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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야 네가 보고싶다”

“유미야 네가 보고싶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 고 황유미 씨 6주기 추모의 날
 2013-03-07 (목)                                  재현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2007년 3월 6일 집에서 새벽 5시에 아주대 병원에 외래를 갔습니다. 병원에서 피검사하고 영양제 주사도 맞았습니다. 집에 오던 중 이었습니다. … 엄마가 유미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제 괜찮니?" 하니까 "응" 하길래 저는 앞만 보고 왔습니다. 한 20분정도 왔을 무렵 엄마가 뒤를 돌아다보니 얼굴은 창백해 있었고 눈동자가 이상하며 숨이 아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갓길에 차를 세워 놓고 보니 하늘이 까맣고 제 몸이 떨리고 유미엄마는 울고 있었습니다.”
- 고 황유미씨 부친 황상기님이 2007년 6월 1일 근로복지공단 평택지사에 제출한 산재신청 재해경위서 중-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18의 나이로 삼성에 입사하고, 병을 얻어 투병생활을 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자 삼성 본관 앞은 온통 눈물바다가 되었다.

3월 6일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려 스물 셋의 나이로 2007년 사망한 고 황유미 씨의 기일이다. 또한 고 황유미씨와 같이 반도체 전자산업에서 일하다 병에 걸려 죽어간 노동자들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반도체 전자산업 산업재해 노동자 추모의 날’이기도 하다. 유미 씨의 기일과 추모의 날을 맞아 6일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과 추모문화제를 진행했다.
 
“반도체 전자산업 사망자 79명, 이중 삼성 계열사 사망자 69명” 2013년 2월 말까지 반올림이 제보 받은 피해자 현황은 208명이다. 이중 삼성전자 계열사가 181건이다. 제보 건 수뿐만 아니라 사망자 비율도 삼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피해자 가족들과 반올림은 노동자들과 지역주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정부 요구안을 발표했다. "유해화학 물질을 제거하거나 대체물질을 개발하라, 사용실태에 대해 노동자와 지역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라, 유해화학물질 안전보건 관리에 대해 노동자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게 보장하라, 업무상질병인정기준 완화하고 모든 직업병 산업재해로 인정하라…"
 
기자회견이 끝나고 피해자 가족들은 분노에 차서 삼성 담당자와 면담을 요구하며 정문으로 향했다. 경비들은 문을 굳건히 닫고 우리를 막았고 정문 안에서는 삼성이 고용한 직원들이 나와서 ‘집회소음이 영업을 방해하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몇 차례 실랑이와 다툼이 있었다. 피해자 가족들이 대부분 연세가 많아서 다치실까하는 걱정도 됐지만, 그들의 분노와 한을 막아설 수는 없었다. 그렇게 오후 내내 피해자 가족들은 몇 년째 대답 없는 삼성자본을 향해 절규했다.
 

저녁 7시 추모 문화제에는 고 황유미씨의 죽음을 잊지 않고 추모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모였다. 지나가는 시민들도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반도체가 진짜 안 좋은 산업인 것 같다.’, ‘삼성이랑 싸워서 이길 수 있어?’ 지나가는 시민들의 얘기가 들린다. ‘여전히 갈 길이 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황상기 씨는 “처음에 내 딸 유미의 죽음으로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계속해서 피해자 제보가 오는 게 너무 무섭다. 이제 제보가 그만 들어왔으면 좋겠다.”면서 “삼성 공장은 반도체 공장이 아니라 백혈병 환자 만들어내는 기계다.”고 말씀하셨다.
 
고 황민웅 씨의 아내 정애정씨는 “힘들게 싸워서 삼성과 대화 국면을 맞이한 지금 너무나 힘들다. 너무 더디니까… 얼마나 더 싸워야 할지. 큰 아이가 10살인데, 아이는 무슨 잘못이 있어서 아빠 없이 살아가야 하냐…”고 심정을 토로했다.
 
손에 작은 가시 하나 찔려도 어디 몸 한 곳에 살짝 상처만 나도 하루 온 종일 상처부위에 신경이 곤두서고는 한다. 그런데 하물며 사람이 죽었다. 그 죽음을 감당해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누가 위로 해 줄 수 있을까.
 
반도체 전자산업 재해 노동자들의 죽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아파하는 가족들이 있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 죽음의 행렬을 막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을 잊지 않고 함께 하는 것에서부터 희망이 만들어 질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어딘가에 유미 씨가 있고, 고통을 겪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 부모를 여읜 어린 아이들, 형제자매를 잃은 가족들인 저희들은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삼성이라는 회사에 사람 냄새, 인간의 존엄성이 움틀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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