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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술 담그면서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 밭에 뽕나무가 두그루 있다.

산 끝자락에 터전이 있는 관계로 어린이집 주변에는 온갖 귀한 생물들이 넘쳐났다.

산벚나무며 아카시나무, 팥배나무 등등 자연에서 나고 자란 나무며 들꽃들이 푸르게 푸르게 자라고 있다.

텃밭농사를 짓고 있어 상추며 푸성귀들을 속으러 갔다가 닥지닥지 열린 오디를 발견하고 신나게 따서 왔다.

뽕나무에는 왜 실같은 한얀 물질이 끼는지 모르겠지만 올해는 열매도 튼실하고 그 실같은 것도 별로 끼지 않았다. 굵은 놈으로 몇개 따서 입안에 넣으니 달콤이 확 입안을 달군다.

따서 담으랴 입안에 넣으랴 수선을 떨고 났더니 손끝이며 입술이 시퍼러죽죽 하다.

 


 

어릴 적에 외할머니께서 뒷밭에 뽕나무를 기르시고 누에를 치셨던 기억이 있다.

웃방 가득 누에를 칠 수 있는 틀을 들여놓으시고 뽕나무를 깔고 그위에 누에를 기르셨다.

손이 많이 가고 잘 보살피지 않으면 손해를 많이 보는 누에농사를 할머니는 우리 때문에 하신다고 하셨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와 번데기를 실컷 먹이기 위해서라나...  물론 우리 들으라고 하신 얘기셨겠지만 덕분에 오디는 실컷 먹었었다.

 

옇튼 그 때 할머님 얘기로는 오디가 어른 아이에게 무척 좋다고 하셨다.

특히 오줌싸는 아이들하고 술많이 먹는 어른들에게 좋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다.

 

 

오디로 술을 담글 때는 약간 덜 익은 것으로 담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할머니 살아 계실 때 술담그는 법을 좀 배워 둘 것을 소주붓고 만드는 술은 왠지 술같지 않아 잘 담그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아쉬워 오디에 설탕을 좀 섞은 후 소주를 부어 술담그기를 완성했다.

할머니나 큰어머니는 누룩을 만들어 술을 직접 발효시켜 만드셨었는데 그맛이 진짜 일품이었다. 어린 나이에 어른들께서 맛이나 보라고 조금씩 주셨을 때 독하면서도 달착지근한 그맛이 아직도 생생하다. 술맛은 그런것인데... 쩝쩝

 

 


 

100일은 지나야 술맛을 볼 수 있을 게다.

그때는 더위도 다 갔을 것이고 둥근 달빛에 그리운 벗을 불러 거하게 한잔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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