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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의 증거4

"아저씨..이 오징어 한 마리 얼마예요?"

"1500원이요.."

"그럼, 한 마리만 주세요.."

 

오징어를 사다가

오징어볶음을 해 먹었습니다.

 

착한 주선생님은

너무 맛있다고 잘 먹습니다.

 

저도 맛을 봤습니다.

이런. 정말 맛있습니다.

 

요리의 원리를 점점 깨우쳐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근데 희한하게

장 볼 때 가격은 잘 신경을 안 씁니다.

배가 불렀습니다.

 

주선생님이 마트에 가서

오징어를 사왔습니다.

두 마리에 2천원이랍니다.

 

"어..그럼, 한 마리에 천원이네.."

 

가격에 신경을 안 쓰던 저는

그 전에 제가 산 오징어 보다

주선생님이 산 오징어가 500원 싼 것을 알고

갑자기 정신이 집중되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다 말았습니다.

 

지칠 줄 모르고 보채는 미루를 달래기 위해

공원에 나갔다가 방송을 들었습니다.

 

"오징어...열마리에 5천원..5천원.."

 

제 눈과 귀가 한꺼번에 그 곳으로 향합니다.

 

"그렇다면, 한 마리에 5백원..."

 

역시 세상은 알면 알 수록 새롭습니다.

1500원이면 참 싸다고 생각했던 오징어가

천원짜리도 있고, 5백원짜리도 있습니다.

 

주먹을 불끈 쥐고 옆에 있던 주선생님께 얘기했습니다.

 

"우리, 저거 열마리 살까~?"

 

제 알뜰함이 매우 대견했습니다.

주선생님, 호응하면서 대답합니다.

 

"열 마리 다 뭐 할라고?"

 

"...알았어.."

 

하지만, 가격비교를 하기 시작한 건

역시 발전한 겁니다.

자신감이 생깁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전에도 뭐, 딱히 싼 물건 놔두고 비싼 물건을

산 적은 없었던 것도 같습니다.

더욱 자신감이 붙습니다.

 

그날 저녁 두유 한 박스를 사온 주선생님이 묻습니다.

 

"상구..그 동안 베지밀 사오다가, 삼육두유 사오다가 그랬잖아.."

"응.."

"가격 봤었어?"

"아니...두 개가 비슷하겠지 뭐.."

"삼육두유가 5000원이나 비싸구만...지금까지 가격 한 번도 안 보고 사왔었단 말야?"

"...응"

"가격 좀 보고 사오지..."

 

가격 봤다고 할 걸

괜히 솔직히 말했다가 혼났습니다.

 

가격비교 분야에

막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는데

불의의 일격입니다.

 

그 동안 가격표 안 보고 마구 장을 봤던

뼈아픈 과거를 우선 반성부터 해야겠습니다.

 

그래도, 가격 신경 쓰기 시작한 건

주부의 증거가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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