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랜만의 포스팅
포스팅한번 하기가 어렵다. 마음의 정화랄까, 외로움이랄까 이런것때문에 가끔은 글을 써줘야
하는데, 이렇게 한번의 기회를 내기가 힘드니 원.
좀더 마음을 여유롭게 하고, 몸은 부지런히 해야겠다.
2. 가치의 내면화
우리 부모님은 전형적인 중산층- 지금은 아니지만- 이며 대졸출신으로, 그 시대에 맞게 학벌의식
도 강한 사람이었다.
자녀들에게 정말 과도하게 벅차도록 좋은 학교를 가야한다고 요구한정도는 아니었지만,
일단 어느정도 수준이되도록 요구했고, 되지 않으면 대단히 결격사유인것으로 다룬것은
사실이었다.
심지어 스무살즈음에 나는 어떤 내 또래의 여성 - 나의 모친이라면, 만일 내가 그 학교에 들어갔다면
크게 낙심하고 나를 낮추어보았으리라고 생각되는 학교를 다니는 - 이 자신의 어머니와는 너무나
사이 좋게 지내는 것을 보고 '나와 나의 부모라면 절대 그럴 수 없었을텐데 참으로 생경하군'
하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게다가 대학에 들어가서는 나보다 훨씬 더 당연하게 학벌 프라이드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접했다.
다만 그것을 적절히 드러내고 그러내지 않을 상황을 구분함으로써, 비난에서 피해가는 방법을
알 뿐이었지, 심지어 운동한다는 이름의 사람들 중에서도 정말 진지하게 자신이 누리는 것에
대해서 겸허하게 생각하고 ' 끼리끼리 노는 무리' 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 다수'
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는지, 그건 나도 모르겠다.
나는 ' 노력했다' 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러한 과거의 나의 노력마저 허당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나 자신의 일에 있어서 그 가치
관에서 정말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한 사람이 사회를 지배 하는 가치관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그저 그 권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잘 알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생각을 얼마나 한계짓고
타인을 소외시키는지 알려고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치만 요 몇년간 참으로 좁은 세상속에서 살아서인지, 남들 모두가 가는 가장 정형화된 방식
말고 다른방식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자신의 뜻을 펼치고 공부를 할 터전을 마련하는 방법을 꾀해보지를 못했다. 그리고 이런 자신
에 대해서 과거에 부모님의 가치관을 혐오했던것 만큼이나 불만족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아니 부끄러움일까. 아니면 자신이 위선적으로 생각되는 걸까.
내 모습속에서, 내 부모님을 바라보고 내가 좋아하지 않았던 인텔리 (....라고 하기에도
뭐하지만) 의 모습을 보면서 ' 이게 뭐야~' 하는 생각을갖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딱히
다른 정체성이 있는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잘 모르겠다. 아무튼 현재 괴리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현재 내주변에 내가 가진만큼의
문화적 자본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가진것이 확실히 좋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현재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자신있게 나는 이런사람이라고
표명할 수 있는 지 잘 모르겠는 상황에서 그렇게 누려운것을 당당하게 여기기도 좀 움츠
려 든다.
이런 괴리의 감정들역시 그냥 남들 모두 가질 수 있는 감정이니
그냥....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것을 한껏 가질만큼 노력해도 먹고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그리고 나 역시도 별로 가진것이 없는 인간이기는 마찬가지인데, 내가 가질수 있는 기회에
대해서 주저함이 없이 돌진함이 당연한 것인지. 금방 생각이 정리가 되지가 않는다.
어떤 것이 나에게 주어질지, 어떤 것을 내가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지금의 국면에서 좀더 넘어서서 생각할 수 있을만한 기회를 가지도록,
말마따나 '대학씩이나' 나온 사람이니 누군가 고민을 해결해주길 바라지 말고 좀더
스스로 찾아봐야겠다.
(무릎팍도사에서 ' 너는 대학씩이나 다니면서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으면 공부를 못하냐'
라는 말을 봤는데,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좀더 고민을 심화시켜서 길게 써보고 그리고 나누고 싶지만, 그냥 의외로
간단하게 생각하고 말 문제인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지금의 내가 가진 생각, 내가
가진 태도만으로도 분명히 죄책감을 가지거나 부끄러워할 문제는 아닌데 스스로에게
너무 높은 도덕적 기준을 둠으로써, 세상의 흐름과 다르게 살지못하고 그 가치관에 연연하는
태도를 조금이라도 보이면 자기비난을 하는 심리적인 문제에 불과한 지도 모르겠다.
다른 것에 신경쓰지 말고 앎 자체를 가치있게 여기고 싶고, 그리고 앎을 배우는 공간으로
서 학교라는 공간을 가치있게 여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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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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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저만 그런게 아니라는 걸 알고 사실 위안을 받기도 해요. ' 이런꿀림 또한 어떤 어떤 기준에 따른 줄세우기' 라는 말 또한 의미있게 들리네요. 고민하면서도 자신을 얽매지 않으려면 남들과 대화를 많이 해봐야 할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