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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밤새 한숨도 못 잤다는 말은

간밤에 자다가 자주 깼을 때 흔히 씁니다.

 

진짜 밤을 꼬박 샌 건 아니지만

컨디션이 영 안 좋을 때 씁니다.

 

어제 밤에 한숨도 못 잤습니다.

 

미루가 거의 한 시간에 한번씩 깼습니다.

 

낮잠을 반납하고 왕성한 보채기로

주선생님과 저를 매일 녹초로 만들더니

 

이제는 밤잠의 황제 자리까지 내놓았습니다.

 

악다구니를 써가면서 울고

안아줘도 울고

달래줘도 웁니다.

 

어떻게 해서 다시 재웠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밤새 두들겨 맞은 것처럼 욱신거리고

눈은 퉁퉁 부어있습니다.

 

"콜록, 콜록..."

 

근데 미루는 감기에 걸려 있었습니다.

 

미루 앞에 가서

좀 불쌍하기도 하고

어제 우리가 뭘 잘못했길래 감기에 걸렸을까도 생각하면서

앉아 있었습니다.

 

주선생님은

"아이고..허리야.."를 연발하면서 일어나더니

 

제 등 뒤에서

바닥에 널린 기저귀를

주섬주섬 치웁니다.

 

"미루 체온 한번 재봐야지.."

겨드랑이 체온을 재니 37.2도입니다.

 

"괜찮네, 그 정도는.."

 

"애들은 원래 6개월까지는 날 때 받은 엄마 항체로 버틴다면서?

그 이후에 감기 된통 걸린다고 했든가, 현숙아? "

 

"응...그때는 열이 40도씩 올라간대...

37.2도는 열도 아니다.."

 

예전에 미루가 한번 37.5도까지 갔을 때

우리는 미루 옷을 다 벗기고

물을 온 몸에 적신다 뭐한다 하면서 호들갑을 떤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까

37.5도는 귀체온계로 쟀을 때 그런거였는데

그걸 겨드랑이로 재면 36.5도에서 37도쯤에 해당하는 거라서

매우 정상적인 체온이랍니다.

 

그때, 하나도 안 아픈 미루를 데리고

오도방정을 떨었던 겁니다.  그 일만 생각하면 미루가 참 안쓰럽습니다.

 

이 경험 때문에 우리는 이제

약국에서 산 몇 천원짜리 체온계로 겨드랑이 체온을 잽니다.

 

37.2도면 별로 열 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기침하는 것만 좀 나아지면 될 듯 했습니다.

 

저는 계속 앉아서 미루를 봤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한숨도 못 잤기 때문에

좀 졸았습니다.

한참 졸았나 봅니다.

 

그때까지 제 등 뒤에서 뭔가를 하던 주선생님이

한마디 하십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

열 조금 나는 거..그건 미루가 감기랑 싸우고 있는 중이라는 거잖아.

좀 있으면 더 건강해지고, 더 크고 그럴거야..."

 

이런 아름다운 분위기에서

더 졸 수가 없어서 정신을 차렸습니다.

 

오늘 하루 내내 기침감기 박멸을 위해서

온도도 적당히, 습도도 적당히 맞춰주는데 신경을 썼습니다.

 

미루는 전 세계 감기 걸린 애기 중

가장 큰 목소리로 하루 종일 보채고 울었습니다.

 

주선생님은 나름대로 자기만의 방법으로

미루를 위해 애썼습니다.

 

"나, 지금 미루감기에 좋은 것만 먹고 있다~~

아까는 생강차..지금은 매실차.."

 

감기에 좋은 차를 마시면

그게 젖을 통해 나와

미루 감기를 낫게 하리라는 주장입니다.

 

어떻게든 감기만 나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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