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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1. 아쉬팍을 처음 만난 날

 

이름이 뭐에요?

'써니'

진짜? 근데 친구들은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거 같던데..

응. 나라에서 이름은 '아쉬팍'이에요.

그런데 왜 써니라고 불러요?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에 욕붙이는 거 싫어서 만들었어요. 개새끼 아쉬팍 아니니까.

 

 

2. 까말씨의 월급 봉투

 

월급 봉투 갖고 오셨어요? 노동부 갈 때 필요한데... 증거자료거든요.

네, 여기 있어요.

 

월급봉투에 쓰여져있는 그의 이름은

'까마귀'

 

 

3. 복날인 오늘 닭 한마리를 먹으며

 

저는 누구누구인데,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로빈이에요.

(함께 있던 언니 왈) 로빈이 나라에서 쓰는 이름이에요? 우리는 진짜 이름 부르는 거 좋아해요.

아~ 내 이름 너무 길어서 힘들어요. 그래서 그냥 로빈이에요.

(언니 왈) 그럼 로빈은 한국에 와서 만들었어요?

공장에서 만들었죠! 내가 일하기 전에 우리 공장에서 일했던 외국 사람 이름이 '로빈'이었거든요, 그 사람 그만둔 다음에 내가 일 시작했는데, 그래서 나도 '로빈'됐어요.

 

 

내 친구 아쉬팍은 써니란 이름을 썼고,

내가 만났던 사장들은 '외국애들은 진짜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어. 한사람이 몇개나 이름을 갖고 있는지. 사기꾼들이지' 라고 했었다.

 

나는 차마 까말씨에게 월급봉투에는 까마귀라고 이름이 쓰여져 있다는 말을 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오늘,

복날이면 사라졌던 시골 큰집 메리,

내년에 가도 또 있었던 메리,

언제나 메리,

그 생각이 났다.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지 않는

써니와 까마귀와 로빈에 대해.

메리가 되어버린 존재에 대해.

 

아,,,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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