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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21
    [독서]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1)
    겨울철쭉

[독서]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강양구 지음 / 프레시안북

 

아톰과 코난은 20~30대라면 누구나 기억할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다. 원자력 에너지를 쓰는 아톰의 시대에서, 태양의 에너지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코난의 시대로 가자고 주장한다. 바로 석유시대를 넘어서 말이다. 프레시안 에서 황우석 사태 등 과학기술과 관련된 쟁점에 좋은 글을 써왔던 강양구 기자가 썼다.

 

석유 에너지 시대를 넘어서기 위한 시도들, 바이오디젤, 바이오매스,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등을 소개한다. 각각의 에너지가 유럽 등지에서 어떻게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공상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며, 그리고 절박한 미래이기도 하다.

 

여기에 비해서 남한의 현실은 “참으로 암담하다.” 법과 제도, 정부의 의지는 재생에너지 혹은 석유 대체에너지의 개발과 사용을 촉진하기는커녕, 가능성을 봉쇄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석유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시점에 비참한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석유 정점 oil peak가 2015~25년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이미 임박한 현실이다.) 90년대, 쿠바와 북한이 처했던 상황이 그것이다.

 

폐식용유로 만든 바이오디젤로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오스트리아의 그라츠, 바이오매스로 필요한 난방, 전기에너지는 물론 비료를 생산하는 독일의 윤데 등의 사례는 흥미롭다. 이런 사례들은 대체 에너지를 사용해서 살아가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소도시들에 불과하고 농업에 기반하고 있는 사례들이라는 점에서, 전체 에너지를 대체하기에는 힘들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이런 방식의 시작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편, 이러한 대체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여러 쟁점이 있다. 바이오디젤과 관련해서는, 이것의 생산(재배와 운송, 가공)을 위해서 들어가는 화석에너지로 인한 온실가스 발생, 식량대신 바이오디젤 생산을 위한 농업이 진행되면서 물의 부족, 열대우림의 파괴, 식량가격의 인상이 일어난다. 저자는 이런 쟁점에 대해서도 비교적 균형있게 소개하고 있다. (물론 내가 보기에는 저자는 바이오디젤에 대해서 너무 관대하다. 식량 가격의 측면에서 보아도, 가격인상이 ‘아직’ 충분히 현실화되지 않았을 뿐, 바이오디젤 산업이 전면화되면 큰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통해서 접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들이 딱히 어떤 명확한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다. 소개하는 사례들은 지역적으로 제한적이고 고군분투하고 있고 아직 돈이 많이 든다.(따라서 저소득 국가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과연 환경적으로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에너지 체제 전환을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직은 실험, 대안 “만들기”의 과정이다. 그것을 감당할 수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어떤 명확한 대안, 깔끔한 전망이 아직 없다고 해도 에너지 체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실험과 실패는 필수적인 기회비용인 셈이다. 그래서 '감히' 시도해나가야한다.

 

한편, 이러한 대안 중 특히 주목되는 것은 북한에 대한 대체 에너지 지원 방안이다. 북한에 경수로 대신 풍력에너지, 바이오매스를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에서도 이미 제안한 바 있는 이런 대안은 에너지 체제전환과 평화를 결합하는 의미있는 방안이다.

 

유가 폭등의 시대, 유류세 인하가 쟁점이 되고 있지만, ‘언발에 오줌누기’ 식의 대책만 논의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현재의 석유에너지 체제를 넘어서기 위한 대안을, 운동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책에도 언급되지만 환경운동단체, 민주노동당, 공공노조-연맹 산하의 에너지 관련 노조들(가스공사지부, 발전노조 등)로 이루어진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의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고, 또한 노조운동의 유기적 일부가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점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 최근 프레시안이 낸 책들은 이런 점에서 흥미롭다. <대한민국 병원사용 설명서>는 보건의료, 건강보험 제도와 시민의 생활의 문제를 생생하게 풀어낸다. 이 책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는 에너지체제 전환을 위해서 (노동자운동을 포함한) 사회운동의 대안에 대해서 말한다. 직접적으로 공공부문 노동자운동에 필요한 이념들을 (노조운동에 제한되지 않는) 사회운동의 맥락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셈인데, 나 같은 노조활동가들에게는 실천적(혹은 실용적)으로도 매우 값지다.

 

===

 

‘코난의 시대’에 대해서는 물론,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코난이 맞서 싸웠던 인더스트리아에서 전쟁광들이 얻어내려고 했던 에너지도 “태양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미아자키 하야오는 작품 속에서 플롯의 전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모순을 드러내기를 즐기는 것같은데, 이것도 그 사례의 하나라고 할 만하다. (그런 사례로, 나우시카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여성인 크샤나, 모노노케 히메에서 철의 문명을 만들고 동물들과 싸우는, 그러나 여성과 나병환자를 보호하는 에보시와 제철소 마을의 존재 등을 들 수 있다.)

 

인더스트리아에 숨겨진 태양에너지는, 석유 제품(플라스틱)의 재활용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전쟁을 위한 것으로 전유된다. 그에 비해서 라나의 하이하바섬은 태양과 바람 속의, 평화로운 농경 공동체이다. 미래소년 코난의 결말은, 마치 하이하바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것같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새로운 세계를 쓰자고 제안하는 것같다. (인터스트리아가 가라앉은 후 새로 떠오른 대륙처럼)

그 세계는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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