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의 사상적 전향 &....

2008/04/10 09:57

1.  집에 며칠만에 전화해보았더니,  큰 일이 생겼다.

 

     큰 일이란 다름아닌, 좋은(?) 일.   모친께서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는 민노당, 비례대표는 진보

 

     신당을 찍기로 선언하고, 실행 하셨다고.

 

     

     우리 어머니 ( ! ' 어머니' 란 호칭이란 참.... 숙연한....)  로 말할것 같으면, 사실 그렇게까지 심하게

 

     보수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보수적이 아니라는 말의 의미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여성관으로 자식을 억압해오지 않았고, (여자도 결혼보다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  예쁘게 꾸미는데

 

  치중할 필요없다 라는 식의 생각을 갖고 있음)

 

   어느 집단에서 주류적으로 인식되는 관행이나 악습 같은 것보다

 

  '실질적' (?)  이고 현실적인 필요성을 더 중시한다는 의미이지,  한나라당을 지지해왔다는 것은 여느

 

  유신세대의 부모님들과 똑같다.  그것도 부창부수 식으로.( 김영삼이 삼촌같고,  이명박이 형님과

 

 같은 존재였던 우리 아버지.--;;)

 

 

 이런 모친의 새로운 전향 선언의 밑바탕에는,  세가지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1. 사상적 뿌리(?) 였던 남편의 죽음,  그리고 과부로서 느끼는 사회적 소외감

 

 2. 최근 얼마없는 돈을 넣어둔 펀드가 마구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기존 보수세력이

 

     주장하는 '사회의 안정' 이 개인의 운신을 보장해줄것이라는 믿음이 약화됨.

 

 3.  비정규직 시간강사 자리가 확보된 딸 하나,  역시 비정규직인 사위,   그나마 좀 잘되지

 

     않을까 당신이 순진하게 기대를 가지셨던 또다른 딸년 하나마저 미래가 몹시 불투명한 채로 

 

   구직을 위한 준비(?) 에 몇년씩 몸을 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자신 역시,   안전망이

 

   없는 사회의 피해자가 되는 것에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막연하게 알아가고 있음.

 

 

 

 

   물론 총선에서 어떤 당을 지지하느냐가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드러내는 것에 있어서 대단히

 

  핵심적인 부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모친의 이 사상적 전향 선언(?) 은 반가워 해야

 

  할 일인것 같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자식들이 부모와 사상적인 문제로 갈리는 집 안에서, 대부분은 소통을 포기하고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살게 된다.   우리집 역시 부모님이 자식들의 성향을 크게 공격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그럭저럭 존중해주는 편이었기 때문에 서로 별 충돌은 없었고, 진지한 대화도 별로

 

  없었다.   니들 밥그릇이나 잘 챙기고 산다면,  좌파든 우파든 운동권이든 부모가 뭐라겠느냐

 

  라는 식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신자유주의적 변화가 가속화되는 사회에서는, 정말 사회의 5~10% 안에

 

 드는 upper class가 아니고서야 부모들 역시 자식과 자신들의 노후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할것이다.  이런 상황속에서 정말 꼴보수에 흔들리지 않는 기득권층인 부모가 아니라면, 시대

 

 가 지남에 따라서 자식이 지향하는 삶에 대하여 조금씩 변화된 태도를 보일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비정규직인 자식들,  육아땜에 죽사리 치여서 제대로 일도 못하는 딸들,  초등학교때부터

 

 입시에 대한 무한경쟁과  휩쓸리는 손주들,  월급의 반을 지출해도 충분한 사교육을 받기에 넉넉

 

 치 않은 상황들,  나이 50에 물러나서 죽는 날까지 뭘해서 먹고사나 막막한 자신들의 처지들을

 

 생각해보면 ..

 

 

  물론 그런 막막한 상황에서 이미 '철 다 지난'   노동력 착취를 통한 박정희식 자본축적형 경제개발

 

방식에 기울게 될

 

수도있지만,  또 자식들이 이런 때 일수록 자신들이 주장하는 바의 정당성을 삶을 통해서 계속

 

실천하고 보여줘야만 그 틈새를 공략하는 설득력이 있을까 싶다는 말이다.

 

 

 자식들이 현실적 삶에서는 부모들의 많은 희생을 당연시 여기고 (특히 어머니들의) 그러면서

 

 부모가 마련해 준 물질적 기반 위에서 배운 지식들 가지고 부모를 우월감을 가진 시선으로

 

 내려다보면서 지적하는 말들이 뭐 그리 부모의 마음에 와닿겠느냐 하는 말이다. 

 

 (물론, 이건 주로 학생들에게 주로 해당되는 말이다. )

 

 또한 남성들 같은 경우,  (많은 경우 여성에게도 해당되지만) 가사노동의

 

 1/5 만이라도 ' 도와주는 것'  이 아니라 ' 내 일로 정해놓고' 담당하는 것이 엄마에게 차라리

 

 더 설득력 있는 일이다. 

 

 

  엄마가 뭐 물어보면 ' 됬어요, 피곤해요,  귀찮아요.'   이런 식으로 너무나

 

 당연하게 대화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것 부터가 밖에서 행동하는 것과 이율배반적인 일이다.

 

 

 (이거... 내 얘긴가? -_-;;)

 

 

 써놓고 보니 너무 당연하고 교조적 느낌이 나는 글이라 왜 썼나 싶다.... 아무튼...

 

 의지가 있으면 그렇게 행동하면 되고, 만사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부모와 별 문제 없으면

 

 그냥 각자의 성향 대로 살면 된다... 신경쓰기 피곤하면.... ㅎㅎ

 

 

 

그런 점에서 나도 5년, 10년이 지났을 때 우리 부모가 내가 하는 일의 사회적 필요성을 깨닫고

 

자랑스러워 하고 지지해 주었으면 좋겠는데....(뭐 안해줘도 그만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 일을

 

향해서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잘 가고 있는거라고 믿고 싶다.

 

 

p.s.  딴 것도 아니고 7막 7장 따위에게 지다니....

 

         진보신당이 정치철학적 기반과  동시에 현실정치에서의 구체적으로 노동자들을 위한 구체적

 

       대안+ 노련함을 갖추려면,  내가 성장할것을 기다리는 것 만큼이나 오랜시간이 지나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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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하루 2008/04/10 10:53

    저희 엄마는 심상정을 참 좋아했는데....아마도 민주당 찍으셨을걸요. 바로 옆에 사는 언니가 유시민 펜까페 운영진이거든요. 홍정욱따위에게 지다니 정말 충격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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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징어땅콩 2008/04/13 09:09

    저도 먼 옛날 2001 년쯤에는 유시민이 괜찮은 저술가로 생각됬었어요. 팬가페 가입할까 생각도 해보고...;; 노원구 그쪽 주민들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열망과 홍정욱 미끈한 외모 탓인것 같네요. 그보다 앞으로 진보신당이 정말 역량을 갖출 수 있을까 걱정반 기대반 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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