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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고? 삼중고!!

 

일요일이 되면 내 몸은 학원구석에 쳐박혀 있지만 시간상 무언가를 하기는 힘들고 생각할

시간이 많아진다. 오늘은 요즘 내가 우울한 이유를 삼중고라는 말 한마디로 정리했다.

(아~ 정말 명쾌하다! 물론 해결된건 아니지만 사람이 단순해지는 분석의 묘미랄까? ㅋㅋ)

 

1. 일

 

1-1. 학원

 

학원에서 일한지 이제 꼬박 9개월이 되어 간다. 중간에 거의 쉼없이 달려와 지금은 얼떨결에

팀장을 하고 있다. 다른 학원들은 모두덜 3~4년씩 경험이 있는 선생님들이 팀장을 하는데

끽해야 1년도 되지 않은 내가 팀장을 하는것 자체부터가 나에겐 부담이다.

(개뿔~ 아는게 있어야 뭘 해먹을거 아니야 -_-;;;;; 엉엉~ )

무언가 해야할 일이 있으면 나에겐 모두 처음 해보는 것들 뿐이다. 그 순간에 느끼는

막막함과 답답함과 암담함만으로도 내 스트레스는 충분하다. ㅋ

 

어떤 선생님의 표현에 의하면 난 중간관리자이고 그렇기 때문에 불쌍해지는거란다. 공감....

(중간관리자라는 표현 자체가 쓰이는 것도 우습고 싫지만.... 여튼. )

그 묘한 알력관계의 중간에 놓여 요리조리 이용당하고 있는듯한 이 오묘하며 불쾌한 느낌.

음~ 요즘은 정말 이 오묘함이 쥐약이다. 으아아악~

 

경험없어 못한다는 말은 듣고싶지 않은 알량한 자존심과 무능력함이 드러나는 순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피곤해질거라는 압박감과. 내 기준에 의한 속물근성에 지고싶지 않은

복합적이면서도 단순하고 유치한 이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푸헐헐~

 

1-2. 운동

 

운동은 내 삶이자 나의 중요한 일이다. 만약 지금 나에게 장래희망을 써서 내라한다면

'좋은 활동가'라고 써낼 것 같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힘들게 시작했고, 힘들게 지켜온

나의 운동은 내 인생의 그 어떤 시간보다도 값지고 소중하다.

 

언젠가부터 조금은 내 운동 속에 내 자신이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황홀했다.

(누구나 운동 속에서는 소중하다. 내 느낌은 이제 좀 뭔가를 알 것 같다는 느낌.)

그런데 어느 순간에는 여전히 난 길을 잡지못하고 헤매고 있는 것만 같다.

병역거부 운동 속에서 난 무엇을 해왔고 과연 내가 하고 있는건 무언지 의미는 있는지...

이런 정말 골때리는 고민들이 드는 순간들이 자주 있다.

 

옛날에 병역거부자 유 모씨가 나에게 정말 나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라 했었다.

그 땐 그런 능력따위 만들고싶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운동은 같이 하는거고 나만의 영역을

만드는건 좋은 일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 생각에 너무 안일했던 탓일까? 지금은 나만의

영역은 커녕 같이 할 수 있는 일도 할만한 자기 계발을 하지 못했음을 자꾸 깨닫는다. 

내가 좋아하는 활동가들, 부러워하는 활동가들이 가진 그 능력과 힘을 나도 가질 수 있을까

열심히 하다보면 정말 감탄스러운 그들의 혜안이 나에게도 과연 생길까? 흑흑.

 

하지만.. 정말 병역거부운동, 그리고 반군사주의운동 속에서 여성이 가질 수 있는 포지션을

잘 만들어내고싶은 이 욕심과 목표와 희망은 절대 놓치고싶지가 않다.

그래서 이 난국을 어찌 헤쳐나갈 것인가 자꾸자꾸 고민이 된다. 으아아악~~

 

오영은!! 네 놈이 가진 능력은 과연 무엇이더냐??

 

 

 

2. 가족

 

이 또한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그저.. 인생의 아픔이고 슬픔이다. 그리고 내 자신의

가장 정신분열적인 모습을 보게 하는 문제도 이게 제일 크다. 한 때는 내 인생의 힘이었고

절대자였던 가족이 지금은 어떻게 이렇게 되었나? 이런 변화는 내 가슴에 자꾸 한과 설움을

박아낸다. 나중에 얼마나 두고두고 후히할지 알면서도 지금의 나를 합리화시키곤 한다.

다른 모든 문제들이 해결된대도 이놈은.... 언제고 내 마음속에 눌러앉아 못질을 해댈테다.

 

 

3. 사랑

 

사실 이놈은 그냥 타이밍의 문제다. 살다보면 사랑때문에 울 때도 있고 웃을 때도 있는데.

그래서 행복하면 웃고 슬프면 울면 그만이지만. 지금!!! 슬퍼서 최악인거다. ㅠ.ㅠ

나의 근본적인 슬픔들까지 흐리게 만드는 고약한 성격을 가진 고민이다. 아아아~~~

이것 때문에 힘든게 아닌데도 이것때문에 정말 힘든 것처럼 느끼게 하는 힘(?)이 있다. ㅋㅋ

 

물론 이것때문에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엎친데 덮친격. 젠장 소리 나오는 정도.

내가 정말 전생에 못땐 놈이었구나 하고 푸념하고 포기하게 만드는 정도. 그정도다. ㅎㅎ

 

그리고 이 녀석은 다른 고민들과 다르게 인간관계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때론 좋을 수도 있었던 인연을 악연으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영영 남남으로 만들기도 한다.

더 최악의 경우엔 다른 관계들에까지 영향을 미쳐 여러 방면으로 사람 미치게 만들때도 있다

 

또 이 녀석이 가지는 강력한 힘은 이 고민을 치유하는건 시간뿐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도망을 쳐도, 온갖 난리부르스를 추더라도 치유되지 않는다.

잊으려 애를 쓰면 더 바싹 달라붙어 그 슬픔에 목이 메이고 아픈지도 모를만큼 지쳐서

한 숨 쉬고 있을 때 그냥 나도 모르는새 사라지고 없는 녀석이 이 사랑이라는 고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몹쓸 고민 놈이 인생의 행운일 수밖에 없는 마지막 강력한 힘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슬픔이기 때문이다. 잘!! 극복하면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기 때문이다.

간도 쓸개도 다 빼줘버리고 미련을 남길만한 힘마저 없을만큼.. 그래서 너무 오래 아픈..

그런 사랑을 해본 사람은.. 언젠가 아름다워지기 때문이다. 이미 아름답기 때문이다. 

 

앗! 너무 미화시켜버렸나? ㅋ ^^;;; (그리고 사실 내가 그렇게 열심히 사랑했는지도 모를 일)

어쩌면 미화시키면서까지 내 자신을 위로할만한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그냥 인연이 아니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건 깔끔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불후의 명곡도 나오는거다.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ㅋㅋㅋㅋㅋㅋ

 

 

 

 

이게 요즘 나의 삼중고다. 하루에 몇 번씩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삼중고.

다 쓰고 나니 이제 더 명확해졌다.

 

아프면 그냥 아파하고 못 찾는건 찾으면 되는거고 안한건 하면 되는거다.

힘이 안나면 힘내지 않아도 된다!!

 

아~ 힘들어 뒈져버리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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