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산모의 입맛

집에서 하루밤 주무신

어머니 아버지께서

 

점심 때가 되자

뭐 맛있는 걸 먹으러 밖에 나가자고 하셨습니다.

 

유난히 스테이크를 좋아하는

주선생님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힘차게 외쳤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 갈래요?"

 

사실 1년에 한번이나 갈까 말까 한

패밀리 레스토랑입니다

 

그리고 주선생님이 원래부터

스테이크를 좋아했던 것도 아닙니다.

 

특이하게도 주선생님과 저는

입맛이 정반대였습니다.

 

저는 갈비를 좋아하고 주선생님은 회를 좋아합니다.

저는 물냉면을 먹고 주선생님은 비빔냉면을 먹습니다.

저는 하얀 크림스파게티를 시키고 주선생님은 토마토소스 들어간 스파게티를 시킵니다.

저는 백도를 사고 주선생님은 천도 복숭아를 삽니다.

 

입맛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까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뭘 먹을까를 놓고 다투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냉면집에 가면

각자 시키면 되고

 

복숭아는 천도, 백도

골고루 사오면 됩니다.

 

스파게티 집은 자주 갈 일도 없고

가끔 가는 경우엔 역시 따로 시키면 됩니다.

 

가장 큰 협상이 필요한 때는

갈비집을 갈 것이냐 회집을 갈 것이냐 결정할 때입니다.

 

갈비집이나 회집 가는 건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라서

양보하는 데 커다란 사랑이 필요한 일이지만

그냥 회집에 주로 갔습니다.

 

육지고기 보다는 바다고기가

몸에 좋다고 하니까

회집을 가는게

전체적으로 봐서 이익이 크다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저에게 한 동안

기쁜 시절이 찾아왔습니다.

 

주선생님이 임신하더니

느닷없이 그러는 겁니다.

 

"나, 소고기가 먹고 싶어..."

 

임신하면 특히 먹고 싶어지는 게 생긴다던데

주선생님은 그게 소고기였습니다.

 

돼지고기나 닭고기도 맛있는데

하필이면 비싼 소고기를 그렇게 먹고 싶어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등심하고 스테이크를 좋아했습니다.

 

돈은 없지만

임신했을 때 먹고 싶은 것 못 먹으면

평생 한이 될 것 같아서

부지런히 소고기를 사다 날랐었습니다.

 

덕분에 저도 덩달아 소고기 많이 먹었습니다.

 

이 밖에도 주선생님은

물냉면, 크림스파게티, 백도 복숭아를

좋아라 먹었습니다.

완전히 제 입맛으로 돌변한 겁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걸

잔뜩 사다가

주선생님과 같이 실컷 먹었습니다.

 

참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결국 주선생님은 진통이 5분 간격으로 오는 시점에

등심을 구워먹고 애를 낳으러 가는

놀라운 입맛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그 좋은 시절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고 했던 건

주선생님이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도 그걸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주선생님 입맛이 좀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가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