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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50만 원 일자리 170만 개 만든 독일 ‘아젠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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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50만 원 일자리 170만 개 만든 독일 ‘아젠다 2010’
노무현 대통령이 벤치마킹 하려는 독일, 일본의 ‘신자유주의 개혁’ (1)
윤태곤 기자 peyo@jinbo.net
노무현 대통령이 과감한 승부수로 상찬한 ‘아젠다 2010’, ‘우정산업민영화’

최근 거듭해 대연정론을 주장한 노무현 대통령은 일본과 독일의 예를 대연정론의 주요한 논거로 삼아 제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인즉슨 독일의 경우 슈뢰더 총리가 ‘아젠다 2010’이라는 개혁안에 대해 자신의 자리를 걸고 의회를 해산해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는 다는 것이고, 일본의 경우 고이즈미 총리가 ‘우정산업 민영화’ 라는 개혁안을 내걸고 역시 의회를 해산해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는 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도 그런 ‘개혁안’을 내걸고 승부수를 띄워 국민들로부터 직접 심판을 받고 싶은데 그렇게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며 ‘대연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제는 내각제 개헌론까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과감한 개혁 승부수’로 상찬한 독일의 ‘아젠다 2010’과 일본의 ‘우정산업 민영화’는 ‘낡은 국가운영 시스템의 개조’에서 ‘극단적 신자유주의 개혁’이라는 극단적으로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얼마 안 남은 양국 총선(일본: 9월 11일, 독일: 9월 18일)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에 참세상은 과연 ‘아젠다 2010’과 ‘우정산업민영화’가 무엇인지 또한 각기 자국에서 신세대 정치인으로 불리는 슈뢰더 총리와 고이즈미 총리가 이를 통해 무엇을 노리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아젠다 2010’과 ‘우정산업민영화’에 대한 분석은 그 자체에 대한 이해와 함께 이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젠다 2010’ 으로 50만원짜리 일자리 170만개 창출한 슈뢰더 정권

1998년 집권당시의 슈뢰더
 독일 총리실
사민당 출신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2003년 3월 해고규제완화, 실업급여 삭감, 세금 감면, 소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방대한 분량의 노동·복지 개혁안인 ‘아젠다 2010’을 내놓았다.

독일의 우파 야당인 기민·기사 연합은 같은해 가을 ‘아젠다 2010’에 대한 전폭적 지지의사를 표명했고 이에 따라 ‘하르츠’라는 이름의 ‘노동개혁안’이 순차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2004년 7월에는 실업수당 기간을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사회보장금과 실업수당을 통합하는 직업소개소가 제시하는 저임 일자리에 반드시 취업해야 하는 하르츠 IV가 여야 합의로 상원을 통과했다.

2005년 1월부터 시행된 ‘하르츠 IV’ 이전에 독일 실업자들은 24~32개월 동안 직전 급여의 4분의 3 정도를 실업수당으로 받고, 정해진 실업수당 기한까지 취업을 못할 경우 그보다 약간 줄어든 실업지원금을 받아 생활했다. 그러나 '하르츠 IV' 시행 이후 부터는 실업수당은 12~18개월 동안만 지급되고 , 그 기간 이후에는 개인 자산이나 배우자 소득이 없는 실업자에게만 한 달에 331~345유로(한화 약 45만원)의 정액 실업수당이 지급된다.

슈뢰더 정부는 ‘노동복지 축소’라는 채찍만 사용한 것이 아니다. 슈뢰더 정부는 2003년 4월부터 ‘1인 기업 창업시 3년간 지원금 제공(1년차: 600유로, 2년차 330유로, 3년차 200유로), 월급여 400유로 이하 작은 일자리 창출시 소득세 감면’이라는 당근을 제시했다. 슈뢰더 정부는 이를 통해 2004년까지 11만개의 1인 기업과 170만개의 작은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1유로의 환율이 대략 1300원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급 50만원짜리 일자리 170만개를 정부 지원 하에 만든 셈이다.

'혁신과 성장‘구호 아래 성매매 알선하기도 한 독일 정부

아젠다 2010- 혁신과 성장
 독일 연방정부 홈페이지

독일연방정부 공식 홈페이지(www.bundesregierung.de)는 ‘아젠다 2010’의 구호로 ‘혁신과 성장’(INNOVATION UND WACHSTUM)를 제시하고 있다. 실업급여를 줄이는 대신 저임 일자리를 많이 제공함으로써 정부와 기업의 재정 부담을 줄이고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혁신과 성장’의 주 내용인 셈이다. 김대중 정권부터 노무현 정권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생산적 복지’가 떠오르는 지점이다.

‘월급 50만원짜리 일자리 170만개 창출’이라는 성과에 대해 기민·기사련 같은 우파 야당 뿐 아니라 독일 재계도 쌍수를 들어 환영했고 이들과 독일정부는 화살을 노조로 돌려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전 방위적 압력하에서 독일 금속노조(IG 메탈)와 지멘스는 생산시설을 국외로 옮기지 않는 대신 임금 동결과 주당 노동시간 연장에 합의했고 다임러-크라이슬러, 오펠, 폴크스바겐 같은 대표적 기업들은 일자리 보장과 노동시간 연장이 포함된 임금동결을 맞바꾸는 대열에 합류했다.

이러한 노동복지 축소의 물결 와중에 해외토픽을 장식한 황당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5년 1월 독일 연방정부의 직업소개소는 정보기술자 출신의 한 실직여성에게 ‘성매매 일자리’를 소개했고 이 여성이 거절하자 실업급여를 중단하려 한 것이다. 성매매가 합법화된 독일에서 정부가 제시한 일자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실업급여를 중단하는 ‘하르츠 IV' 규정에 의해 정부 기관이 ’성매매 알선‘에 까지 나선 이 사건은 ’아젠다 2010‘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속내와 무관하게 ‘아젠다 2010’은 ‘생산적 복지’의 전범으로 각국 정부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고 초국적 금융평가기관들은 독일의 ‘개혁안’을 칭찬하기 바빴다. 2003년 여름까지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던 사민당 정부의 지지율은 2004년 가을에는 30% 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 모 신문은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슈뢰더 개혁이 필요하다는 이해가 국민 사이에 확산된 것”이라 평가하며 “슈뢰더가 2006년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대성공 거뒀다는 ‘아젠다 2010’의 이면은

슈뢰더 총리와 기민련 당수 앙겔라 메르켈의 티비 토론
 AP통신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성과’를 거둔 슈뢰더 정부가 의회를 해산하며 조기 총선 실시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일까? ‘아젠다 2010’이 발표된 2003년 당시 독일의 실업률은 9.8%를 기록했다. 그런데 연이은 하르츠와 ‘일자리 창출’에도 불구하고 2005년 3월 독일의 실업률은 무려 12.5%로 급등했다.

이어 5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서 주정부를 구성하는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독일 서부에 위치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는 루르 탄광을 배후로 하는 전통적 광공업 중심지로 지난 40여년간 사민당이 한 번도 패한적이 없는 사민당의 핵심 지지 지역이다. 독일 남동부의 바이에른주가 기사당으로 대표되는 보수정치권의 중심지라면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은 정확히 그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런데 슈뢰더 정부는 바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선거에서 참패해 독일 전역 16개 주 가운데 5개주의 정권밖에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9월 18일로 예정된 총선과 관련된 여론조사에서 동독 출신 여성정치인 앙겔라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기사연합은 현재 사민당을 넉넉히 따돌리고 있다. 전통적인 ' 기민VS사민' 대결구도에 새로 등장한 ‘좌파당’(Linke Partei)이 어느 정도 약진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기민련등 우파는 슈뢰더의 ‘아젠다 2010’을 그대로 이어 받고 긴축재정등을 통해 강력한 신자유주의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총선은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대로 ‘아젠다 2010’이라는 ‘개혁안’이 받아들여지느냐 마느냐가 아니라는 것이다.

독일의 정치구도를 오른쪽으로 당겨버린 슈뢰더, 그리고 좌파의 대응

좌파당(Linke Partei)을 이끄는 오스카 라퐁텐
 독일정치전문 사이트 Politikerscreen
결국 슈뢰더의 ‘아젠다 2010’은 실효도 거두지 못했을 뿐더러 독일 내 ‘좌파VS우파’의 전통적 대립구도를 훨씬 우측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하고 말았다. 전통적 사민당 지지 계층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어차피 슈뢰더 사민당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사용하는데 그럴 것 같으면 전통적 우파 세력이 신자유주의라도 잘 하지 않겠냐’는 심정으로 지지 정당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거듭 주장하는 ‘대연정’의 향배가 짐작되는 지점이다.

한편 2004년 7월 사민당내 반신자유주의 세력의 일부가 사회당을 탈당해 ‘노동과 사회정의를 위한 선거대안’ 그룹을 결성했고 사민당 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거물 정치인 오스카 라퐁텐이 2005년 5월 이에 합류했다. 이들은 현재 구 동독지역에 주요 근거지를 둔 민주사회당과 ‘좌파당’이라는 선거연합당을 결성해 총선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슈뢰더가 이끄는 사민당의 우경화를 비판하면서 “사민당은 7년 동안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스카 라퐁텐은 “사민당의 ‘아젠다 2010’이 노동자의 복지를 축소시켰다”고 비판하면서 최저 임금과 연금액을 각각 월 1,400유로와 800유로로 올리고 실업보험금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저소득자에 대해 의료비를 면제하고 세금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벤치마킹 하려는 독일, 일본의 ‘신자유주의 개혁’ 게재 순서
(1)월급 50만원짜리 일자리 170만개 만든 독일의 ‘아젠다 2010’

(2)노대통령이 부러워한 슈뢰더의 승부수? 그리고 아젠다 2010
갈현숙(독일 베를린 자유대 사회학과 박사과정)

(3)우정사업민영화, 340조엔의 우편저축액은 어디로?

(4)민영화 법안은 폐기되었다
요코 아끼모토 ‘ATTAC 일본’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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