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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하코네에서 서울까지 가려면
하루 종일 움직여야 합니다.
급행열차를 타고 도쿄로 갑니다.
하코네로 올 때 보다는 미루가 덜 힘들어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좋습니다.
도쿄 신주쿠 역에 도착해서
역에 붙어 있는 백화점 꼭대기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백화점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일본 안내원은
저 옆쪽 계단을 올라가면 된답니다.
다른 길은 없답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가 가장 싫어하게 된 말이
'계단'입니다.
유모차를 들고
여행용트렁크와 가방들을 들고
계단을 올랐습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한 사람은 미루를 안고
식당 근처를 뱅뱅 돌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게 죄다 이런 것들 뿐입니다.
이제 신주쿠역에서 하네다 공항까지
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
그리고 김포공항에서 집까지 구간이 남았습니다.
공항까지 가는 지하철 표를 끊는데만
20분이 걸립니다. 엄청 복잡합니다.
표를 끊고 나자 우리 앞에
계단과 계단과 또 계단이 기다립니다.
온천으로 풀린 마음은
계단으로 새까매집니다.
"출출하다.."
열차를 갈아타는 역에서
주선생님은 빵을 사러 가게에 들어갔고
저는 유모차와 트렁크와, 가방 두개, 그리고 벗어놓은 코트 2벌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상구~어떡하지? 여기 또 와야 할 것 같애..."
심장이 멎으려고 합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최대한 마음을 가라 앉히고 주선생님을 쳐다봤습니다.
"가게에서 쿠폰을 줬어..."
이럴 때 안 웃으면
여유없는 인간으로 찍힙니다.
드디어 공항에 도착합니다.
공항에서 젖을 먹인 주선생님은
이제 많이 지쳐합니다.
"나 커피가 너무 먹고 싶어...잔돈이 겨우 될 것 같은데 자판기에서 뽑아올께"
한참을 기다리니까
주선생님이 오는데
얼굴이 울상입니다.
"상구...16번이 커피여서, 1번 누르고 6번 눌렀거든..."
주선생님은 사과주스를 들고 있었습니다.
1번이 사과주스고,
16번은 버튼이 따로 있었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미루는 그야말로 통곡을 합니다.
너무 힘들어 합니다.
반경 5미터 이내의 승객들은
모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다들 놀라운 인내력으로 참고 있습니다.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2달 쯤 어디 갔다 온 기분입니다.
"아저씨, 대방동이요..."
택시를 타고 오는 길
빗속에 멀리 국회의사당이 보입니다.
집에 거의 다 왔습니다.
살다 살다
국회의사당이 반가워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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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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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았수들... 할 말이 없당...부가 정보
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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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짝~~ 주샘~이 좋아한다는 '참잘했어요'도장!오늘은 코끼리그림으로! 미루에게도 쾅 찍어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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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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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걸기/ 고맙수...인제 미루 좀 크면 여행할기야...RE/사실 re님 아니었으면 우린 정말 도쿄 대로변에서 꺼이 꺼이 울었을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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