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945>> 종영

2006/09/10 23:07

지난 1월 시작된 <<서울 1945>>가 오늘 71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극우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 드라마가 역사, 특히 남한 건국세력의 역사를 왜곡했다고 비난하겠지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좌익과 우익을 비교적 공정한 시각으로 표현했다는 찬사를 보낸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다.

 

물론 완전한 공정성은 있을 수 없고, 의미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 드라마는 다음과 같은 사실 하나, 곧 일제하 사회주의계열의 독립운동과 그 성과를 부족하나마 인정했다는 좋은 평가는 받을 만 하다고 본다. 김일성과 박헌영을 돼지처럼 생긴 것으로 묘사하지 않았다는 것도 대단한 균형감의 발로라고 본다. (정부에서 이번 3·1절과 8·15때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을 부분적으로 인정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역시 부족하지만 격세지감이다.)

 

이 드라마의 미덕이 또하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이 드라마가 역사의 전개를 '이념'이라는, 이제는 너무 진부해 보이리만치 (특히 우파에 의해) 우려먹힌 변수를 넘어서서, 역사의 다양한 변인에도 눈을 돌렸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람은 이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해방공간에서 혁명가 문동기가 그의 형인 친일지주 문자작을 살리려고 고분하는 장면은 매우 사실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실제 그런 일이 당연히 많았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거시적인 구조의 문제를 남녀간 사랑 문제로 격하시켜버렸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다. 그 결과 사랑이라는 개인적 문제가 한국현대사의 거시적 사실과 부합하면서 극이 전개되어야 되기 때문에 다소 무리한 설정이 생기기도 했다.(갑자기 이동우가 김해경을 좋아하게 되어 버린다. 왜? 그래야 김해경을 살리면서 극을 전개해 나갈 수 있으니까. 드라마 안 본 사람들은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그런데, 사실 구조라고 하는 것은 항상 개인이 있으니까 성립할 수 있는 개념적 실재이기 때문에 서사의 중심에 다름아닌 개인이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다만, 작가의 의도를 관철시키려고 역사와 유리된 뚱딴지 같은 개인을 등장시키는 짓은 하지 말고, 거시적 시각 속에서 전형성을 충족시키는 개인을 등장시킨다면 대하드라마도 정말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한국전쟁 장면. kbs 홈에서 가져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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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0 23:07 2006/09/1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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