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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9

1. 연대회의 제안서를 썼다. 몇 년만에 써보는 문서인가.. 내내 스트레스였다. 호흡을 가다듬고. 차례차례 단계를 밟아보았다. 큰 제목을 만들고 주제어로 많은 문서들을 검색해보며 제안서에 꼭 들어갈 내용들을 정리했다.

 

여느 때와 달랐던 것은? 를 쓰지 않고 손글씨로 종이에 가지런히 정리하였다. 한 글자 한 글자를 직접 손으로 쓰며 개념어들을 되내이고 내용을 되내여 보았다. 그리고 문서를 쓸 때는 그 내용들을 다시 곱씹으며 문장들을 다듬어 나갔다. 그래서 제안서 초안을 완성했다. 오랜만에 쓴 문서 치고는 맘에 든다. '창조'보다는 '정리'의 맥락이 컸던 문서이지만 어쨌든 직접 내용을 만들고 구성을 만들어 갔다는데 뿌듯함이 들었다. 쪼아~

 

2. 정유진씨와의 간담회.

열심히 기록을 했다. 그리고 나의 고민들을 말로 풀어내진 못했지만 다른 색 펜으로 내 고민들을, 내 생각들을 꼼꼼히 정리해 나갔다. 나의 고민을 개념화 시키는데 10%정도 성공했다. ㅎㅎㅎ 쪼아~

 

 

제주도를 다녀오며 정리한 나의 고민은...

 

하나. '난 내 삶을 살았는가? 아니면 누군가 다른 사람들의 삶에 얹혀 살았는가?'였다. 27년이라는 시간 중에 온전히 나의 생각, 나의 선택으로 인생을 살아온 시간은 고작 3~4년밖에 되지 않음을 인식하고 많이 괴로웠다. 그 3~4년이란 시간동안에도 나는 온전히 내 선택을 하지 못했다. 어떤 결정을 하는 순간에든 난 내 자신보단 다른 사람들을 먼저 생각했다. 나의 결정에 다른 사람들이 받을 영향, 다른 사람들이 보일 반응이 우선순위였다. 날 위한 결정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괴로웠다. 내 인생인데 난 무엇을 위해 결정하고 선택했던 것일까.

 

둘. 항상 패배자로 살았던 내 자신이 무언가를 한다는 데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백만번쯤 더 용기가 필요한 일들이었다. "재밌겠는데, 잘 해봐야지"라는 생각보다는 "아~ 내가 할 수 있을까?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날 항상 지배해왔다. 엘리트로 살아온 이들을 보며 한참을 생각했다. '아. 생각에서부터 난 백걸음쯤 뒤쳐져 시작을 했던거구나."

 

내 인생을 살아보고 싶어졌다. 온전히 날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아보고 싶어졌다. 휘둘리지 않고 조금은 고집스럽게 내 삶들을 구성해 나가고 싶었다.

 

나 자신을 타자화 시키고. 그렇게 타자화 시킨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타인들과 공존하며 그 속에 살아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는게 중요하다는 것.

 

관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들이 재밌어졌다. 무의미하다 생각했던 철학들이 백만배쯤 재밌어졌다.

 

 

난 내 삶에서 성취감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별로 없다. 성취감을 느껴야 하는 순간들 난 항상 깔아뭉개졌었다. 그깟거 한게 뭐 대수냐 혼나는 순간들이 내 인생의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내 자신이 이루어내는건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항상 자기암시를 걸며 살아왔다.

 

처음 꾸려지는 단체에서 꾹 참고 일을 열심히 하던 내 자신을 격려해준 적 한 번 없었고. 잘 치루아냈던 후원의 밤 행사에도 뿌듯함 한 번 느끼지 못했고. 대체복무가 인정된다 했을 때에도 내 자신의 노력따윈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고 나 따위가 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었다. 고생했다고 잘 했다고 수고했다고 내 자신에게 말해주지 못했었다. 지리산 등산 잘 하고도 남들 다 하는거 이제 하는거 뭐 잘났다고 뿌듯해하냐고 나물았다. 하나도 기뻐하지 않았었다.

 

 

미안하다!!! 오현지. 이제 조그만 일들도 긍정하고 칭찬해주며 살께. 그깟 경기대 올라가는 경사길 아무 것도 아니래도 더듬더듬 자전거로 올라가던 내 모습에 진정 기뻐하며 해냈다고 좋아라 했던 것처럼 이젠 잘 했다고 잘 할거라고 격려해줄께.

 

나이 서른도 되기 전에 내 삶을 찾아 나설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이냐. 늦었다 생각하지 말자. 어느 날 죽을지 모르지만 이제부턴... 죽는 그 순간까지 내 자신을 많이 아껴주며 살아야겠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의 내 모습을 부정하고 혐오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을 관찰하고 인식하고 부정하고 인정하고....

 

이제 좀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 인생의 대부분을 부정해야했지만. 지우개로 지우고 또 지워 나에겐 새로운 인생이 시작될 수 있는 가능성들을 주게 되었다. 물론 깨끗한 새 종이는 아니다. 지우개로 지운 자욱들이 때로는 상처로 욱신욱신 아프게 하겠지만... 다시 그려봐야겠다. 나의 꿈을... 다른 사람들 생각하지 않고 나만 생각하는 나의 꿈. 조심스레 한 획 한 획 다시 그려낼거다. 이쁘게 색칠을 하고 지우개로 지운 자욱들도 고운 색 머금고 사라져갈 때.... 내 한 평생 잘 살았다 생각될 때 가슴벅차 흐를 그 뜨거운 눈물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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