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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남매에서 삼남매가 되어 걸으면서

엄니네 집이 다리 건너로 이사를 오고,

집안에 조금이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불려갔다.

참, 귀찮기도 하고... 해야만 하는 일들인지라 가기는 갔으나 귀찮음 뒤에 오는 슬픔이 커서 가기가 싫었다.

 

설을 앞두고 또 요리조리 핑계거릴 대다가 설 전날 점심때서야 31가지 아이스크림 두통을 사들고 집에 갔다.

뭐 나름대로 하루종일 기름냄새을 맡는 느끼함을 가시게 해주겠다는 나만의 선물 ㅎ

 

여느때와 다름없이 전을 부치고 수다를 떨고..

대충 저녁까지 먹고 난뒤 작은언니가 저녁운동을 나섰다.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남동생이 따라나섰다.

난 별로 생각이 없었다가 뒤늦게 따라나섰다.

 

작은언니 저녁 산책길은 옛날 우리 초등학교까지 걸어갔다 오는 길이다.

옛날 우리 초등학교까지 간다는 말에 한번 가보고 싶어 뒤늦게 따라 나섰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우리 딸 셋이 모두 나온 곳이다. 남동생만 집근처에 초등학교가 생겨서 다른 곳을 다녔다.

 

너무 넓어서 친구들 서넛이 우산을 쓰고 일렬로 걸어도 차 한대가 넉넉히 지나갔던 학교 앞 길은 너무나 좁아져 있었다.

'옛날보다 요즘 차가 더 커졌나?' 하는 생각이들 정도로.. 흐 내 몸집이 옆으로 늘어난 건 생각도 안하고 말이다.

 

옛날 얘기를 하면서 30대 중후반을 넘어선 삼남매가 한시간여를 걸었다.

각자 자기 짝과 아이들은 집에 남겨두고 정말 예전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듯한...

걷다가 울컥했다.

원래는 넷이었던 우리였는데... 이제 셋이 이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이십 몇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그대로인 상점, 집들이 간간히 남아있는데

우리는 이제 셋이 되었다.

 

부모님 집으로 가는 동안 이번 설에 언니 제사를 지내는지 궁금했다.

큰형부네 집 차례상에 언니 상도 차려지는 물어보고 싶었다. 그럼 가봐야하는 건지 어떤건지...

근데 끝내 묻지 못하고 차례를 지내고 내 집으로 돌아왔다.

큰형부에게 언니 차례는 잘 지냈는지 못 물어봤다.

말을 하는 순간 우리식구 모두 울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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