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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얼굴

 

사십을 넘긴 어른의 모습은 대체로 재미없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도무지 표정을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는 입술과

동요하지 않는 눈매

긴장한 어깨에서

나는 삶의 연륜과 인생의 원숙미를 느끼기보다는

갈변되어 가는 시든 사과를 본다

 

무표정에 감정표현까지 서툴러져버린

시들고 맛없어진 표정

그래서 그걸 보면 늘 슬펐다

 

그들은 사랑을 할까

그들의 행복은 뭘까

 

나와 같은 나이엔

나와 비슷한 고민과

비슷한 길을 걸었을

과거의 모습이

지금의 얼굴 속엔 도무지 들어있지 않았다

 

오늘 출근길 차창 속에

그런 어른이 하나 서있다

 

나와 같은 얼굴

같은 쟈켓을 걸친

하지만 내 의도와는 전연 무관히 시들어버린 표정으로 힘없이 서있다

어떤 어른의 모습보다 깊이 슬퍼진다

 

꿈따위는 꾸지 않으며

이루어지지 않을 일 같은건 입 밖으로 내지 않고

깔깔거리며 웃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더니

결국

나는

결코

원치 않던 슬픈 얼굴을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참을 수 없이 한심했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 밤 운동화끈을 고쳐매고 하늘속 한 바퀴 뛰어 돌아오기로 한다

 

그럼

슬픈 어른은 이렇게 말을 걸어 오겠지

"너 미쳤구나"

"그게 슬픈 것보단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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