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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사 선생님

아침에 봤더니

미루 얼굴에 뭐가 많이 났습니다. 

 

똑같은 게 팔에도 나고 다리에도 났습니다.

 

게다가 오전에만 똥을 5번 쌌습니다.

 

"이게 뭐지?"

"글쎄 모기 물린거 아냐?"

"근데 현숙이 넌 왜 안 물렸어? 니가 안 물린 거 보니까 모기가 아닌 것 같은데?"

 

주선생님은 미루가

모기에 물린 것 같다고 했고

 

항상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모기에 물림으로써

모기가 나타났다는 걸 알려주시는,

 

살아있는 경보기인 주선생님이

모기에 안 물린 것으로 봐서

저는 미루 몸에 뭐가 난 걸로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똥을 5번이나 싸대는 걸 봐서

어디 아픈 게 아닌가 걱정이 됐습니다.

 

특히 처음 쌌던 똥은 냄새가 가히

한 여름에 생선 3일 썩은 냄새를 능가했기 때문에

더 걱정이 됐습니다.

 

'뭘 잘 못 먹었나?'

 

혼자 생각도 해 봤지만

모유 말고 특별히 딴 걸 먹었을리는 없었습니다.

더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미루 데리고 나가서 바람 좀 쐬다가

혹시 병원 가게 생겼으면 가자"

 

공원을 돌면서 미루는 똥을 두번 더 쌌습니다.

 

만나는 동네 엄마들은

"어머, 얘 얼굴이 왜 이래요~?"

"얘..모기 물린 거봐..."등등의 반응으로

우리의 신경을 자극 했습니다.

 

"병원 가자~!!"

 

유모차를 끌고

무슨 일만 있으면 가는

동네 소아과 병원으로 향하는 와중에

주선생님은 이건 분명히 모기 물린 게 틀림 없다고 주장했고

저는 그래도 일단 가보자고 주장했습니다.

 

처음에 우리는 미루를 낳은 산부인과에 딸린

소아과를 다녔었습니다.

 

그 소아과는 사람이 무척 많았습니다.

 

"어~~!! 미루 왔네~~!"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는

천사 같은 소아과 선생님을 기대했던 우리는

 

항상 2분 정도 안에 진료와 처방을 끝내는

공장 같은 분위기가 싫어서

다른 소아과를 찾았습니다.

 

주선생님은 상담도 제대로 안 해주고

연고도 스테로이드가 최고로 많이 들어간 걸로

처방해준 그 병원을 되게 싫어했습니다.

마음의 상처도 많이 받았습니다.

 

지금 다니는 소아과는

제가 우리 동네를

샅샅이 뒤져서 찾았습니다.

 

이 병원에 다니고 부터는

주선생님이 마음의 평안을 찾았습니다.

 

어디 갈 데 없으면 병원에 갑니다.

 

그리고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미루의 증상이 별거 아니라는 정확한 진단으로

우리의 파도치는 마음을 잔잔하게 만드십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선생님, 이게..얼굴이 이게 왜 이러죠?"

"뭐에 물린거네..."

"혹시 뭐가 난 건 아닐까요?"

 

의사선생님은 우리에게

요즘 보기 드문 아주 과학적인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옷 입은 데는 안 났죠? 그럼 뭐에 물린 거예요..."

 

저는 거부할 수 없는 명쾌함에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한번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얘가 오늘만 똥을 7번 쌌거든요? 그거랑 무슨 관계가 있지 않을까요?"

"똥을 7번이나 쌌어요..?"

"그렇다니까요."

 

1초 정도 생각에 잠기셨던 선생님은

항상 하시는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놀기는 잘 놀아요?" "네.."

"엄마 보고 잘 웃고?" "네..."

 

결정적인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끝나자

선생님은 미루가 똥을 7번이나 싼 이유를

담담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젖을 많이 먹었나 보지.."

 

또 다시 거부할 수 없는

명쾌한 설명입니다. 

 

집에 오는 길에 주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맞아 맞아~미루가 어제 새벽에

2시랑 4시에 두번이나 깨서 젖먹었잖아..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치?"

 

역시 환자들과 환자 보호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시는 분이

훌륭한 의사선생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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