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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세계화와 노동자운동(2)-금융세계화에 대한 지역적 차원의 대응전략

태국에서 열렸던 아래 회의에 대한 이어지는 두 번째 이야기.(7월15~17)

Understanding Global Finance, Bulilding International Resistance

국제금융의 이해, 국제적 저항 건설

 

지난 번에는 주로 중국에 대한 쟁점, 이번에는 금융세계화에 대한 지역적 차원의 대응전략에 대해서 논의된 것들과 시사점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또 이와 관련해서 심상정, 권영길 등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들의 정책을 살펴봅시다.

 

변화하는 금융세계화

 

금융세계화의 정세는 변화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10년전 아시아에서 시작된 외환위기의 형태를 취하지 않을 수도 있고, IMF가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집행기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자본주의도 변할뿐더러 신자유주의도 변화합니다. 심지어는 그것이 만드는 위기의 양상도 말이죠. 


그것을 인식하는 것은 위기의 심화 속에서 무엇이 위기인지, 그것에 어떤 대응을 해야할지를 사고하는 데 중요하겠죠. 10년전 남한의 사회운동이 IMF에 대한 의미있는 반대투쟁을 “전혀” 조직하지 못했던 것을 반성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민주노총은 “민족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정합의를 통해서 정리해고, 파견제와 같은 IMF의 요구조건을 자기 손으로 합의해주었고 그 후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IMF 협약이 강제된 다른 반주변 국가들의 사회운동과도 크게 다른 모습이었죠)

 

우선 IMF의 역할이 크게 약화되고 있고 “금융세계화”와 그것이 강제하는 구조조정의 주도적인 행위자도 교체되는 과정에 있다는 점들이 지적되었습니다. (물론 IMF는 애초에 브레튼우즈 체제에서는 금융자본을 억압하기 위한 도구이기는 했지만 70년대 이후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금융시장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정책을 국가들이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요구의 제안자로 역할을 전환했죠. 지금은 사실상 정책지원기관으로 변신했습니다.)

 

(아직도 아프리카나 카리브 지역에서는 영향력이 남아있지만) IMF의 악명높은 구조조정 때문에 많은 주변, 반주변 국가들이 서둘러 구제금융을 상환하고 정책적 자율성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 대중적인 저항으로 인해 신뢰성이 약화되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주도적인 행위자는 오히려 금융시장의 법칙, 사적 금융자본들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각 국가들은 금융시장의 등락에 눈치를 살피면서 정책을 ‘알아서’ 조정하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대한 반대투쟁으로서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투쟁은 다른 것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이것은 마치 다자간 무역협상--WTO, GATS 등--이 양자간 무역협상--FTA--로 전환되면서 무역자유화에 대한 투쟁의 대상이 변화하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또 한편, 위기의 양상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가 통화위기의 형태로 발발한 이후에 지역적인 수준에서 최소한 통화위기는 막기 위한 장치들이 개발되고 강화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 같은 경우에도 아세안+3(중,한,일) 틀을 통해서 양자간 외환지원 장치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가 구성되고, 최근에는 IMF의 지역판이라고 할 만한 아시아통화기금(AMF)를 구성하는 것을 합의했다고 합니다.(98년 직후에는 AMF가 IMF를 약화시킬 것을 우려한 미국의 반대로 구성되지 못했는데, 2007년 현재의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을 다시 보여주는 방증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시아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달러화가 각국의 외환보유고로 쌓여있는 만큼(다른 나라들도 경쟁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죠) 다음 금융위기는 외환위기의 형태가 아닌 것으로 닥칠 수도 있다는 점. 그렇다면 그에 대응도 다른 방식일 겁니다.(다음 위기의 형태가 무엇일지는 공부를 더 해봐야할 것같네요;;) 그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같고, 그러한 위기가 운동을 수세에 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공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정세는 머지 않아서 다시 귀환할테니까.

 

금융세계화에 대한 지역적 대안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CMI, AMF의 창설은 아시아 지역차원에서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의 대응을 의미합니다. 이는 금융세계화의 파괴적인 불안정으로부터 각국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죠. 예를 들어 98년 직후에는 운동진영의 어느 분파에서도 AMF창설이 필요하다고 요구했을 정도로(물론 당시에 김종필도 언급했던 적이 있죠;) 지역적 차원에서 의미있는 시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를 제어하기 위한 것으로 만들어지기 보다는 “안전한” 금융세계화를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동남아시아에 대해서는 IMF가 했던 것처럼 주로 일본자본의 이해에 따라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행위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어떤 구체적인 대안을 내더라도 그것과 유사하거나 심지어 동일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 그것을 요구할 것인지가 쟁점일 텐데, 최근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흥미로운 쟁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권영길 캠프의 정책

 

권영길 후보의 정책 중에 유사하게 살펴볼 부분이 있고, 심상정 의원의 정책이 가장 구체적입니다. 노회찬 후보 정책에는 아예 부재한 대목입니다. (국제관계에 대해서는 노회찬 후보 정책에는 언급이 없군요.)

 

심상정 후보의 경우 “동아시아 호혜경제- ‘Social Asia’를 향해”라는 제목으로 정책이 제시됩니다. “글로벌 경쟁 심화에 따른 국가양극화, 패권국가의 일방적 지배를 방지하고, 호혜적 분업체계에 기초한 지역공동체(regional community) 건설”을 중심으로 “역내평화와 호혜적 경제발전을 꾀하려면 처음부터 차이를 해소해야 하고, 이를 위해 ‘Social Asia’를 지향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 시민사회 교류프로그램과 아시아 사회헌장(Asia Social Chapter) 채택 △ 개발과 인프라구축, 기술발전에서 국가간 공조와 지원을 강화 △ 동아시아 지역발전기금(ODA)을 조성하고, 달러 통화체제를 대신하는 아시아통화체제(AMF) 등 역내 금융체제 구축.

 

심상정 후보의 정책은 이제까지 단지 국내 혹은 대북관계 정도의 사고에 머물고 무역과 금융에 대해서 사고하지 못했던 운동진영의 한계를 넘어서는 중요한 대목입니다. 특히 단지 지역차원의 통화안정 프로그램 혹은 노무현 정권이 말하는 “동북아시대”프로젝트와 달리 민족국가 사이의 호혜평등한 관계, 사회적 교류를 강조하는 부분은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앞선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것은 운동적 요구라기 보다는 국가의 전략적 정책에 가깝다는 것이죠. 이것은 대선이라는 공간의 고유한 효과일텐데, 어떤 후보도 (이미 국가의 정부를 수권하기 위한 후보로 표상된 이상) 국가전략 수준의 정책을 낼 수밖에 없다는 점. 예를 들어 AMF 구상과 같은 것인 현재 구성이 합의된 AMF와 사실상 같은 것일 수 있습니다. 또 노무현 정권의 동북아시대 전략이라는 것과 사실상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심상정 후보 쪽에 정태인씨가 관계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 그런 맥락일 겁니다.) 그것이 다른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이 아시아 지역의 “정세”가 문제가 됩니다.

 

말하자면 동아시아는 남미가 아니고 따라서 ALBA와 같은 대안이 동아시아에서 그대로 가능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남미의 경우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쿠바가 있지만, 아시아에는 그렇지 않을뿐더러 중국은 그러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죠. 게다가 아시아는 역사적 경험으로 인한 민족국가 간의 대립은 물론, 일본을 정점으로 해서 남한, 대만, 홍콩, 싱가폴과 중국과 동남아시아가 수직적으로 결합된 하청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럴 듯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대안이 가능하기 위한 운동들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어쩌면 심상정 후보 정책의 문제는 운동이 없는 상태에서 정책대안이 먼저 제시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그렇다면 오히려 운동들이 문제겠죠) 심상정 후보의 정책은, 사회운동의 주체들이 국가전략을 제시하고자할 때 처하는 위험을 드러내주고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대안적인 지역협력체제, 대안적 국가 간 관계의 형성의 난점을 드러내줍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할 부분도 여전히 있습니다. 이번 회의를 주도적으로 이끈 월든 벨로는 이 회의에서 CMI, AMF 같은 것들이 지역차원의 ‘정치의 공간’을 연다는 측면에서, 그것에 개입할 수 있고/해야하기 때문에 의미있다고 말합니다. 그런 점에서라면 달리 생각해볼 지점도 있지요.)

 

이에 비해서 권영길 후보 쪽의 정책은 더 심각합니다. 많은 부분에서 부르조아 국가전략과 사실상 아무런 구분도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북방대륙 경제권 개척으로 제4의 세계경제권 주도”라든가, 이를 위한 역내 국가들의 외환보유고 공동사용과 같은 정책이 있습니다. 주변, 반주변의 발전을 위해서 외환보유고를 사용하자는 제안이 위기에 처한 금융체계를 정당화하기 위한 스티글리츠(리버럴들)의 것이라는 점은 지난 글에도 언급한 점이 있지만, “북방경제권”을 언급하는 것은 이미 일본 자본에 선점된 동남아가 아니라 다른 경제공간을 찾아가자는 식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최소한 민족국가간 호혜평등한 발전 지원이나 사회적 교류를 전제한 심상정 후보 쪽보다 문제가 심각합니다. 이것은 아시아 지역의 금융, 무역의 대안이라기 보다는 아제국주의적이고 민족주의적인 발전전략인데, 노무현의 동북아시대 전략에 한걸음 더 다가가 있습니다.

 

“노동중심경제체제”라는 것을 제안하면서 그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지식기반경제”를 들고 있는데는 아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식기반경제라는 것은 생산으로부터 이탈한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투기운동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일 뿐 아니라, 90년대 중반 이후 팽창한 IT 산업의 이데올로기이고 따라서 남한에서 98년 이후 짧은 금융적 팽창(~2002년 경까지) 시기에 “빅뱅”을 경험한 IT 벤처의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입니다. 우석훈 박사는 권영길 후보의 비전이 “벤처 사장들의 북방 개척론”이라고 비판적으로 표현하는 데 가장 적절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그 벤처사장들은 짜증나는 '디 워'의 심형래처럼 이른바 반지성주의 "신지식인"들이죠.)
* 레디앙 기사 참고 :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7148

 
지역마다 다를 분기점, 신자유주의 이후

 

그렇다면 이렇게 아시아 지역에 대해서 제시되는 대안들이 다 문제가 있다고 하면 “대안이 뭐냐” 이렇게 비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저도 대안이 없다는 것이 솔직한 말인데, 다만 대안들이 “가능한 조건”을 생각해보는 것이 지금 가능한 최대한이라고 할 수밖에요.

 

앞서 말한 대로 남미의 알바(ALBA 미주대륙 볼리바르대안)와 민중무역협정(trade treaty of people; Tratado de Commercio entre los Pueblo: TCP) 같은 대안들.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현재의” 동아시아 정세에서는 말하기 힘들 뿐 아니라, 그렇다고 해서 AMF 같은 것을 이야기해서는 지역적 수준에서도 진행되는 금융화에 대해서 무비판적으로 될 수 있다는 점은 이야기했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현재 정세에서 가능한 것은, 각 민족국가의 사회운동들이 지역차원의 대안을 “합의”할 수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는 점, 이를 통해서 어떤 전략들이 어떤 민족국가(들)의 발전전략이 아니라 대안적인 지역적 협력체제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매우 취약한 (특히 남한의 사회운동에는 더욱 취약한) 아시아 지역의 사회운동의 강화된 사회운동 네트워크와 토론이 필요합니다. (아시아 지역이 세계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 취약한 것은 사실인데, 지역별로 진행되는 세계사회포럼의 프로세스도 아시아가 가장 취약하죠.)

 

그리고 각 민족국가 내에서 대안적인 지역협력을 논의할 수 있을 만큼의 사회운동의 문제제기, 그리고 국가를 강제하는 실질적인 힘이 필요합니다. 남미에서 ALBA나 TCP가 가능한 것은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같은 나라가 있기 때문인 것처럼, 아시아에서도 그 비슷한 뭐라도 있어야겠죠.

 

그러나 사실, 그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예상할 수 있는데, 따라서 다소 비관적이 됩니다.

 

이런 점에서는 지역차원의 대안세계화를 위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미의 조건과 상황이 각 지역마다 모두 다 다릅니다. 유럽의 경우에는 통화통합이 이미 이루어졌고 유럽연합도 신자유주의적인 헌법조약을 통해서 “신자유주의적인 지역통합”을 완성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그리고 미국과 “공동지배” 체제를 이루고 있죠. 아시아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수직적 분업체계가 구축되어 있고 민족국가 간의 역사적 구원으로 인해서 지역적인 통합이 쉽지 않습니다.(일각에서는 지역통합을 위해서 민족주의도 개조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한반도 자본주의 발전에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해서 논란이 되었던 서울대 이영훈 교수는 그 징후일 수 있다는 것.)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합중국과 같은 식의 지역적 통합도 논의되고는 있지만 만성적인 내전과 민족국가의 취약성, 민주화의 지체 등으로 인해서 지역통합이 쉽지 않습니다. 다만 중국의 자본이 그것을 촉진하는 매개가 될 수도 있지만 쉽게 예상할 수는 없는 문제. 대안세계화운동에서는 남미의 경우가 가장 희망적일 텐데, 그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일반화할 수 있는 정세는 아니죠.

 

그렇다면 이후에 만약 미국 헤게모니의 자본주의가 정치적, 경제적으로 붕괴하더라도 각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대안체제는 같은 형태가 아닐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미가 모두 다른 형태의 체제에서 (다음 세계체계가 있다면 그 때까지) 상당 기간 경합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것은 역사의 상이한 분기, 어떤 지역적 모델도 절대화할 수 없는 혼란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정세에 맞는 대안들, 운동의 전략들이 필요한 셈입니다. 그것은 민족국가의 변혁과 매우 긴밀하게 연관되지만, 그것으로 제한되지 않는 것들이죠. 그리고 (10년전에 IMF 구제금융과 구조조정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미처 사고하기도 전에 불현듯 사활이 걸린 절박한 문제로 제기되고 사고와 실천을 강제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문제가 무엇인지라도 인식할 수 있기 위해서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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