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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조리 도구

이유식 첫 단계로

미음을 해줘야 했을 때는

 

체에 넣어서 거르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어휴..남들은 이거 어떻게 하지?"

 

쌀, 야채 같은 걸 넣어서

끓인 다음에 마지막 공정이

체에 거르는 건데

 

재료들이 잘 안 걸러지는 게 있습니다.

아무리 잘게 다져도 마찬가집니다.

 

특히 닭고기가 들어가면

얼굴 벌개질 때까지

벅벅 문질러야 겨우 걸러집니다.

 

고기는 절구로 곱게 찧으면 되는데

숟가락으로 체에 거르니까 힘든 것 같기도 합니다.

같은 게 아니라 그래서 힘든 거 맞습니다.

 

"우리 강판 살까?"

"강판말고 절구나 좀 사줘..."

 

"그냥 잘 익힌 다음에 으깨면 되잖아.."

"아~사 줘~!!!"

 

주선생님한테 우겨서

절구를 샀습니다.

 

이유식을 시작한 지 한달이 벌써 지나서

고기를 열심히 안 찧어도 되는 시점입니다.

 

절구, 거의 안 씁니다.

 

게다가 인제는 다른 재료들도

체에 거르지 않습니다.

 

웬만큼 알갱이가 있게 만들어야 해서

끓이면서 으깨는 정도로만 하면 됩니다.

 

'메쉬'를 사러 갔습니다.

 

메쉬는 폭이 좀 넓은 국자인데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재료 으깨기 좋습니다.

 

그런 걸 메쉬라고 하는 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지금도 글자를 맞게 쓰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메쉬 있나요?"

"주방용품은 여기 진열되어 있는 게 다 인데요.."

 

"메쉬는 없나 보죠?"

"여기 없으면 없어요.."

 

저도 처음 들어봤으면서

괜히 마트 노동자한테

잘 모르냐는 식으로 거만을 떨었습니다.

 

메쉬 못 샀습니다.

 

대신 재료를 끓이면서

숟가락으로 으깨는데

이런 거 하기에 숟가락은 좀 짧습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뜨거운 불기운이

손에 확 올라옵니다.

 

메쉬를 찾아낼 때 쯤이면

재료를 안 으깨도 되는 시점이 될 것 같아서

그냥 숟가락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유식 조리 도구의 핵심은

절구도 아니고 메쉬도 아니고

그냥 숟가락 입니다.

 

이렇게 대충 대충 만들어 먹여도

미루는 이유식 잘만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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