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저자와 이론 소개, 프로젝트

[잡생각]

앞선 글에서, 잉문학(도)에 대해 나름 냉소적으로 평했다. 근데, 너무 잉문학(도)을 몰아붙인 것 같다. 하지만, 고백컨대 한때 나도 잉문학도였고, 지금도 잉문학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잉여로의 열망은 통과의례처럼 누구나 겪는 열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위로만 바라보던 시절을 지나, 어느듯 아래로 -- 나보다 생물학적으로 젊은이들에게 어떤 책임을 느끼는 시점에 온 것 같다. 잉문학도들이 언제나 그러고 살지는 않을 것이고, 주변에서도 가끔 잉문학에 대한 염증을 토로하는 경우를 가끔 보게된다. 물론,  좋은 방식은 누군가 '선생'이나 '선배'로서의 역할을 -- 오히려,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면, 자신의 권위와 이익을 내려놓고 '동료'로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예전부터, 틈틈히 가지고 있던 생각이지만, '지나친' 인문학주의와 이론주의를 경계하면서도 '지나친' 경험주의로 빠지지 않는 작업을 해야하고, 당장 할 수 없다면 그런 작업들을 소개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실제 작업을 하지 않는 대신에 번역 같은 걸로 죄책감을 씻는 것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비록 내가 B급 저자, 이론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대가 혹은 고수의 반열에 오른 저자들과 작업들이다. 국내에서는 '듣보잡'이지만 알고보면 유명한 사람들과 그네들의 작업들 말이다. 이런 작업을 기회가 되는대로 몇 권을 번역, 소개할 생각이다. 내가 하든지 다른 사람이 하든지.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관심사를 중심으로, 그리고 중요하지만 국내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거나, 연구되지 않는 분야, 혹은 연구되더라도 편협하게 일부만 소개되는 경우를 뽑아봤다. 아마, 대다수는 경험연구를 바탕으로 한 이론적 작업 내지, 분석도구들일 것이다. 그리고, 분량이 짧은 책들이 될 것이다. 긴 글은 감당이 안 된다.

소비consumption, 사물materiality, 시간time, 감정emotion, 기억memory, 담론discourse, 질적연구quaultitative research methods

그러고 보니, 무슨 출판사 총서시리즈로 기획해야 할 주제들이긴 한데, 뭐, 할 수 있는 만큼만 쬐금 하면 되지 않겠는가? 아마도, 위의 주제가 익숙한 분야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관심을 모으는 것도 있을 것이고, 진부한 주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찾아보면 지속적으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거나, 접근이 다양하지 못하다. 가장 좋은 건 해당분야를 집중적으로 파는 거 겠지만, 어디 모든 사람들이 그럴 필요는 없을 뿐더러, 다들 연구자가 아니므로 선별적으로 국내에 소개가 필요해 보인다. 역량이 안되면, 꾸역꾸역 쌓아 올리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여기에 공간space과 장소place, 이동성mobility, 지역성locality를 덧붙이고 싶지만, 이 방면은 그래도 다른 분야보다 지속적으로 소개가 되고 있으므로, 다른 분들에게 맡기고 싶다. 이외에도 현재 한국사회를 분석할 수 있는 많은 주제와 도구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쪼그라든 출판시장을 고려할 때, 그리고 출판시장과 인맥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그리고 게으른 사람으로서, 작업을 예고하는 건 힘들겠지만, B급 저자와 작업을 소개하도록 노력을 하려고 한다.

 

덧붙이면, 관심있는 주제나 서적이 있으면 적극 추천해주시기 바라고, 출판사 관계자들도 너그러이 문의(?)해 주시면 좋겠다. 내가 뛰어야 겠지만, 게다가 마치 갑甲처럼 얘기해서 오바시떼루이긴 하지만. 아! 그리고 관심이 있으신 분들 언제든지 같이하시면 영광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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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4 01:44 2011/03/04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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