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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화나

그럼 사람 꼭 있다

그는 일년 삼백육십오일

사무실 폐지 정리며, 팩스용지 공급, 프린터 이면지 관리 등에 눈꼽만치 보탬도 안주다가

어느날 느닷없이 출근하자마자

요란하게 텅텅거리며 폐지 박스를 내다놓고 쓰레기 봉투를 갈아씌운다

화난 사람처럼 혼자 씩씩거리면서.

 

그런 인간들이

거의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쓰레기 봉투를 갈아씌우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티스푼을 씻어놓으며,

업무 틈틈이 팩스용지를 확인하는 이들의 따뜻하고 세심한 손길 따위를 알리 없다.

 

그들은

궂은 일을 하고 있다는 솔선수범의 자만심

자기 없으면 이 사무실이 도무지 돌아가질 않는다는 사실무근의 오만함

따위에 목숨 걸 뿐이다.



우리 사무실에는

여성들과 남성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무실에는

테이블같은 수납장이 있어 그 곳에서 차를 타마시곤 하는데,

커피나 녹차 같은 티백들을 대량으로 서랍에 넣어두고

테이블 위에는 작은 박스를 두어 그때그때 차를 보충해두고

상근자들이나 외부방문자들이 먹기 편하게 한다.

그런데,

최근 적어도 육칠개월간(내가 이 일을 의식한지가 아마 그 정도 되었을테니까)

나는 남성활동가들이 단 한 번도 그 테이블 앞에서 1분 이상 머문 것을 본 적이 없다.

즉,

그들은 작은 상자 속에 들어있는 잘 차려진 차를 스스로 타서 마시는 수고만을 할 뿐

그 아래 서랍속에 수납되어 있는 차를 꺼내어

다른 사람들이 먹기 편하게 그 작은 상자 속에 넣어두는 수고 따위는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같은 공간의 다른 여성 활동가들은

업무 중간 차를 마시러 갔을 때

작은 상자가 비워질 시기를 예상하여 커피믹스와 녹차 티백을 채워주는 센스를 발휘하며

게다가 차가 떨어질 시기를 예상하여 점심식사 후나 은행업무 후 가게를 들러 사오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아, 사실 더 이상 얘기하기도 싫어졌다

이따위것들 얘기하기도 입아프다

 

편파적이래도 할말 없다

원래 세상이 남녀에게 편파적이다

그걸 남자들만 모른다

아니, 여기 남자들은 입으로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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