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 잉여

2011/04/30 20:37 분류없음

 

페미니즘 미술그룹 빨간 뻔데기의 아트북 제작 발표회에 갔다. 한 작가에게 사인을 요청했더니, 친절히 내 얼굴까지 그려줬다. 닮았다. 이제 아무도(특정 시기에 페미니즘이란 단어로부터 수혜를 입었던 작가들 조차도) 전략적으로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이들이 빨뻔이란 원색적인 이름아래 그 단어를 내던져 놓았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일까? 페미니즘이 대체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하지만 그런걸 누가 말해주기를 바랄 필요는 없다.

 

그림 by 봉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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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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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_빨간 뻔데기

판형_130×180mm 

면수 144쪽

발행일_2011년 4월

가격_8,000원 

독립출판

 

*신간책소개

 

△△△: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이름으로 묶이진 않아도

페미니즘에 영감을 얻은 다양한 활동이 많다고 생각을 해요.

페미니즘 운동의 윤리나 철학들이 녹아있는 것,

그게 페미니즘 이라고 생각해요.

페미니즘이라는 깃발을 꽂지 않고,

누군가 페미니스트이라고 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페미니스트들이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시각이라고 생각해요.

그건 페미니즘을 윤리나 철학이 아니라 헤게모니와 정치권력으로서만

이해하는 거예요. 이미 페미니즘은 사람들한테 일상적 윤리와 당연한 정

치철학으로 내재되어 있어요.

나는 그게 페미니즘의 제일 좋은 성과라고 생각해요.

 

-본문인용 ‘도란도란 이런저런 얘기2’ 중에서..

 

 

*출판사정보 - 빨간뻔데기  twitter.com/redcrysalis   red.crysali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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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30 20:37 2011/04/3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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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저장 문서] 고료

2011/02/15 22:02 분류없음

http://10.asiae.co.kr/Articles/new_view.htm?sec=&a_id=2011021511012984382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님의 죽음 이후 나온 이런 저런 글들 중, 가장 핵심에 가닿는 글인것 같다. '원고료'에 대입해 말하고 있지만, 읽다보니, 이 '원고료 미지급'이 예술계 전반의 고질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 준단 생각이 든다.

왜 다들 남일같지 않다고 하겠나. 원고료 '지급' 문제로 '문제'를 겪는 이 회사에 들어와서 그나마 정규직이랍시고 월급받기 전까지 바로 이것이 내 문제였는데. 한 발만 벗어나도 이것이 내 현실인데. 

비상식적인 관행들이 난무하는 미술계에 대한 '막연한 증오심'을 꾹꾹 눌러 담고 있었던 때가 생각났다. 동시에 이 비상식적인 관행들에 그때보다 둔감하게 반응하는 내모습도 발견한다.

그래서, 고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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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5 22:02 2011/02/15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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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저장 문서]

2011/01/27 00:39 art

http://amelano.net/20628

 

마감 중 리뷰에 실릴 강홍구선생님 원고를 교열하며 '쥐20사태'에 대해 알게됐다.

그나저나 정말 잘 그렸네. 절묘한 위치하며 한눈에 들어오는 명작이네.

링크시킨 글은 강선생님 글의 연장선상에서도 재미있게 읽힌다.

간만에 출현한 그래피티 명작을 놓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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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7 00:39 2011/01/2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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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 토끼, 마감

2011/01/25 22:46 분류없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마감 중 전시를 보러 나선 1월의 어느날, 사간동 길은 참 춥고 휑했다. 기무사터 근처를 지다나가, 이 거대 토끼가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마감 빨리해......." 토끼처럼 부지런히 마감하려 노력했다. 한해의 목표를 알려 주는 것 같다.

 

(가칭)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아트펜스_ 정서영 <네 토끼를 잡아라>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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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5 22:46 2011/01/2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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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와

2011/01/10 10:58 art

www.artwa.kr 오픈!

 

뭘 써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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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0 10:58 2011/01/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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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1101

2011/01/08 01:21 기사와 글

 

 

수니 마코소브 

 <The Chronicles of International woman> 10. 29~11.12

<32 Hours> 11.30~12.10. 2010  @ 문래동 vector space

 

여기에 스스로를 ‘인터네셔널 우먼’이라고 칭하는 이가 있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국제 여성. ‘국제’라면‘UN과 같은 공적인 느낌’을 풍기는데, ‘여성’에 붙는 수식어로서는 다소 생경하다. 스스로 ‘국제 여성’임을 내세우는 작가 수니마코소브의 삶의 배경을 살펴보면,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인도에서 보내고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한 뒤 러시아 남자와 결혼하고 현재 홍콩과 서울에서 살고 있다. 명칭에 대한 자격은 충분한 것이다. 그의 이러한 ‘인터네셔널’한 ‘우먼’으로서의 정체성은 곧 노마드와 젠더 이슈를 건드리는 작업으로 연결되는데, 그 방식은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뒤섞기, 특정한 배경을 점한 아티스트로서의 자기 개인사를 그대로 이용하기, 혹은 스스로 상정한 정체성의 인물을 시연하기 등이다.
이전 작업인 <뉴스 프롬 어 파>는 국제여성이 전하는 공적인 포멧의 뉴스 영상에 세계 각지에서 자신이 사적으로 채집한 영상들을 편집해 넣은 뉴스다. 그런데 긴장감을 조성하는 뉴스 시작음과 함께 홍콩에서 젊은 여성 가사도우미들이 거리에 나와 발랄한 춤공연으로 시위 하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자막으로는 “저렇게 매력적인 가정부가 우리집에 입주해 우리 남편과 단둘이 남는다고 생각하면 참 걱정이 되는걸” 식의 말도 안되는 사담을 지껄이는 식이다. 세계 각지의 뉴스라는 공적인 형식과 여성 젠더의 사적인 이슈를 극렬히 뒤섞는 데서 오는 아이러니함. 국제여성의 ‘국제’와 ‘여성’ 양쪽 모두의 희화화. 그의 작품에서 웃음은 주로 이런 코드로 발생한다.
세계 각지에 만물이 관심사이며 좁아진 지구촌의 세계화된 환경을 삶에서 체감하는 인터네셔널 우먼의 고민은 ‘내 집이 어디인가’다. 그녀는 “계속되는 홈 찾기... 내 노트북이 있는 곳이 나의 홈인가?”라고 자문하는데, ‘인터네셔널 우먼의 연대기’로 풀이되는 제목의 개인전을 통해 유년기로 돌아간다. ‘국제 여성의 시초’를 설명하고 있는 이 전시에는,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19세까지의 청소년기를 보낸 인도에서의 사적인 에피소드를 벽에 연대기와 도표(혹은 낙서)로 그려 넣었고, 작은 모니터와 오디오박스에는 그 시절 그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혔던 영화의 장면과 음악, 그에 대한 내밀한 사연과 고백이 배치되었다. 도표위에 깨알같이 자리한 문화적 충격, 언어의 문제, 그 속에서의 갖은 ‘첫 경험’들과 함께, 디스코댄스 속 발리우드 특유의 이글대는 눈빛의 남자, 미국적인 것에 대한 환상을 품게 했던 존 트라블타의 키스신, 교회에 함께 다니던 ‘성숙한’ 소녀에 대한 사연이 담긴 클리프 리차드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녀가 이 전시에 부록처럼 덧붙인 퍼포먼스 <32hours>는 번역의 정치학을 다루는 도길 평론가 보리스 그로이스의 아티클을 벡터스페이스의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번역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행동으로서 ‘번역’의 문제를 전시장 안에 끌어들인다.
이산과 문화적 차이가 심각하고 정치적인 문제로 다가오는 것은 언어나 문화가 ‘내안에 무엇이 담길 것인가’를 결정하는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저 멀리’의 공적인 느낌보다는 가깝고 사적이며 친근한 문제다. 그의 자전적 스토리와 수다 등을 통해 이 ‘국제 여성 자체’를 소개받음으로써, 오늘날의 세계화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우리 앞에 드러난다. 이렇게나 세계화된 시대. 오늘날의 노마드와 문화적 혼성, 번역의 문제란, 이다지도 심각하지 않은 방식으로 수니의 작업을 통해 보여지고 있다.

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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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8 01:21 2011/01/08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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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질

2011/01/07 18:07 잡기장

에디터스 블로그는 블로그를 먼저 작성한 후 그것을 책에 싣는 것인데, 언제부턴가 블로그에 올리지 않고 마감때 그때 그때 작성하여 책에 싣고 블로그는 방치하고 있다. 보다 정리되고 깔끔한 생활을 해 보고자, 새해 맞이 블로그 정리를 결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진보블로그를 떠날려고 했다. 사람들이 블로그 주소만 보고 운동권 출신이나 민중미술 좋아하는 사람으로 아는것이 부담스러워서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내가 진보넷을 알게된 것과 진보넷에 몇 안되는 좋아하는 친구들이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운동권적 배경'이 작용하지 않은것은 아니지만, 난 진보넷의 정치성을 옹호해서 여기 블로그를 쓰는것이 아니다. (과거 운동권이 아니라 과거 반 운동권 여성주의자가 맞다.) 그냥 다른 기업들의 블로그보다 조용하고, 외진 느낌이어서 좋은 것이다. 그보다 큰 이유는 이웃 블로그에 친구가 있어서고. 예전에는 지금은 들어가지 않는 여성주의 사이트 언니네 '자기만의 방'에 글을 썼다. 회원끼리만 글을 보고, 심지어 남자 회원에게 글을 공개하지 않는 기능마저 있었다. 정말 막힌 공간의 편안함이 있었다. 여튼 여러가지를 고민해 봤는데, 그냥 옮기는 것도 귀찮다고 결론 내렸다. 그나마 내가 느끼는 한에서의 '외진 느낌'이 없는, 밝게 열린 공간에서는 불편해서 글을 쓸 수가 없는것 같다. 여튼 정리는 좀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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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07 18:07 2011/01/0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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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발견!

2010/09/27 22:36 분류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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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권현정 사진기자

지난 여름 성곡미술관 <언어놀이>전 촬영에서 관람객 역할을 하고 있는 나

너무 귀엽게 나왔다.

이걸로 사진에는 한이 없다. 감사합니다 현정선배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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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7 22:36 2010/09/2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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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마감

2010/09/06 19:38 분류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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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스포 있음) 준비 중이던 특집이 마감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다음호로 연기되었다. 나는 극으로 치닿던 긴장에서 갑자기 놓여났지만, 여전히 마음은 불안했다. 다른 원고들을 마감하는 와중에도 속속 도착하는 작가들의 메일을 죄진듯한 마음으로 열어보지만, 내 불안을 날려주며 모니터를 채우는 압도적이고 찡한 작품들. 그러니까 기.. 기다려 달라, 아니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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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6 19:38 2010/09/0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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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아티스트 인사이드_이순주

2010/08/17 16:53 기사와 글

 

 

이순주_인간 내면을 비추는 섬뜩한 유머

 

30cm안팍의 작은 드로잉, 회화부터 사루비아다방 콘크리트 벽 곳곳에 남겼던 벽화, 미술관 안에서 버려지는 재료들을 재활용해 만든 설치까지. 이순주의 작업을 한데 모아놓고 보면 얼핏 봐서는 한 작가의 작품인지 모를 시각적 간극이 눈에 띈다. 반면 그의 작업에 대한 태도나 작품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일관되고 명확하다. 그는 작품이 작가의 자아인 양 거창한 물질을 사용하지도, 일관된 시각적 맥락을 구축해 나가지도 않는다. 작업을 하는 자신에게, 또는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바라다볼 뿐이다. 인간 내면의 고뇌를 바라다 보고, 그것을 만든 관계와 권력과 사회현상을 바라다 본다. 그렇게 얇은 종이 위에 그려진 인물이라고 할 수도, 동물이라고 할 수도 없는 묘한 형상들은 벽 판넬 돌 콘크리트, 섬유나 버려진 것들로 만든 입체 오브제 등으로 옮겨가며 우리 눈앞에 홀연히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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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인연> 종이에 연필과 수채 35x35cm 2008

 

 웃기거나 섬뜩한 내면의 형상
외계인 같은 생명체와 오버랩 된 여자, 명품 상표 속 동물 이미지로 변형되어 가고 있는 사람, 성별을 알 수 없는 인삼 비너스... 이순주의 작품 속에서는 사람 동물 식물 사물이 경계가 없이 섞이며, 또 그것이 투명하게 겹쳐지고 사라지면서 우리가 아는 익숙한 것들의 형상이 무너지고 변형된다. 극적이거나 선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깔끔하게 그려낸 그의 그림은 간결하고 웃기지만 그 안에 약간의 섬뜩함이 숨어있다.
  “정말 웃기는 재미 있는 그림인데 사람이 딱 사람만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사람이 겉으로는 이런 형상을 갖고 있지만, 약간은 고양이고, 약간은 악마고, 아님 지렁이일수도 있는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상징적으로 말하자면 우리 내면세계에는 괴물도 살고 있잖아요. 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들이 지금 그 형태를 가지고 있을 뿐이지 그 안에는 여러 가지 모습들이 있어요. 내면을 들여다보고 포착하는 과정으로서 작업하다 보면 그것들이 겹치듯이 섞여 나오기도 하고 슥 사라지거나 슬며시 나타나기도 하는 거죠.”
  이순주의 말대로 우리가 상징적으로 사물이나 동물, 괴물로 변하는 순간이 있다면 어떤 때일까. 2008년 쓴 작가의 글에는, '부녀회와 팜므파탈'이라는 한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는 여자는 결혼중개회사 '뒤요'의 주선으로 키스하면 빨리 변신할것 같은 개구리와 결혼해 살게 된다. 매일 밤 키스 실력을 뽐내보지만 개구리는 변신하지 않고, 입술이 점차 납작하게 눌려 평평해지면서 매일 보는 남편 개구리의 모습을 닮아간다. 결국 개구리가 된 여자는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그녀가 입주한 아파트 '우물안' 단지를 사로잡는 아파트 부녀회가 되어 동네 여자들과 수다를 떤다는 설화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매일 보는 모습을 닮아가고, 욕망하는 대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람들의 욕망과 그 사회적 맥락들을 신랄하게 짚는 비유이지만 현상에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유머가 녹아 있다.
  그의 그림 속 명품 마크로 몸을 도배한 채 태어난 아기들이나 사람의 살갗 밑에 군복 무늬를 내보인 채 호랑이 얼굴을 한 동물, 손가락이 총구멍으로 변해있는 남자, 어깨에 Peace와 Love 문신을 세긴 채 피노키오처럼 코가 자라나고 있는 사람 등은 웃기면서도 겉으로는 완결된 사람의 형상 속에 감추고 있는 욕망의 모습이나 뒤틀리고 아픈 내면과 무의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인간을 증오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생기는 많은 일들을 관찰하면서, 참 웃기고 슬프고 무섭기도 한 감정들이 섞여 있는 순간을 봐요. 저한테 되게 중요한 게 농담이에요. 내가 오늘부터 이 심각한 세상을 어떻게 고쳐보자고 해서 세상을 바꿀 수가 없고, 우리가 조금씩 바뀌어야 되잖아요. 구스타프 융이 사람들이 저마다 조금만 '내면 공부'를 하면 인류는 망하지 않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는데, 저는 그 말에 많이 공감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2004 사루비아다방 <흠>전 전시 전경

 

버려진 것들이 다시 돌아와 말을 건다면
이순주는 2004년 한 달간 사루비아다방과 ‘동거’하며 어둡고 습한 지하 콘크리트 전시장 벽 위에 얼굴 동물 사람 등 특유의 형상들을 그려 넣었다. 벽의 갈라진 틈과 흠집의 모양에서 시작되어 ‘자라나듯 그려진’ 형상들이다. 원래 그 공간에 살던 영혼들이 어둠 속에서 얼핏 모습을 드러낸 듯, 무의식에서 불러낸 듯한 형상들은 기존 사루비아다방 공간의 분위기 속에 완벽히 녹아든 작업이었다. “공간에 대한 느낌만 가진 채 계획도 없이 들어갔어요. 처음 일주일은 그냥 아무생각도 나지 않고, 거기서 계속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가만히 앉아있는데 그 안에 있는 형상들이 조금씩 보이는 거에요. 어떤 애가 슥 하고 지나가는 것처럼요.” 하지만 이렇게 탄생한 한 달간의 벽화 작업은 전시가 끝난 후 한시간만에 물걸레로 깨끗이 지워졌다. “사람들은 어떻게 아깝게 그걸 지우냐고도 했는데, 빨리 지워지고 원상태로 돌아가니까 기분이 좋은 거예요. 저도 처음엔 기념으로 하나 떼어갈까 별생각을 다 했지만 가만 생각해보니까 시발은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냥 거기에 보이지 않게 있던 애들이 잠시 살아났다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언저리로 다시 돌아가는 거고 저는 잠깐 보이게 해줬던 거죠.”
  회화와 드로잉 작품들에서도 수채와 연필, 안료 등 물질성이 가벼운 재료를 사용해 가볍고 간결한 그림을 그리는 이순주는 미술 작품이 거창한 물질성을 가지고 남겨지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어느 날 길에서 어떤 작가가 이사를 가는지 캔버스를 가득 실은 트럭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머리에 총을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저것이 인생의 짐이구나 생각했죠. 작가가 창작을 하는 데는 ‘만들다’의 의미가 크잖아요. 계속 만들어내면서 물질성이 커지는 데 그런 것은 피하고 싶어요. 오히려 있는 것들을 처치하거나 재분배하거나 재활용 하거나 하는 식으로 작업하고 싶죠.”
  사루비아다방에서 그 공간의 컨셉에 맞게 즉흥적으로 작업했듯, 그는 정해진 형식 없이 공간과 여건이 주어지는 대로 그에 맞는 다양한 형식과 매체의 작업을 해 오는 가운데 ‘버려진 것들’에 주목한다. 2005년 <청계천을 거닐다>전에서는 청계천 철거 당시 잔재물 쓰레기더미에서 주워온 시멘트 구조물과 잡동사니들을 미술관 안에 들여왔다. 그 위에 삶의 흔적들을 암시하는 그림들을 그려 전시했다가 전시가 끝난 후 다시 폐기했다. 버려진 것들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는 주술적인 의미를 가진 작업이었다.
  2008년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 <언니가 돌아왔다>전에서는 미술관에서 소모품으로 쓰이고 폐기되는 물질들을 재활용해 설치작업을 진행했다. 강익중의 전시가 끝난 후 버려지는 판넬들을 가져와 3m가량의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고, 그 안에 이순주 특유의 작은 그림, 인형, 오브제들을 배치했다. “오른쪽 벽에 판넬 구조물에서 떨어져 나온 드로잉이 걸려있는데, 작품의 진짜 메시지는 큰 구조물이 아니라 이런 구석에 숨어있어요. 한쪽에 작게 ‘사랑한다’는 글씨가 반복해서 쓰여 있는데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코가 자라는 여자 피노키오에요. 사랑이란 단어에 대한 의심? 우리가 살면서 제일 많이 마주하는 문제가 결국은 사랑인 것 같아요.”
  이순주는 오는 9월부터 한 달간 성북동 테이크아웃드로잉에 입주해 작업을 진행한 후 10월 초 전시를 오픈할 계획이다. 이번에도 ‘계획 없이 들어가 그 공간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내면서’ 작품을 만들 예정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좀 더 귀를 기울여보는 인터렉티브한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현재 생각하고 있는 키워드는 ‘버려진 것들이 다시 돌아와 당신에게 말을 건다면’.
  또 다른 물질로 재탄생되는 폐기물이 아니다. 버려진 것을 다시 가져와 애도하는 것은 마음속을 돌보는 것과 같지 않은가. 어떻게 물질을 벗어나 마음을 들여다 볼 것인지, 이순주가 소통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김수영 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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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7 16:53 2010/08/1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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