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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애들은 뭐 하나를 하면

참 집중을 잘 하는 것 같습니다.

 

미루도 그렇습니다.

 

이 시기 쯤 되면 아이들은

잡히는 건 뭐든 입으로 가져가는 데

 

요새 미루가

'뭐든 입으로 가져가기'를 하면서

보이는 집중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처음에는

입고 있는 옷을

자꾸 손으로 걷어 올려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배가 차면 안돼서

천 기저귀나 수건으로 배를 덮어주면

그것도 손으로 끌어 올려서

입에 집어 넣었습니다.

 

자기 머리 보다 큰 주사위 인형도

어느새 손으로 잡더니

입으로 가져갑니다.

 

키가 비슷한 애벌레 인형을

배위에다 올려주면

이것 또한 입으로 끌어 당깁니다.

 

그 큰 애벌레 인형을 입으로 가져가봐야

애벌레 더듬이 하나도 입에 다 못 넣을 뿐더러

 

실컷 자기 손으로 끌어 당겨놓고서는

애벌레의 습격에 당황한 병사의 얼굴을 하고

이번에는 애벌레를 밀쳐 내려고 낑낑 댑니다.

 

이렇게 입으로 뭘 빠는 습관이

이제는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습니다.

 

"미루야, 인제 자야지~? 자장, 자장~우리 애기~"

 

잘 한번 재워볼려고

미루를 번쩍 안아서 노래를 불러줬는데

갑자기 왼쪽 팔이 스물스물 간지러워집니다.

 

미루가 제 알통을 열심히 빨고 있습니다.

 

"아이고....미루 너 혹시 배고픈 거냐? 젖 먹은지 얼마 안됐잖아..."

 

자세를 바꿔서

미루를 세워 안았습니다.

 

"쪽~쪼옥~~쪼옥쪼옥"

 

포기하지 않는 미루

이번에는 제 어깨를 열심히 빱니다.

 

이래저래 미루를 안정시키고 난 후

침대에 눕혔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겼는지

미루가 팔 다리를 이리 저리 움직입니다.

 

덩달아 긴장이 풀린 우리는

미루 옆에서 촐싹 대다가

큰 베개를 미루 위로 쓰러뜨렸습니다.

 

미루 보다 훨씬 큰 베개가

미루를 덮쳐서 순간 놀래기도 했지만

 

이미 신생아 단계를

훌륭하게 졸업한 미루가

그깟 베개에 눌려서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서

 

저는 거의 아무 반응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고

 

제 옆에 있던 주선생님이

고개를 숙여

베개 밑에 있는 미루를 쳐다봤습니다.

 

"상구~~~미루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 줄 알어?"

 

주선생님은

놀라움 반,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지 모르는 표정 반의 얼굴로

저를 보더니 입을 쩌~억 벌렸습니다.

 

그리고 마구 입을 오므렸다 폈다 합니다.

 

"미루가...깔려 있는 상태로 ...베개를 빨고 있어...."

 

정말 놀라운 집중력입니다.

 

저는 순간,

바닥 청소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실수로 수영장에 빠졌는데 물에 안 떠서 구하러 들어갔다가

그 사람이 열심히 수영장 바닥을 닦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뭘 해도 그렇게

열심히 하면 후회는 안 됩니다.

 

미루는 인제

또 다른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손으로 자기 발 잡기'입니다.

 

일어나자 마자

발을 잔뜩 들어올려서

손으로 잡고 있습니다.

 

목욕시키는데 물 속에서도

기어이 몸을 웅크려서

발을 잡습니다.

 

목욕 끝나고 눕혀 놓고 수건으로 닦아 줄때에도

다 닦고 나서 로션을 발라줄 때에도

미루는 결코 잡은 발을 놓지 않습니다.

 

'집중하기' 두 번째 라운드가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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