <우뢰매> 성인판 같은 <디워>의 완성도로 봐서 그 영상은 어쨌든 마케팅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디워>와 연관된 애국주의와 논란은 기회가 되면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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