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9

2011/11/20 00:17

 

 

 아직 상담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입문단계인데도 상담계의 많은

 

 일면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자주 들어가는 사설상담관련 연구소게시판에는  익명 게시판이 있다.  온갖 소소하거나

 

 혹은 한층 심각한 고민들이 올라오는 그 게시판에 한 몇달전부터  한 여성이 출몰했다.

 

 지금까지 한 10회이상글을 올렸을거라고 생각되는 그 여성은, 모 대학교의 교수

 

 에게 한시간에 10만원씩 돈을 주고 상담을 받았는데 뭔가 틀어진 것이 생겼고, 그 과정에서 심하게

 

 모욕을 느꼈다. 그후  내담자는 계속 상담자에게 입장해명과 사과 등을 요구하고 심리학회

 

  윤리위원회에고발하는 등등을 했으나,  심리학회 윤리위원회에서는 내가보기에도 좀 미비하다

 

   싶은 방식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그래서 이 내담자는 더 열받아서 지금 제정신이 아닌상태로,  일주일에 한두번은

 

  그 익명게시판에 그 교수에 대한 증오의 감정과 상담계가 개혁되야 하는 부분을 계속 올리고 있다.

 

  

  요즘 이 사례를 지켜보면서 나도 나름대로 예비상담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고민이 되는 부분이 있다.

 

 

 

 

   우선  문제는 역시 상담이란 매우 내밀한 1:1의 관계로서, 누가 누구에게 잘못을 한것인지

 

   녹취정도 하지 않는 이상 그 상황을 증언만으로 절대 짐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내담자는 상담자가 자신에게 심한 모욕을 행했다고 하는데,  그 시초가 된 내용은

 

  상담자가  ' 얼굴을 찌뿌리고 조롱했다'  ' 무책임한 언사를 했다'  ' 비하했다'  등등이었다.

 

    근데 구체적

 

   으로묘사한 글을 봐도  이 정도가 과연 사과를 요구할정도로 엄청난 일인지 해석의 여지가

 

    너무 넓다는 것이다.  자기 입장전달을 잘 못해서인지,  그 내담자의 글을 보면 십중팔구는

 

   내담자가 과하게 반응한다고 여겨질 여지가 많고,  그 ' 모욕했다' 라는 부분을 보았을때

 

   상담자가 실력이 별로 이거나  상담자로서 태도가 미비할 수는 있어도 사과와 보상을

 

    해야할정도로 큰 실책을 저질렀는지는 모호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상담자가 실제로 심히 자격미달일 가능성도 없지 않아 존재하는데,

 

   내담자가 ' 모욕을 느꼈다'  라고 했을때 상담자는 ' 그건 모욕을 주려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는데

 

   내담자가 왜곡해서 받아들였다'  라고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단 내담자가 정서적

 

    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상담자의 언사를 왜곡해석할 가능성도 높지만, 상담자가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서 내담자에게 성의없이 비전문적으로 대하며 사적 감정을 투사하더라도

 

    상담자가 얼마든지 자신의 태도에 대해서 변명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난

 

    그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사례자체에 대해서 판단하기 위해서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 )

 

 

 

   지금 일어나는 이 사례도,  결국 녹취도 없고 상담자가 이

 

  내담자와의 대면

 

   을 완전히 피하고 있고 심리학회도 더 이상 전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의 해결은

 

   물 건너 간 것이다.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부분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부분도 아니고

 

   어떤 것이 전문적인지, 비전문적인지도 모호한 상담이라는 영역에서 녹취도 없이 잘잘

 

   못을 가린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녹취를 하는 것이 상담계에서 관례화되지

 

   는 않았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해도 아주 해결하기가 어렵다.

 

 

 

   그 다음 문제는, 내담자가 매우 불안한 심리상태이고 어쨌든 그 취약한 심리상태에서

 

   상담자에게 상당히 감정적으로 예속되어있기 때문에, 누구의 귀책사유이든지 간에

 

   감정적으로 상처받고 이성을 잃기가 쉽고 그런 상태에서 상담자와 대립하게 되면

 

   내담자만 손해이다.  지금 이 사례만해도 내담자는 상담게시판에 글을 매우 자주

 

   올리고 있고, 그 글들의 많은 내용은 원망과 피해의식으로 가득하며 사실관계보다는

 

   주관적판단이 들어간 감정에 대해서 더 많이 쓰여져 있다.  현재 감정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고, 자신의 글에 대해서 조금만 반론을 표하거나 혹은 자신에게

 

   거슬리는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일히 반감을 담아서 댓글을 달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게 이성을 잃고 타인을 설득할만한 정서상태에 있지 못하다보니 나를 포함하여

 

   그 게시판을 보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신뢰를 잃고있는 상태이다. 즉 공감을 사는 행동을

 

   할만한 정서상태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자신의 입장을 설득력있게 얘기할만한 정신적

 

    능력이 원래 부족했는지, 혹은 이 상황으로 인하여 더 악화되었는지모르겠지만 어쨌든

 

    대화가 안되는 상태이다.  이렇다보니 문제해결이 내담자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또한

 

   내담자에게 불리해진다.

 

 

 

 

   어쨌든, 나는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내가 상담자가 되면 나 를 포함하여 누구에게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이 내담자가 행동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감정들도  내가 아직 상담자의 마인드에서는 다가서지 못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일단 나는,  감정이 자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구 적개심을 드러내며 일일히 말꼬리잡고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질린다는 생각부터 든다.  그런데  싸우는이가 사실상

 

   굉장히 무지하고 논리도 엉성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어도 끝까지 우기거나 하는

 

   상황일때 훨씬 더 질린다. 

 

 

 

   그러나 사실 상담을 받는 내담자 쪽에서  교육을 많이

 

   받고, 감정을 잘 절제하며, 나아갈때와 물러날때 그리고 자신에게 해를 주는 발언과  이익

 

  을 주는 발언을 구분할 수 있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결국 장기 상담을 받는 내담자는

 

   어느한편으로는  피해의식에 가득차 있고,  자기 중심적이며, 자신의

 

  문제를 건드렸을 때 자신의 감정을 결코 제대로 다스릴수 없고, 대인관계 스킬도 별로

 

  없는 편이 대다수일 것이다. (이는 어느정도는 나에게도 해당되었고 또한 지금도 해당되

 

  는 부분이 있는 얘기기도 하다. ) 그런데 이렇게 소위 ' 비 이성적' 으로 행동하는 사람

 

  을 보고 거부감을 느낀다면 일단 그건 내가,  그렇게 감정을 마구 표출하는 피해의식에

 

  가득찬 사람들과의 과거의 경험을  어쨌든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또한 나

 

  자신이 가진 피해의식에 대해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 마음속에 한편

 

  으로 ' 절제와 이성' 을  사람의 감정보다 우위에 놓는 사고을 하고 있는 것일테고.

 

 

 

   어쨌거나, 나는 소쿨하고 매우 명랑 이성적이고 아쉬울게 없는 사람들보다는, 억한심정

 

   이 많고 일면 자기입장만 고집하며, 사고의 고착상태에 빠진 매우 상처받아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 대다수를 앞으로 만나며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어떤 인간상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내가 정말 마음속 깊이에서 우열을 나누지 않고 호불호에서

 

  어느정도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상은 어디까지인가?  위 게시판에서 일어난 일이

 

  내 주변에서 일어났을 때, 나의 입장을 요구한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행동을 취하는 것이

 

  옳을런지 생각해보게 됬다.

 

 

 

 

  그리고 사실 피해의식이라는 건,  그걸 갖고 있지 않은 사람자체를 찾기가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피해의식이나 컴플렉스니 하는 것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그

 

  인간이 이상한 거라고 생각할정도로 세상에서 소수자의 위치에 있었다면 피해의식이

 

  전혀 없을수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어떤 부분에서의 피해의식과 컴플렉스는 정당

 

  하게 받아들여지지만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피해의식을 단죄하고 고쳐야 할 부분으로

 

   여긴다.   물론 본인이 매사 그 피해의식때문에 괴롭다면 본인을 위해서 그 부분이 감소

 

   되는 것이 좋겠지만, ' 피해망상' 이 아닌 정도의 피해의식도 부정적으로 판단된다는것은

 

   오히려 어떤 한 국면에서 소수자이자 피해자였다고 느낄 수 있는 정체성을 버리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사실 난 '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피해의식을 마구

 

   표출하는 사람들을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그런 사람들이 좀 버겁다.  내가, 나 스스로가 피해의식을 가진 부분을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 

 

 

   더 쓸말이 있는 것 같지만, 정리도 잘 안되고 비문투성이다.

 

    나중에 다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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