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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두려움

" 상구가 침대에서 자면 안돼~?"

 

미루를 침대에서 재우기로 하고

저는 바닥에서 자야겠다고 얘기하니까

주선생님이 보인 반응입니다.

 

제가 바닥에서 자는 게

안쓰러운 거면

 

"괜찮아..내가 바닥에서 잘께~"

라고 해야 정상인데

이상하게 얘기합니다.

 

"왜~?나는 바닥에서 자도 괜찮아..."

"아니, 그게 아니라..나 무서워서 그래.."

 

자기가 자다가 미루를 깔아뭉개거나

팔을 휘둘러서 때릴까봐 걱정이랍니다.

 

생각해보니까

좀 크면 전혀 안 할 걱정들을 참 많이 합니다.

 

대부분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인데

자꾸 머리속에서 상상을 합니다.

 

옆에서 자다가 애를 눌러버리면 어떡할까 하는 걱정은

저도 몇 번씩이나 했었습니다.

 

꿈인지 사실인지 구분은 잘 안 가는데

잠결에 한번 팔꿈치로 찍은 적이 있기도 합니다.

제 양심의 목소리한테 물어보니까

꿈이 아니랍니다.

 

제가 원래부터

인생의 좌우명이 '안전제일'이어서

다치는 문제는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인데

그런 습관 때문이 아니더라도

하여튼 애기는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옷 입히다가도

혹시 손가락이 꺾이면 어떡하나

조심조심합니다. 엽기적 상상입니다.

 

귀에 조금이라도 물이 들어가면

중이염 걸린다고 호들갑입니다.

 

자다가 베게 같은게 얼굴 위로

쓰러지면 안 되니까 주변 정리를 다 합니다.

 

미루가 자다가

몇 번 "커어억~~" 소리를 냈는데

저와 주선생님은 서로 얼굴을 쳐다 보면서

"미루 숨쉬나 봐봐..."하고는

꼭 확인을 합니다.

 

 

결국 미루 옆에서 잠을 잔 주선생님

아침이 됐는데 두눈이 쾡합니다.

 

"에이~그냥 내가 침대에서 잘래~"

 

힘차게 얘기하더니

밤새 무지하게 신경이 쓰였던 모양입니다.

 

"내려 와서 잘래?"

"응~~~"

 

바닥으로 내려오더니 말합니다.

 

"어휴~~인제 좀 편하게 잘 수 있겠다..."

 

주선생님은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한결 편한 얼굴입니다.

저는 혹시 미루가 어디 멍든데는 없는지

살펴봅니다.

 

요즘은 미루한테 새로운 습관이 생겼습니다.

 

낮에는 안 자는 대신

밤잠 자기 황제로 등극했는데

12시 방향으로 재우면 아침에 일어날 때는

머리가 3시를 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 비상입니다.

자면서 움직이기 시작한 건데

하루하루가 다른 애기라서

또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모르니까

혹시 침대에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상상을 합니다.

사방을 베개로 바리케이트를 쳐줍니다.

 

안전이 제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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