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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네의 일본 여행기 8

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하코네에서 서울까지 가려면

하루 종일 움직여야 합니다.

 

급행열차를 타고 도쿄로 갑니다.

하코네로 올 때 보다는 미루가 덜 힘들어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좋습니다.

 

도쿄 신주쿠 역에 도착해서

역에 붙어 있는 백화점 꼭대기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백화점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일본 안내원은

저 옆쪽 계단을 올라가면 된답니다.

다른 길은 없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가 가장 싫어하게 된 말이

'계단'입니다.

 

유모차를 들고

여행용트렁크와 가방들을 들고

계단을 올랐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한 사람은 미루를 안고

식당 근처를 뱅뱅 돌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게 죄다 이런 것들 뿐입니다.

 

이제 신주쿠역에서 하네다 공항까지

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그리고 김포공항에서 집까지 구간이 남았습니다.

 

공항까지 가는 지하철 표를 끊는데만

20분이 걸립니다. 엄청 복잡합니다.

 

표를 끊고 나자 우리 앞에

계단과 계단과 또 계단이 기다립니다.

 

온천으로 풀린 마음은

계단으로 새까매집니다.

 

"출출하다.."

 

열차를 갈아타는 역에서

주선생님은 빵을 사러 가게에 들어갔고

저는 유모차와 트렁크와, 가방 두개, 그리고 벗어놓은 코트 2벌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상구~어떡하지? 여기 또 와야 할 것 같애..."

 

심장이 멎으려고 합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마음을 가라 앉히고 주선생님을 쳐다봤습니다.

 

"가게에서 쿠폰을 줬어..."

 

이럴 때 안 웃으면

여유없는 인간으로 찍힙니다.

 

드디어 공항에 도착합니다.

공항에서 젖을 먹인 주선생님은

이제 많이 지쳐합니다.

 

"나 커피가 너무 먹고 싶어...잔돈이 겨우 될 것 같은데 자판기에서 뽑아올께"

 

한참을 기다리니까

주선생님이 오는데

얼굴이 울상입니다.

 

"상구...16번이 커피여서, 1번 누르고 6번 눌렀거든..."

 

주선생님은 사과주스를 들고 있었습니다.

1번이 사과주스고,

16번은 버튼이 따로 있었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미루는 그야말로 통곡을 합니다.

너무 힘들어 합니다.

 

반경 5미터 이내의 승객들은

모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다들 놀라운 인내력으로 참고 있습니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2달 쯤 어디 갔다 온 기분입니다.

 

"아저씨, 대방동이요..."

 

택시를 타고 오는 길

빗속에 멀리 국회의사당이 보입니다.

집에 거의 다 왔습니다.

 

살다 살다

국회의사당이 반가워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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