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먹기

2007/10/26 19:39

 

 

 

 

 

내 생애 처음으로 훔쳐먹기라는 것을 해보았다.

 

 

 

아니 두번째구나... (고1때 콘서트 새벽부터 줄서서 기다리다가 넘 배고파서 같이 간 친구들과

 

결혼식 하객으로 가장하고 밥을 먹은 일 이후로...)

 

이번달에 어쩌다가 일찍 돈이 떨어졌다.

 

내 먹고노는데 낭비하느라고 그렇게 된건 아니고,  내수준에서 꽤 적지않은돈을 투쟁기금으로

 

내고 또 소액 적금을 들었는데, 그것 빼고나니 의외로

 

일찍 가난뱅이가 되었다.  거기다가  한장당 1000원씩 후배로부터 싸게 구입해서 기뻐

 

했던 식권 10장은 분실했다.

 

거기다 없어도 체면깎이는 건 싫어해서

 

그런지 돈이 없을때 친한사람이면 차한잔 사달라고 할수도 있는데 꼭 친구와 차 마실때도

 

내것은 내돈으로 내고 (당연한건가?ㅜㅜ) 언니 애낳아서 병원갈때 빈손으로 갈수도 있는데

 

뭐 필요한거 없냐고 체면차려서 괜히 이렇게 됬다.

 

 

 

그리고 뭐랄까 나의 쁘띠 부르주아적 속성(?) 은 이런때 약간 드러나는 것 같은데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 되는데 돈이 바닥나기전에는 꼭 라운지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영화를 볼때도 인터넷으로 보면 되는데 분위기가 어두워야 몰입이 된다는

 

구실로  극장가거나전용 디비디 방에 가서 본다. 

 

그리고 도시락싸가면 되는데 하숙집 반찬이 맛없으면 학교에서 밥을 사먹는다.

 

돈이 없을때는 싸구려 한정식 먹으면 되는데 스파게티 먹고 싶으면 꼭 스파게티를 먹는다.

 

하긴 요즘에 나의 욕구충족이라는 것이 그런식으로밖에 채워질 수 없는걸... 하면서

 

스스로 변명하긴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평소에 하루 네끼 먹다가

 

하숙집 푸성귀 반찬으로 하루 두끼를 버티려니 배가 고팠다.

 

'일주일만 버티면 되~  허기를 즐겨라~~ '  하면서

 

저녁을 못먹은채로 헛헛하게 걷다가

 

강의실앞에 무슨 행사가 끝나고 접시에 남은 떡등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의자정리등을 하느라고 그것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상태였다.

 

나는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물실호기

 

진흙을 뭉친것같은 모양의 아기주먹만큼 큰 인절미덩이 하나를 집어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른걸음으로 걸었다.

 

 

그리고 그것을 입에 넣었을때, 그 떡은 목구멍으로 미끄러지듯 넘어갔다.

 

그걸 집어먹는 나의 모습을 혹시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진짜 웃겼을거다.

 

몰래몰래 다가가서 사람들 다 갈때까지 서성거리다가 주위 돌아본다음 재빨리 집어서

 

돌아서는 그 모습.... ;;;;

 

 

근데, 정말로 돈이 없어서 못먹는 사람이 많은 시대에 이런말 하면 죄받을지 모르겠지만

 

한껏 좋은 것을 못먹어서 난리인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를 한마디 한다면,

 

사람은 좀 부족한 듯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계 효용의 체감의 법칙이라고

 

한껏 풍요롭게 좋은 것 먹고마신다고 더 만족스러운게 아니고

 

오히려 배고플때를 기다려서  시장이 반찬인것처럼  아무거나 다 맛잇게 먹을수 있어야 하고

 

약간 시장해서 더욱 냉철하고 말똥해진 머리와 감성으로

 

다른 것을 더 예민하게 느끼며 그것들로 욕구를 채우는 것이 사람사는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결핍이 없으면  절대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는 건 불멸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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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EM 2007/10/27 00:07

    이런 생각도 그럼 결핍과 그에 따른 정신의 말똥말똥함의 산물..? ^^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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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혜정 2007/10/31 00:19

    혜인~ 언제쯤 학교에 가면 만날 수 있어?
    나 조만간 학교 갈 일 생겼는데.. 내가 맛있는 밥 사줄게. ^.^

    perm. |  mod/del. |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