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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미루한테 신발을 신겨 놨더니

예식장 주차장을 신나게 걸어다닙니다.

 

시골 저희집이

예식장을 합니다.

 

"삐옥..삐옥..삐옥..삐옥.." 

 

소리나는 신발을 사줬더니

걸을 때마다 신나합니다.

 

그 넓은 주차장을 지나서

옆 건물 당구장 계단을 올라가는 걸

잡아왔습니다.

 

16개월 된 애가 출입하기엔

좀 무리가 있는 장소입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기차 좌석에서 바닥으로 내려가는 미루에게

신발을 신기려고 하는데

"으어어어~" 소리를 지릅니다.

 

"미루야, 왜?"

"아...미루야, 양말 신고 신발 신자고?"

 

양말과 신발에 관한 한

언제 신고 언제 벗어야 할 지를

미루는 잘 알고 있습니다.

 

서울에 도착해서

근처 식당에 갔습니다.

바로 들어가봐야 집에 밥이 없습니다.

 

"어? 미루야 너 뭐해~~?"

 

식당에 들어와서

자리를 잡자 마자

미루는 양말을 벗기 시작했습니다.

 

"미루야, 여긴 집이 아니니까..."

 

"괜찮아, 미루야. 그냥 벗어"

 

제 말을 막으면서 주선생님이 말합니다.

미루는 끝을 잡아 당겨서 양말을 벗었습니다.

 

맨발의 미루는 쌀국수를 실컷 먹었습니다.

식당에서 나오면서 다시 양말을 신겼더니

좋아라 합니다.

 

택시를 잡았습니다.

드디어 집으로 갑니다.

명절의 피로를 풀고 이제 푹 쉬고 싶습니다.

 

미루도 기차 타고 다니느라고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피곤하지만 기쁜 표정으로

옆에 앉은 미루를 쳐다봤습니다.

 

미루는

양말을 벗고 있었습니다.

 

택시 안도

실내는 실내입니다.

 

주선생님과 저는

동시에 미루를 말렸습니다.

 

20분쯤이 지나고

우리는 드디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현관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 마자

주선생님이 힘차게 외쳤습니다.

 

"미루야~인제 진짜 양말 벗어도 된다~!!!!"

 

올해에도 이렇게

추석이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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