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환청

미루가 하도 안 자니까

재우는 게 중노동이고

자고 나서도 좌불안석입니다.

 

요새는 낮에 1시간 30분 고생해서

40분쯤 재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안 자는 것 보다는 백번 낫습니다.

 

다만 중간에 20분쯤 자고 일어나는 일이

몇 차례 있었는데

 

그때부터는 몸의 모든 안테나가

미루가 자는 방으로 향해 있습니다.

 

겨우 재우고 나와서 설거지를 합니다.

 

온갖 소리가 다

미루가 깨서 보채는 소리

앵앵거리는 소리로 들립니다.

 

밖에서 부는 바람 소리

바람에 창문이 살짝 움직이는 소리 정도는

미루가 깨는 소리랑 헷갈렸다가도

"아, 무슨 소리였구나"하고

금방 알아내지만

 

그렇지 않은 소리들이 많습니다.

아파트가 살아서 움직이는 소리들입니다.

 

도저히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온갖 소리들이

하여튼 여기저기서 무지하게 납니다.

 

온 신경은 더욱 미루가 자는 방에

집중됩니다.

 

그나마 이런 소리들은 딴데서 들리는 소리입니다.

 

심각한 건 제가 내는 소리들입니다.

 

설거지라도 할라치면

하여튼 조심성 없게

꼭 그릇 부딪히는 소리를 크게 냅니다.

 

그러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주변에서 나는 작은 소리들이 

전부 미루가 깨서 내는 소리로 들립니다.

 

설거지 하다가 몇 번씩

물을 끄고 귀를 기울입니다.

 

가만히 가서 방문에 귀를 댑니다.

 

문을 열어볼 용기는 안 생깁니다.

잘 자고 있는 데 괜히 문 여는 소리 때문에 깨면

진짜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에이~인제 환청이 들리네~"

 

주선생님의 말씀입니다.

 

드디어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

미루가 보채는 소리가 귀에서 맴도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저는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주선생님도 그렇답니다.

 

"미루 깬 것 같은 소리가 들려..환청이야...환청.."

"너도 그래? 나도 그런데..."

"어? 나도 그렇고 너도 그러면...이건 진짜 깬 거 아냐?"

 

다행히 미루는 깨지 않고

잘 자는 경우가

중간에 깨는 경우보다는 많습니다.

 

근데 우리는

계속해서 미루의 우는 소리가 귓가에 맴돕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