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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8/22
    피카소를 보다
    제비꽃
  2. 2006/08/22
    미술관에 갔다. 건축을 읽었다
    제비꽃

피카소를 보다

아이의 첫번째 여름방학을 잘 보내는 것에는 성공했는데 여전히 기록에는 불성실했다.

이것저것 학기중에 못보았던 공연이나 전시회를 찾아다니다 보니 기록이라고는 달랑 사진 몇장이 전부이다. 블로그를 정말 열심히 활용해 볼 참이었는데... 게으름이란...

 

서울시립미술관은 언제 가도 참 편안하고 싱그럽고 기분좋아지는 곳이다.

미술관 내부도 그렇지만 들어가는 입구가 참 마음에 든다. 나무며 계단이며 냄새등이 사람을 오래 머물게 하는 것 같다. 아이와 같이 덕수궁 뒷담을 걸어들어가는 맛도 쏠쏠하다.

미술관이 마음에 들어 피카소전을 보러가는 마음이 한껏 부풀었는지도 모르겠다.

 


 

피카소는 워낙 유명한 작가라서 여러 통로를 통해 그의 그림을 주변에서 접해왔었다.

아이랑 미술관에 가기 전에 피카소에 대해 알아보느라 또 여러 작품을 미리 보고 갔지만

실제 전시장에 들어가서 본 원작의 느낌은 인쇄본이랑은 비교가 되질 않았다.

선명한 칼라들도 그렇고 피카소 특유의 화법도 그렇고 직접 본 피카소의 작품은 정말 대단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과는 다른 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른의 설명 없이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림들을 해석하고 느끼며 훨씬 넓은 감정을 표현한다. 

아이가 글을 몰랐을 때는 그림만 보고 작품의 느낌을 이야기 하더니 이제는 글을 안다고 그림을 보기전에 제목을 먼저 보고 있었다. 글자를 안다는 것은 이런것일까?

제목과 그림을 연결시키려 애쓰기도 하고 제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림을 보면서는 '뭐 저래'식의 반응들을 보이더니 점점 많은 작품을 보면서는 결국 그림을 위주로 감상을 하게 되었다. 어른인 나보다 훨씬 자유로운 눈으로 멋진 해석들을 해가며...

 

피카소는 나이가 들수록 최대한 단순화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래서 거의 원과 선으로만 구성된 그림들이 많이 있는데 그래서 아이들이 더 좋아하는것 같다. 아이의 눈에는 단순함이 해석하기 쉽고 자기도 할 수 있겠다는 표현의식을 갖게 하는 모양이다.

전쟁에 관한 슬픈 그림들에 대해서 나는 슬프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이는 무섭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그린다면 이렇게 이렇게 그릴텐데 말하기도 하고 실제 집에와서 그려보기도 했다.

 

미술작품은 언제봐도 원본으로 보는 것이 백배는 더 감동적이다.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있을 지 모를 일이니 (유럽에 직접 가서 보지 않는 한) 아이와 함께 한번더 보러 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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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갔다. 건축을 읽었다

미술관에 갔다, 건축을 읽었다

늦여름 작은 나들이, 2000년대에 지어진 전국의 미술관 5곳 … 용도와 형태별로 다른 인문학적 물음과 건축적 조형미를 즐기자

근대를 남기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중구 서소문 정동길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은 보기 드물게, 오래된 건물을 전부 헐어버리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대신 옛 건물의 일부를 보존한 장소이다.


△ 양평의 자연에 들어선 암적색 건물, 닥터박 갤러리

국공립 미술관의 모범사례로 꼽아도 손색없는 이곳은 정면에 1921년에 세워진 경성재판소의 얼굴을 간직하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돼 시간의 붙박이가 되는 대신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기능과 외관이 조금씩 변해왔다.

최초의 기억은 달콤하지 않았다. 일제는 항일 운동가를 탄압할 목적으로 이 건물을 세웠다. 이후 대한민국의 대법원으로 변경됐고, 1995년 대법원의 이전 뒤 2002년 다시 변신했다. 근대의 벽을 지나 내부에 들어서면 천장의 유리로 들어오는 충만한 빛 아래 홀 한쪽에 설치된 백남준의 <서울 랩소디>를 만난다.


△ 서울시립미술관은 역사의 보존방식을 묻고있다.

당초 옛 재판소의 공간을 대부분 살릴 계획이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끊임없는 논의 끝에 정면 벽만 남았다. 어떻게 과거를 보존해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인문학적이고도 건축적인 물음을 던져준 좋은 사례이다. 이 화두는 미술관에서 서울 세종로변으로 걸어나와 일민미술관 앞에 서면 더 강렬해진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언론사 사옥, 1926년작 동아일보 구사옥은 증축과 개축을 거듭했지만 소멸되지 않고, 2000년 신사옥 건립 뒤 유리와 철로 된 아트리움을 붙이는 리노베이션 작업을 통해 컨템포러리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또 다른 미덕은 사람의 몸을 편안하게 하는 진입공간이다. 대개 대형 박물관·미술관이 주차장을 전면 배치해 걸어오는 이에게 불편한 축적을 지닌 진입공간을 조성하는데, 이곳은 주차공간을 최소화하고, 정동길의 연장선에 돌길을 깔아 발로 접근토록 했다. 교육 프로그램도 우수하다. 일반인·어린이·청소년·장애아동·외국인·미술전문인으로 세분화해 알차게 진행된다. 다만 인기 전시회가 자체 기획전보다는 샤갈전·피카소전에 머문다는 점이 시립미술관의 위상에서 아쉬운 점이다.

정동은 서울 근대 답사 일번지이다. 주변에는 덕수궁·옛 러시아공사관·정동교회·성공회성당·이화여고·독립신문 발행터 등이 있다. 또 여기서 북동 방향으로 발품을 파는 만큼 서울 사대문 안을 느낄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덕수궁 내 근대미술 전문기관 ‘덕수궁미술관’은 서울시청 주변의 3대 미술관 답사지이고, 시청앞 광장이나 동아일보 사옥 앞에서 시작되는 청계천 길은 휴식처다. 덕수궁, 경복궁, 희미한 경희궁을 찾아다니면 서울 5대 궁궐의 셋을 보게 된다. 갤러리는 경복궁 동쪽 사간동 길에 많다. 지하철 1·2호선 시청역 하차. (seoulmoa.org) 김수현 기자

비정형의 놀이터, 파주 ‘딸기가 좋아’

파주 출판단지나 헤이리 마을은 서울랜드나 민속촌처럼 관광을 위해 친절하게 설계된 곳이 아니다.


△ 파주 헤이리마을의 ‘딸기가 좋아’

나무도 매점도 적고, 안내판도 거의 없다. 퍼레이드 같은 특별한 이벤트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내로라하는 국내 건축가들의 작품이 세워져 건축학도의 필수 코스로 알려졌지만 사생활 관련 문제로 일반 회사나 단독주택 내부를 모두 보는 것은 어렵다. 어린이 책잔치나 전시회 등 행사가 있을 때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미취학 아동이 있다면 평일 하루를 할애할 만한 상업공간이 헤이리 마을 북서쪽 구석 5번 게이트 근처에 있다. 패션 브랜드 쌈지의 캐릭터 ‘딸기’를 주제로 삼은 테마파트 ‘딸기가 좋아’이다.


△ 일민미술관은 역사의 보존방식을 묻고있다.

대단한 놀이기구는 없지만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공간은 아이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제공해준다. 비정형의 장소를 경험하는 일은 성인에게도 좋은 정서적 자극을 주는데, 다만 건물 내·외부의 딸기, 똥치미 등과 부담 없이 만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곳은 여러 개의 입구를 가지고 있다. 복도는 좁아지다가 넓어지고 벽은 굽어져 있다. 바닥은 기울어져 있고, 방을 구경하는 순서는 따로 없다. 일직선의 도로와 네모난 건물에 사는 우리의 평범한 주거환경에서 거세된 상상력을 복원하는 공간이다. 비선형의 공간에서 아이들이 웃는다. 우발성이 가득한 모험의 장소는 ‘다른 교육’을 찾는 부모들에게 매력적이다. 해외 건축계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내부에 위치한 공놀이터 ‘볼풀장’은 큰 제작비를 들이지 않은 놀이터로 동네마다 하나씩 두고픈 공간이다. 북적이는 휴일을 피하고, 헤이리에 온 김에 다른 곳까지 둘러보겠다는 결심을 거둔 뒤 몇 시간 동안 아이들을 방류하자. 전시장의 그림이나 유물을 익혀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진다.


△ 파주 헤이리마을의 ‘딸기가 좋아’는 네모로 규격화된 일상 공간에 화두를 던진다.(사진/ 위-김수현 기자,아래-쌈지제공)

관람료를 지불해야 하고 특정 브랜드를 익히게 된다는 사실에서 공간의 경험 자체가 상업화되고 브랜드화됐다는 점을 부인하진 못하지만 흔히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은 진실이다.

‘딸기가 좋아’ 옆에는 헤이리의 건축 지침을 그대로 따라 만든 폭 5.1m, 높이 12m, 길이 40m의 네모난 ‘쌈지미술창고’가 붙어 묘한 대조를 보인다. 건축주 쌈지의 컬렉션을 수장하기 위한 곳이나 간단히 통로를 만들어 관람객을 받고 있다. ‘딸기가 좋아’ 앞마당엔 최근 ‘딸기가 좋아 2’가 자그맣게 세워져 숍과 카페의 기능을 충족시키고 있다. 서울 합정역 1·2번 출구 앞에서 200번 버스 탑승. (www.dalkis.com) 김수현 기자

암적색의 내후성 강판, 양평 닥터박갤러리

양평이라는 장소에 각인된 이미지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로 상징된다. 하나는 서울에서 가까운 교외의 자연이라는 입지 조건에서 비롯된 상업주의의 몸부림과 요란하게 치장한 채 국도변 통과 차량들을 유혹하는 카페와 러브호텔의 어지러운 이미지.


△ 양평 닥터박 갤러리는 남한강과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다.(사진/ 닥터박 갤러리 제공)

다른 하나는 서울의 비싼 땅값에 못 이겨 넓은 작업공간을 찾아 교외로 밀려나온 예술가들의 스튜디오와 갤러리들이다. 그리고 여전히 전자의 강렬함에 지배되고 있는 것이 남한강변 양평의 현주소다. 최근 지방 경제를 위해 관광자원의 확보가 최우선 과제임을 알게 된 지자체들의 경쟁 덕분에 양평도 ‘강변문화벨트지역’이라는 근사한 이름을 만들고, 예전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기 위해 한창 노력 중이다. 닥터박갤러리도 ‘문화벨트’ 형성의 주춧돌 구실이라는 큰 기대를 짊어지고 2006년 6월 개관된 곳이다. 미술품 컬렉션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한 내과의사의 열정이 만들어낸 이곳은 한국판 사치갤러리(The Saatchi Gallery)를 연상시킬 만큼 국내에서 독특한 경우로 꼽힌다.


△ 양평 닥터박 갤러리

건축가 승효상의 분신이 돼버린 ‘내후성 강판’을 주재료로 삼은 갤러리 건물은 남한강변의 끄트머리에 좁다랗게 형성된 대지의 악조건을 강변과의 적극적인 만남으로 산뜻하게 해결하는 명민한 감각을 보여준다. 자연 속에 방치됐을 때 더 아름답게 다가오는 내후성 강판의 재료적 특성을 적절하게 사용해 암적색 건물의 강렬함을 구축했다. 일견 무뚝뚝해 보일 수도 있는 내후성 강판의 묵직한 모습은 작가가 오랜 시절 자신의 화두로 삼아온 ‘빈자의 미학’이 상업주의에 질식돼 있는 양평과 만나 자연스럽게 이끌어낸 결과물로 해석된다.

닥터박갤러리는 개인의 소장품에서 출발했지만 훌륭한 수준의 컬렉션을 갖췄다. 이는 건축주가 얕은 깊이로 여러 작가에 관심을 두기보단 오랫동안 몇 작가에만 집중해 수집한 덕분이다. 최근엔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우리 전통민화를 기반으로 현대적인 감성을 표출하던 작가 권녕호의 회화전이 열리고 있다.

주변 남한강 국도변은 ‘미술의 거리’라 부를 만큼 갤러리 투어로 더없이 좋은 장소이다. 공방과 극장이 함께 단지를 이루고 있어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바탕골예술관’, 조각전문 전시관 ‘갤러리 아지오’, 도예전문 갤러리 ‘몬티첼로’, 다큐멘터리 사진전문 ‘갤러리 와’ 등이 추천할 만하다. 중부고속도로 경안IC로 나와 88번 국도를 따라 도마삼거리를 지나 천진암 계곡 입구에서 좌회전 한 뒤 ‘바탕골예술관’을 지나 왼쪽에 위치해 있다. (www.drparkart.com) 홍지학 (주)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무등산의 유리상자, 광주 의재미술관

광주 무등산길 초입 한쪽에 등산객들을 내려다보며 올라앉은 의재미술관에 대한 첫인상은 녹색의 자연이 그려내는 자유로운 형상들 틈바구니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 광주 의재미술관 또한 무등산의 경치를 내부 공간에 끌어왔다.

건물의 조형은 미니멀한 추상화를 보는 듯하게 장식이 절제됐으며, 공간들 역시 유리상자 안의 가는 기둥에 의해 가볍게 구축된 현대건축을 보여준다. 이렇게 전위적인 조형의 건물이 가능했던 것은 협력 작업한 조성룡, 김종규 두 작가의 건축적 아이디어를 십분 이해하고 수용한 건축주의 역할도 컸을 것이다.

남종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 선생을 기린다는 미술관의 목적을 상기해보면, 기와나 처마를 담아낸 건축물을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적인 공간은 외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외부의 풍경을 바라보는 방식에 있다’는 건축가들의 독창적인 생각이 좋은 건축주를 만나 수준 높은 공간으로 실현됐다. 한국 건축의 모범적인 선례가 된다. 첫 만남이 어색한 무등산 속 투명한 유리상자의 출현도 이쯤 되면 그 연유를 알 만하다. 미술관 1층에 마련된 공간에서 차를 마시며 유리 병풍 너머로 무등산의 경치를 느껴본 다음이라면 누구나 쉽게 가슴에 담아갈 수 있는 이치이다.


△ 광주 의재 미술관 (사진/의재미술관 제공)

건축가의 사려 깊음은 건물에 오르는 과정에서 고스란히 체득할 수 있다. 건물을 짓기에 등산길의 비탈지고 좁고 긴 땅은 매우 불리한 조건이지만 건축가는 그 지형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미술관의 공간들을 정교하게 꾸려넣는 솜씨를 발휘했다. 어쩌면 의재미술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한걸음 한걸음 자리를 옮기며 감상할 수 있는 무등산의 풍광과 그 사이를 매개하는 건축가가 ‘문화산책로’라고 명명한 건물의 외부공간에 있다. 의재미술관은 미술관 건물 하나를 위한 장소라기보다는 허백련 선생의 삶을 기념하는 곳에 더 가까우며, 선생이 일생을 함께했던 춘설헌, 춘설다헌, 삼애원(옛 농업학교) 그리고 5만 평에 달하는 녹차밭을 아우르는 문화지대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남도답사의 출발점인 광주의 무등산 부근에서는 소쇄원, 취가정, 환벽당, 식영정, 가사문학관 등 이른바 가사문화권을 함께 돌아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조선 중종 때 조영돼 전통 정원건축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소쇄원을 함께 방문한다면, 자연과 건축의 조화를 꿈꾸었던 조선시대 건축가와 현대의 건축가들이 지닌 공통된 생각과 차이점을 느낄 수 있다. 의재미술관은 광주 시내에서 무등산으로 향하는 의재로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시내버스는 증심사행 버스를 타고 종점 하차. (http://www.ujam.org) 글 홍지학

건축도자라고?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김수로왕릉이 가락국의 기억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가야의 고도, 김해의 구석에 낯선 개념의 미술관이 들어섰다.

지난 3월 개관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박물관을 표방한다.언뜻 들으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클레이아크’와 ‘건축도자’란 말은 동의어로 보면 된다. 클레이아크(Clayarch)는 흙을 의미하는 클레이(Clay)와 건축을 뜻하는 아크(Arch)를 조합한 단어이며, ‘건축도자’는 말 그대로 도기와 자기를 일컫는 ‘도자’ 앞에 ‘건축’이란 단어를 붙인 말이다. “도자와 건축의 관계를 재조명해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건축도자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미술관의 비전이 구현될지에 염두를 두고 미술관의 조형과 콘텐츠를 살펴보는 비판적 나들이도 미술관을 즐기는 한 가지 방식이 될 수 있다. 물론, 한적한 교외의 산책도 가능하다. 남해고속도로 진례IC에서 2.5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술관은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성이 낮지만 지금까지 4만여 명이 찾아왔다.


△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은 ‘건축도자’의 미래를 탐구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미술관이다.(사진/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 제공)

미술관의 외관에서 건축도자라는 개념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중앙 전시관의 둥근 외벽을 감싼 4400장의 화려한 도자타일로 인해 전시관은 그 자체가 도자기 형태를 띠게 된다. 타일은 교환이 가능한 알루미늄 틀에 끼워져 있어, 이미 외관의 화려한 변신을 예고한다. 8320.23㎡로의 대지 위에 세워진 연수관, 체험관, 수장고, 미술관 숍, 카페테리아, 도자점 사이에는 판석이 깔린 산책로가 형성돼 있어 햇살이 부담스럽지 않은 날 피크닉 공원을 지나 20m 높이의 상징 조형물 클레이아크 타워까지 올라가면 진례면의 푸른 논을 조망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루 50명까지 수용 가능한 도자 만들기 체험관도 인기다.

10월3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세계 건축도자전’에 전시된 10개국 작가 16명의 작품 47점을 보면 흙이라는 친환경적 재료가 지닌 가능성과 도자기의 예술성, 그리고 건축에 잠재된 일상성이 잘 배합될지 가늠해볼 수 있다. 벽돌, 항아리, 타일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관람한 뒤 고개를 끄덕여줄지는 전적으로 관객 마음이다. 분청도예 마을 조성에서 미술관 건립으로 부지 계획이 바뀌고 개관된 뒤, 김해의 도예가 100여 명은 “지역 도예인을 말살하려는 흉물”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아직까지는 이 미술관이 가야토기와 분청사기의 전승이라는 김해의 문화적 방점을 확장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10월 말께에 방문하면 김해시 진례면 송정리의 도예촌에서 10년째 이어오는 김해 분청사기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다. (www.clayarch.org)

(한겨례 21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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