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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묻지 좀 마세요!

친하게 지내는 일본인 친구가 어느날 이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게 싫다고 했다.

 

언제 왔어요?

뭐하세요?

한국사람들 어때요?

독도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등등.

 

반복되는 똑같은 질문이 지겨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방글라데시에 갔을 때 

 

방글라데시 어때요?

방글라데시 음식 맛있어요?

 

하루에도 수십번씩 '발로'(좋아요)를 말할 수 밖에 없는 질문이 시간이 지날 수록 힘들게 느껴졌으니까.

 

그건 어쩌면 외국인이라면 어디서나 겪어야할 통과의례쯤이라고 해두자.

그래도 택시를 타고 가다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심지어는 술취한 아저씨들에게도 늘상 이런 질문을 당해야 하는 건 참 짜증날 것도 같다.

 

 

그런데 더더더 심각한 사태는 참을 수가 없다.

이름하여 다짜고짜 사건들!

 



사건1

장소: MWTV 1주년 기념 파티 장

일시: 2006년 4월 29일

사건개요:

나는 소불 동지랑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방금 전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처음 본 사람이 '저기요'라며 나랑 이야기를 하고 있던 소불동지를 불렀다. 그러고는 질문을 따다다다 하기 시작한다.

'저, 월급은 어느정도 받아요?'

'일하는 거 힘들지 않아요?'

'그리고 뭐라고 해야하나, 아! 불법이세요?'

친절한 소불동지, 따다다다 질문에 성실히 대답을 하다가,

불법이냐는 말에 '불법체류'와 '미등록 이주노동'을 설명하다 나에게 바톤을 넘긴다.

난 대충 설명한 후에,

'근데 저희 얘기 중이었거든요. 그리고 너무 갑작스럽게 질문을 하시는 건 아닌가요?'

라고 다소 흥분해서 얘기하자,

'제가 원래 질문이 많은 사람이에요...'

꽈당!

 

사건2

장소: 이주노동자 문화제

일시: 2006년 7월 23일

사건개요:

필리핀 동지들이 준 필리핀 소주에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으로 네팔 동지들이 치킨라면볶음과 차를 대접하며 서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는 이주운동에 연대하고 있는 한 동지가 있었다. 갑자기 따다다다 질문 세례가 퍼부어진다.

'다들 성수에서 오셨나요?'

'필리핀 공동체는 요즘 무슨 활동을 하고 있나요?'

'MTU에도 필리핀 동지들 activity 많이 하고 있는 거 아세요?'

역시나 친절한 필리핀 동지들, 처음 본 사람의 다짜고짜 질문에 그저 웃음으로 대답하는데...

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정말 술이 취해서 달아오른 건 아니었다!)

 

인사부터 하시죠?

라고 말하지 못한게 지금은 후회가 된다.

 

물론,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다들 궁금한 것도 많을 수 있고

이주노동자를 조직해야 한다는 목표도 강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 나에게 처음 만난 자리에서 혹은 인사도 하지 않은 채

다. 짜. 고. 짜.

'요즘 몇시간 일하세요? 얼마 받고요?'

'왜 집회에 안 나왔어요?'

라고 묻는다면 뭐 이런 인간이 다 있나 싶을 거다.

 

그런데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주위에 널려 있다.

나도 그 중 하나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잠시 가슴에 손을 얹고 하는 얘기인데

 

제발,

다짜고짜 묻지 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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