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2/02 17:17

사는 방법 - 채식주의와 양심적병역거부

양심적병역거부 얘기. 우리나라에는 양심적병역거부말고도, 불법적인 병역기피말고도, 군대 안 가는 사람 댑다 많다. 암튼 내 주위에는 병역특례로 병역을 마친 사람들이 유달리 많으니까. 병역특례를 받는 사람들은 (내가 알기에는) 군대대신 회사를 (군대보다는 더 오랫동안) 다니고, 4주간 군대훈련을 받는다. 양심적병역거부가 제도화된다면 군대대신 회사나 사회봉사를 하고, 4주간 훈련대신 4주간 군대말고 다른 훈련을 받으면 되겠지. 방위도 마찬가지 아닌가? (방위란 단어 아직 쓰나?) 군대대신 동사무소로 출근하는 거잖아. 이렇게 양심적병역거부 제도화에 대해 댑다 쉽게 생각했다. 그래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아닐 것 같은 사람들이 적대적인 반응을 보이면 좀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쩌면 이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군대에 안 가는 사람이기 때문일거다. + 여담이지만 군대에 안 가는 사람인 것이 엄청나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하낫도 모를 때도, 군대에 나만큼 안 맞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조직생활에 안맞고 같이 하는 것 잘 못하고 못 맞추고 느리고 굼뜨고 기타등등... 초등학교다닐때는 운동회가 고역이었다. 운동회때면 항상 모든 학년이 맞춰서 하는 매스게임이나 등등을 하는데, 처음 연습시작할때는 키가 커서 선생님들이 제일 앞줄에 세웠다가 다음날이면 셋째줄이나 넷째줄로 쫓겨나곤 했다. =ㅂ= 군의문사 얘기를 들으면 남의 얘기같지 않다. 흑흑흑.. 그런데도, 내가 군대를 가야 하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도 영장이 지금 나왔다면,,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을 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할 거다. ( ..) 그냥 미안한 마음을 갖고 군대에 가겠지. 예전에는 '한국적 상황이라는 특수한 상황' 혹은 양심적병역거부라는 방법이/을 없었기 때문에/몰랐기 때문에 억울한 마음으로든 사람이/남자가 되기 위해서라든 모두 군대에 갔는데, 이제는 양/심/적/병/역/거/부라는 다른 방법이, 그것도 엄청 높은 수준의 결의를 요구하는, 그것도 굉장히 원칙적인, 방법이 생겨버린거다. 나는 졸지에 평화주의자이긴 하지만 혹은 라지만 높은 수준의 결의를 요구하는 방법은 하지 못하는 평화주의자가 되었다. + 이제 많은 사람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지만, 아직도 양심적 병역거부가 쉬운 방법이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예전부터 채식주의에 대해 꺼림직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런 것이었다. 나는 자본주의를 반대하지만 혹은 라지만 환경이나 생태계를 고민한다지만 채식주의를 실천할만큼 높은 수준이 안 되는 것이다. 채식주의 앞에서 이렇게 나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버린다. 그래서 나는 채식주의에 대해 꺼림직한 느낌을 갖고 있던 것이다. 뭐 결국 이런 정도 녀석밖에 안 되는 것이다. 나는. (역시 타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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