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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물

이유식을 다 먹이면

의자에 앉힌 채로 바로 이어서

사과를 갈아 먹입니다.

 

미루가 약간의 변비 증상이

있을락 말락 해서

 

하루에 사과 두 쪽 정도를 갈아 먹이는데

이게 효과가 좋습니다.

 

"미루야, 사과. 너 좋아하는 사과~~~아, 어디가~"

 

가끔 사과를 안 먹이고

미루를 의자에서 내려놓을 때가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유가 없는 데 내려 놓아서 문제입니다.

 

이유식을 실컷 먹어서

별로 아쉬울 게 없는 미루는

여기 저기로 몸을 움직입니다.

 

하지만 이유식 먹이기 벌써 4달째.

제 실력도 굉장합니다.

 

이동하는 입 속에

정확히 사과 담은 스푼을 집어 넣습니다.

 

'오물오물..'

 

미루는 틀림없이

사과를 목으로 넘기자 마자

다시 움직일 겁니다.

 

저는 옆에서 사과 한 스푼을 더 퍼서

기다립니다.

 

'꿀꺽'

 

이 소리는

안 들립니다.

 

목이랑 입을 자세히 보면

사과를 넘기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몸이 다시 움직이려는 찰나

그 보다 빨리 숟가락이 입을 파고 듭니다.

 

역시 전 훌륭한 아빠입니다.

이렇게 해서 오늘도 사과 두쪽을 다 먹입니다.

 

"앗"

 

턱받이가 없습니다.

사과물이 옷으로 다 흘렀습니다.

 

이럴수가

하필이면 낮에 나갈 때

제일 이쁜 외출복 입혔다가 안 갈아입혔는데

 

사과물 흐르는 건 신경도 안 쓰고 먹이기만 바빴습니다.

주선생님이 전하신 격언이 떠올랐습니다.

 

"사과물은 바로 바로 빼야 돼..."

 

곧바로 미루 옷을 벗겨 들고

화장실로 튀어 갔습니다.

 

화장실 문턱에 앉아서 빨래 비누로 옷을 박박 문질렀습니다.

미루는 뒤에 앉아서 제 등을 툭툭 칩니다.

 

"미루야, 아빠 건들지마...사과물 안 빠지면 엄마 한테 죽어..."

 

알아들을 리가 없습니다.

 

빨래비누로 빨고

세탁기용 세제 묻혀서 한번 더 빨고

마지막으로 세제를 물에 풀어 담가놨습니다.

 

그 옷에는 정말

사과물 들면 안 됩니다.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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