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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풍경

낮에 셋이서 마트에 갔다가

출출해서 떡볶이랑 오뎅, 잔치국수 등등을 파는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식당에는

어른 남자 2명, 어른 여자 10명, 아이 7명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테이블에 아이가 딸려 있습니다.

 

우리가 앉은 자리에서 대각선으로 오른쪽 앞에는

덩치는 미루랑 비슷한 여자아이가

혼자서 숟가락으로 아주 밥을 잘 먹습니다.

참 기특합니다.

 

앞쪽 3번째 건너 테이블에 앉아 있던 애는

뭐가 심통이 났는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가 났습니다.

아빠가 손을 확 잡아 끌더니 화장실로 데리고 갑니다.

엄마는 떡볶이가 먹고 싶은데 아빠랑 같이 먹으려는 듯 열심히 참습니다. 힘들어 보입니다.

 

바로 앞 테이블엔 어른 2명, 아이 2명, 유모차 2대가 있습니다.

한 아이는 유모차에 앉아 혼자 도리도리 하고 있고

또 한 아이는 엄마가 떠넣어주는 밥을 열심히 먹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필이면

입구 쪽 좁은 통로 옆의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미루가 탄 유모차 옆으로

사람들이 계속 지나다닙니다.

 

누군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잔치국수를 들고 가면 저는 바짝 긴장합니다.

 

어묵꼬치를 뜨거운 국물에 담아가는 사람이 지나가도

바짝 긴장합니다.

 

떡볶이, 순대가 담긴 쟁반이 지나가도

역시 긴장되는 건 똑같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다들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저는 젓가락질을 멈추고 사람이 다 지나갈 때까지

움직임을 예의주시합니다.

 

한참 동안 잠을 안 자고 있던 미루는

주방에서 나는 컵이랑 그릇 부딪히는 소리

수십개의 숟가락이 싱크대 개수대에 떨어지는 소리 때문에

눈이 더 말똥말똥해지더니

이제는 제가 먹는 걸 보고 입맛을 다십니다.

 

이건 이유식을 할 시기가 오는 신호입니다.

 

안 그래도 6개월째 되는 첫날부터

이유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주선생님은 어제 밤에 이미

이유식 조리기 세트에 대한 사전 조사를

인터넷으로 한 차례 하셨습니다.

 

저는 옆에서 멍하게 지켜봤는데

별게 다 있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건

어떤 조리기 세트 설명에

'변심해서 반품시 왕복택배비 본인 부담'이라고 적혀 있었고

또 어떤 그릇세트에는

'지구최저가격'이라고 적혀있었다는 것 정도입니다.

 

우리가 밥 먹던 식당에도

이상한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빈그릇은 셀프'

 

식사를 마친 주선생님은 그 문구에 따라

빈그릇을 직접 치웁니다.

 

저는 잔치국수의 마지막 국물을 시원하게 마실 요량을 하며

일단 미루를 한번 쳐다봤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주선생님이 자기 젓가락과 제 젓가락을 모두

잔치국수 그릇에 집어 넣어버렸습니다.

 

저는 고개를 번쩍 들어 주선생님을 쳐다봤습니다.

 

"아...미안 미안~, 난 다 먹은 줄 알았어..."

 

기어이 잔치국수 국물을 마시고

저는 물을 한 모금 들이켰습니다.

 

한 모금만 더 마시면 식사는 끝이 납니다.

 

이때 주선생님이 제 컵을

자연스럽게 가져가더니

자기 컵의 물을 제 컵에 쭈욱 따르고

컵을 포개려고 합니다.

 

다시 고개를 들어 주선생님을 쳐다봤습니다.

 

"어..."

 

당황한 주선생님

이유를 말합니다.

 

"미루가 정신없는 것 같아서 빨리 나갈려고 하다 보니까..

마음이 급해서..미안해...물 더 마실래?"

 

애 핑게를 대다니..

 

아무튼 식당 밥 먹기 참 힘듭니다.

 

그 와중에도 미루는 입맛을 계속 다십니다.

이유식의 계절이 코앞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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