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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노래방이 생기고, 비디오방도 생기고

곧이어 피씨방과 전화방이란 곳이 생기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끊임었이 어딘가 들어갈 방을 찾으며 사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요즘 나는 블로그라는 방으로 기어들어와 있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한 때 나의 꿈은 내 방을 갖는 것이었다.

 

신촌에 있었던 술집 '섬' 언니를

이른 아침의 신촌 거리에서 너무나 이질적이고 낯설게 보았던 날,

'섬'과 그녀가 하나였던 '섬'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섬언니의 섬과 같은 공간을 갖고 싶다고.

지금 섬 언니는 이 세상에 없지만,

많은 이들이 그녀와 그녀의 공간을 추억한다.

 

또, 안젤라 언니를 만났을 때 생각했다.

처음 안양 이주노동자의 집에 갔을 때

그녀가 꾸리는 그 공간과 그녀가 너무나 반짝반짝 빛이 났고

나도 덩달아 신이 났었다.

안젤라 언니는 지금도 과테말라에서

잡풀이 우거진 공간에서 울고 웃으며

사람들을 모아 잡풀을 깎고 있다.

난 그 공간도 반짝일 것 같다는 상상을 한다.

 

한 때,

나도 내 공간이 있어 행복했었다.

가슴이 쿵쾅거렸고

방문 걸어잠그고 폴짝폴짝 뛸만큼 설레여서

정신없이 내리 달리던 나날이었다.

 

비 쏟아지는 밤

홀짝거리는 술잔을 놓고

블로그에 기어들어와 생각해 보니

내 삶의 쉬어가는 페이지가

너무나 식상해져 버렸다.

 

'혁명은 안되고 나는 방만 바꾸어버렸다'는

김수영의 '그 방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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