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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깎기

주선생님이 베트남 갔다 온 직후의 일입니다.

 

미루가 아침부터 보채더니

계속 젖에 매달립니다.

 

한쪽을 빨면 그냥 그쪽에만 집중할 것이지

꼭 다른 쪽 젖꼭지를 만지작 만지작 합니다.

 

"아야! 미루야 엄마 아퍼"

 

더 매달립니다.

 

말귀를 잘 알아듣는 미루는

이럴 땐 못 들은 척합니다.

 

주선생님이 잠시 몸을 피해서

소파 위로 올라가면

미루도 따라서 올라갑니다.

 

다른 쪽에 가서 누우면

역시 그쪽에 따라가서 젖을 뭅니다.

 

할 수 없이 조금 더 젖을 먹이던

주선생님, 더는 못 참고 좀 크게 소리칩니다

 

"아퍼, 정말로...미루야!!!"

 

"으으아앙~!!!"

이번엔 미루가 확실히

말귀를 알아들었습니다.

 

주선생님은

정말 너무 아파서

더는 젖을 못 주겠답니다.

 

"으아악악악!!"

 

미루는 아예 바닥에 털퍼덕 앉아서

두 손으로 땅을 치면서 통곡을 합니다.

요즘 들어서 미루가 자주 구사하는 동작입니다.

 

"상구! 나 베트남 가 있을 동안 미루 손톱 안 깎아줬지!"

 

"아니, 깎아줬어"

목소리가 살짝 떨립니다.

 

"근데 손톱이 왜 이렇게 길어. 아파 죽겠잖아"

 

"현숙아, 너 힘들어서 안되겠다. 내가 미루 데리고 밖에 나갈께"

 

외출하기 위해서

동생한테 얻은 추리닝 바지로

급히 갈아 입었습니다.

 

전날 새벽 3시에 빨아 넌 것입니다.

 

"그거 다 말랐어?"

"응, 말랐어."

 

다 안 말랐습니다.

 

기왕 입는 것

추리닝 윗옷도 입었습니다.

 

주선생님 제 모습이 확 눈에 들어오는 모양입니다.

 

"이야~한벌 빼 입으니까

동네 아줌마 같애"

 

그 사이에 미루는 울만큼 울었고

주선생님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젖을 한번 더 물렸습니다.

 

젖을 문 미루는

조용해지더니 눈을 감았습니다.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주선생님은 곧바로 미루 손톱을

깎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생존의 문제야..."

 

"그러게"

추리닝 윗옷을 벗으면서

호응해줬습니다.

 

"상구..."

 

"응?"

또 아줌마 같다는 얘기 하면

뭔가 응분의 복수를 해주리라 생각하면서

대답했습니다.

 

"손톱 안 깎아줬지?"

 

"......응"

 

"앞으로 자주 깎아줘."

"어..."

 

손톱은 거짓말을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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